자발적 탄소시장(VCM)과 온실가스 감축사업 진입장벽
[이원섭 네오플랜비 대표]
글로벌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국제사회는 지속적인 탄소시장의 확대 및 운영 메커니즘 재편과 함께 다양한 방식에 의한 탄소시장 참여와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나서고 있
다.
탄소시장은 국가 또는 국제사회에 의한 각종 법적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규제시장(CCM, Compliance Carbon Market)과 기업이나 개인 등 민간부문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 참여를 위한 자발적 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으로 나누어진다.
2020년 교토체제의 만료와 함께 신 기후체제인 파리협정 발효 이후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가지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감축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와 설계를 거쳐 다양한 주체들이 감축사업에 참여함에 따라 탄소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의한 감축사업은 규제시장 대응을 위한 의무감축과 감축의무가 없는 기업, 단체, 민간, 개인 등 비규제 부문에서의 자발적 감축활동으로 구분된다.
자발적 감축시장(VCM)은 이러한 자발적 감축활동으로 인증받은 온실가스 감축실적(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탄소감축 의무와 관계없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탄소를 상쇄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된다.
글로벌 탄소시장 다변화와 다양한 감축사업 메커니즘 등장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한 제도로는 먼저 국제 시장기반의 감축사업 메커니즘인 파리협정 6.2조 및 6.4조에 따른 감축사업(International mechanism),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 상쇄제도에 의한 외부감축사업(National mechanism) 및 다양한 민간인증표준(Independent Mechanism)에 의한 감축사업이 있다.
파리협정 6.2조 감축사업은 국가간 양자 또는 다자간 자발적 협력사업으로서 배출권거래제(ETS) 시장 연계 등 다양한 유형의 사업이 포함되며 국제적으로는 스위스의 Klik Foundation, 일본의 JCM, 북유럽의 NICA, 스웨덴의 MADD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6.4조 메커니즘에 의한 감축사업은 과거 교토의정서의 CDM사업을 대체하는 개념의 국제감축사업으로서 모든 국가(당사국)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으며 CDM 제도와 유사한 운영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발적 감축시장(VCM)을 위한 민간부문의 감축사업 인증표준으로는 VCS(Verra, 미국), GS(Gold Standard, 스위스), ACR(미국), CAR(미국)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도 KCS(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표준, KCCI Carbon Standard) 등이 운영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자발적인 감축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감축실적에 대한 신뢰성 있는 인증과 투명한 기록, 관리 및 거래가 필수적이므로 인증기관이 인증한 감축실적(크레딧) 관리에 대한 신뢰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상쇄와 기후공시 등을 위해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Verra는 가장 많은 감축크레딧 인증실적을 가지고 있으며, Gold Standard의 감축크레딧은 최고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규제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 연계 움직임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규제시장의 한계와 더불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글로벌 무역질서 다변화에 따른 기업의 개별적인 탄소관리 수요와 함께 민간부문의 자발적 감축활동에 의한 감축크레딧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과 규제시장의 연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파리협정 6.2조 및 6.4조 감축사업에 대한 UN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조율 및 세부적 이행규칙 마련이 늦어지면서 자발적 감축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에서는 국제 탄소시장과 VCM의 연계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국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기업은 ESG 실현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할당배출권에 의한 대기업 위주의 규제시장인 배출권거래제가 중심이 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규제시장의 대안으로서 자발적 감축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2021년 정점 이후 2년 연속으로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탄소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여러 세그먼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크레딧의 평가기준이 VCM의 변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2023년의 거래량은 전년도 대비 56% 감소한 111 백만 톤 CO2e.로 축소되었으며 크레딧의 가격 역시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크레딧의 평균 가격은 2022년 최고점에서 11% 하락하여 톤(CO2e.)당 6.53 달러가 되었으며 2024년도 초기의 가격은 현재 이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Ecosystem Marketplace) 이러한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이 2024년 이후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대해 가능한 여러 가지의 확장 경로를 예상하고 있으며 VCMI(Voluntary Carbon Markets Integrity Initiative)와 ICVCM(The 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 같은 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와 독립적인 평가기관들은 구매자와 감축사업 개발자들을 위해 높은 무결성(신뢰성)에 대한 검증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어떤 크레딧이 탄소상쇄를 위한 높은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구매자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결국 자발적 탄소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회와 국가경제 등 전 영역에 걸친 탄소저감과 녹색경제로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통한 의미있는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자발적 감축사업의 진입장벽과 해결방안의 필요성
한편 민간부문에서는 자발적 감축사업 추진을 위한 복잡한 절차와 리스크 및 사업관리 등에 따른 진입장벽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중소규모 감축사업자의 경우 국내외의 다양한 감축사업 인증 메커니즘의 적절한 선택은 물론 절차와 시간, 비용 등 종합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감축사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절한 방법론 선택과 감축사업의 등록, 모니터링 뿐만 아니라 인증받은 크레딧의 거래를 위한 시장대응 등 전반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규모 사업장 및 민간부문 온실가스 배출원에서는 감축사업 수행과 탄소배출권(감축크레딧) 확보에 의한 수익모델 창출과 거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조차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자발적 감축사업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과 비용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감축사업 추진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절차와 함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특성상 과다한 비용부담은 감축사업의 사업성 검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감축사업 수행에 대한 업무효율성 제고를 통한 비용절감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의 탄소감축 인증표준을 비롯하여 NGO와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 탄소감축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감축사업자들에게 신뢰성(무결성) 높은 감축크레딧 확보로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최적의 메커니즘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탄소배출권(크레딧)의 가격이 인증된 크레딧의 신뢰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감축사업의 성격과 여건에 따라 파리협정 6.2조, 6.4조, 외부감축사업, Verra와 Gold Standard 등의 글로벌 민간인증표준을 포함한 모든 이용 가능한 제도(인증표준)를 고려하고 적절한 유형의 메커니즘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탄소감축 의무와 관계없이 기업, 비영리단체, 개인 등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 보호를 위해 자발적 탄소상쇄 또는 마케팅 활용 등의 목적으로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제 본격적 성장단계에 진입하면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민간부문 플랫폼 등장과 함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시대로의 전환이 피해갈 수 없는 외길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탄소 규제시장과 민간 중심의 자발적 탄소시장의 연계와 함께 자발적 감축사업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