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고민…‘만인을 위한 AI’냐? ‘돈을 위한 AI’냐?
샘 앨트먼 등 ‘영리법인으로 전환 검토’ 공익보다 수익 중시? 사내에선 여전히 ‘AI기술 민주화’ 주창 인사들과 ‘내홍’ 거듭 ‘공익․안전’ 강조 서츠케버 창업, 머스크 ‘xAI’ 거액 투자 등도 변수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애초 비영리법인으로 AI 기술의 독점을 막고 인류를 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던 샘 엘트먼의 오픈AI가 향후 노선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AI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공동 창업 멤버 일리야 서츠케버나, 이 회사의 대표적인 브레인이었던 얀 라이케 등 핵심 멤버들이 앨트먼의 ‘AI 개발 속도전’에 반발,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하거나, 다른 업체로 옮기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별도의 안전팀을 사내에 구축하는 등 나름의 대응책을 모색했다. 그러나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출범한 오픈AI는 결국 일반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샘 앨트먼은 지난 주 “영리법인 전환 없이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AI시장에서 제때 ‘실탄’을 공급받지 못한다”면서 “앞으로도 1천억 달러(한화 약 137조 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유치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창업 이래 가장 심각한 ‘선택의 기로’
그야말로 AI 기술 민주화냐, 아니면 본격적인 이윤 추구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그러나 앞서 샘 앨트먼과 오픈AI를 향해 ‘영리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손배소송을 제기한 일론 머스크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 지적도 따른다. 본래 오픈AI 공동창업자였던 머스크도 속내야 어떻든 겉으론 ‘영리 추구’를 명분삼아 샘 앨트먼을 공격할 정도로 이 회사의 정체성은 ‘공익’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AI는 영리 법인을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관리하는 복합적 구조다. 당시 투자자들이 최초 투입금 100배 이상을 벌지 못하도록 ‘상한’을 설정(Capped-profit company)하며 비영리 기업 구조를 유지한 것이다. 지난 2019년엔 영리 법인 ‘오픈AI 글로벌, LCC’를 자회사로 설립, 안전한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라는 사명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수익 창출이 아닌, 인류 전체에 최대로 기여하는 디지털 정보를 발전시키기 위해 회사 구조를 바꾼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엔 샘 올트먼이 앞장 서서 영리 법인으로의 전환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가 주된 이유다. 특히 그가 공격적인 연 매출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강조하면서 영리 기업으로의 전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오픈AI의 시장 환경을 둘러싼 일련의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앨트먼, “AI개발엔 큰 돈 필요” 강조
이미 지난 12일 오픈AI 전체 회의에서 샘 앨트먼은 “오픈AI가 연간 매출 34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이런 자신의 의중을 밝혔다. 또 세계 ‘빅4’ 회계법인의 한 곳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리세일러’ 계약을 맺는 등 본격적인 챗GPT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PwC는 자사를 통해 미국 및 영국법인이 오픈AI와 계약을 맺고 챗GPT 엔터프라이즈의 최대 고객이자 최초 리세일러가 되는 셈이다. PwC는 자사 업무 전반에 챗GPT를 도입한 뒤 AI 변혁을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회계·세무·컨설팅 부문 고객사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마케팅 대상은 오픈AI가 지난 기업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2023년 8월 출시한 ‘챗GPT 엔터프라이즈’다.
또 지난 주엔 애플 기기에 챗GPT를 접목하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고, 올해 매출도 작년의 2배 이상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공개(IPO) 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시스템 규모가 커진 챗GPT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통로가 될 것이란 기대다.
지난해 11월 오픈AI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샘 올트먼을 해고하고 불과 5일 만에 일선에 복귀했던 해프닝은 오픈AI의 향후 노선과 운명의 한 변곡점이 되었다. 당시 이사회의 샘 올트먼 해고는 ‘AI 기술을 바라보는 헤게모니 싸움’의 일환이었다. AI 개발과 영리화에 대한 속도를 놓고 샘 앨트먼과 이사회가 의견 충돌을 빚은 것이 주된 배경이다. 샘 앨트먼은 AI 기술을 빠르게 사업화해야 한다는 ‘급진파’인 반면, 섣부른 사업화 대신 AI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온건파’의 대립이 이번 사태를 부른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다.
오픈AI 출신 인사들 연일 앨트먼 비판
최근에도 지난 번 앨트먼을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오픈AI 전 이사 헬렌 토너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오픈AI 이사회는 회사의 공익적 임무가 수익이나 투자자 이익 등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이사회”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또 오픈AI 설립자로 샘 올트먼과 공동 의장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는 영리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으나 3개월 만에 취하했다. 일단 표면적으론 2015년 당시 구글에 대항해 ‘AI 기술의 민주화’를 목표로 했던 머스크와 앨트먼의 가치관 차이로 벌어진 법정 공방이다. 즉 2015년 오픈AI 설립 당시 비영리 추구 목표와 달리 AI 수익화에 집중, 폐쇄형 소스를 지향하고, 급진적인 AI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는 명분이 작용했다.
물론 또 다른 시각에선 오픈AI에서 중도 사임한 일론 머스크의 위기감과 소외감이 깔려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또한 머스크가 현재 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오픈AI를 설립하는 데 자신의 역할도 컸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소송을 제기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소송 제기후 자신의 AI기업인 xAI를 통해 ‘그록’ AI 챗봇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그록-1(Grok-1)’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일론 머스크 역시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고 수익화 사업에 나선 만큼, 더 이상 소송을 이어갈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AI 챗봇 ‘그록(Grok)’도 2023년 하반기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의 X 계정 이용자 가운데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 16달러 요금제 ‘프리미엄 플러스’ 가입자들에게만 보급하고 있다.
오픈AI 소송 취하 머스크, 대규모 AI투자 유치
또한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머스크는 “챗GPT가 진보 편향”이라거나,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으며 변질되었다”고 비난하며 이에 맞설 새 AI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이고르 바부슈킨 전 딥마인드 연구원을 비롯해 오픈AI와 구글 리서치, MS 리서치, 테슬라, 토론토 대학의 전 연구원 등 내로라 하는 브레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xAI는 지난 투자금 60억 달러(약 8조 1,700억 원)를 유치, 오픈AI에 이은 세계 2위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이런 대규모 투자금은 xAI의 AI 기반 챗봇 ‘그록’을 업그레이드, 관련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고급 인프라를 구축하며 미래 기술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가 이번에 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주변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