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인도, 멀지않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탄소․에너지절감 위한 전폭적 정책 지원, 연평균 22% 성장 2030년까지 모든 차량 평균 30%를 전기차로 교체 현대차, 도요타, 테슬라, LG엔솔 등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 적극 진출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세계 최대 인구에다 세계 5위의 GDP를 지닌 인도가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현지에 적극 투자, 진출을 시도하는 등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인도정부의 전기차 산업 지원에 힘입어 15억 인도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애초 전기차는 온실가스 절감 등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의미도 크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에 전기 모터를 통한 전기에너지로 움직이며,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인도는 여전히 원유의 수입량이 절대적이어서, 국가 경제의 원유 의존도 축소가 절실한 실정이다. 전기차 산업을 육성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내연기관 차량, 급속하게 전기차로 교체
이에 인도 정부는 국제적인 탄소중립 움직임, 자국내 극심한 대기오염, 원유 수입 증가, 경상수지 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면적인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코트라’ 등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보조금 제도를 정비하고,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나서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으로 급성장할 조짐이다.
한편, ‘포츈비즈니스인사이츠’에 따르면 인도 전기자동차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은 2024년 233억 8첨만 달러에서 2032년엔 무려 22.4%를 기록하며 1,177억 8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을 202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600만대 이상 보급한데 이어, 차량 구매자와 제조업자에게 인센티브, 충전소 인프라 설치 등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도 내 전기차 기술 개발, 생산과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지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2, 3륜 차량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였으며 하이브리드카(HEV)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전체 승용차의 30%, 승합차의 70%, 버스의 40%, 이륜차(3륜 포함)의 80%가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부품산업 육성, 전기차 보급을 위한 충전소 확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집행 대상이었던 하이브리드카가 제외되었으며, 대중교통인 택시, 버스와 함께 4륜 차량을 포함한 모든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기차 세금 인하, 내연기관 배기가스 엄격 규제
인도 중공업부는 자국 전기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첨단 화학전지(ACC) 제조를 위해 생산과 연계된 인센티브 제도를 승인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GST(상품서비스세금)를 12%→5%로, 충전기에 대해서는 18%→5%로 인하했다. 또한 고속도로부와 협의해 도로세 면제, 번호판 교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 환경산림기후변화부 산하 중앙오염통제위원회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통한 대기오염 완화를 위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입자성물질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가 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기업의 경우 현대차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투입하며 인도 시장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차 인도 현지 법인이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지난 15일 제출한 IPO 관련 예비 서류인 ‘투자설명서(DRHP)’도 관심사다. 그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 1,200만 주 중 17.5%에 달하는 최대 1억 4,200만 주를 매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또 IPO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공개 매각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에 관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한국 대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라며 “이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대국인 인도를 겨냥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위한 절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현대차, 현지IPO, 국내 배터리 ‘빅3’도 현지 진출
이번에 만약 IPO가 성사되면 현대차는 2022년 25억 달러를 조달한 인도생명보험공사(LIC) 상장을 뛰어넘어 인도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IPO를 기록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 현지 IPO 검토 기간이 통상 3~6개월 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차는 연내 IPO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말 첸나이 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한 후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 2030년에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하는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할 방침이다.
배터리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의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차량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비록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현지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기업들도 나름대로 현지 배터리 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빅3’ 업체들도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전기차 관련 신규 인프라 산업이나, 인센티브 제도, 프로젝트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련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연관 산업에 대한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고, 전기차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다양한 상용화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인프라 조성 등 인도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테슬라, 현지에 전기차·배터리 조립 공장 건립
이미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인도 신흥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스즈키, 도요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미국의 테슬라 등은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수출 거점으로 정하는 등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테슬라는 아시아·중동 생산 거점 역할을 할 신규 전기차·배터리 조립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인도에 지을 예정이다. 항구를 끼고 있어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쉽게 수출할 수 있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구자라트주, 타밀나드가 신규 공장 건설 후보지로 선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신규 공장에서 2만 5천달러 이하의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다시 동남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으로 수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