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GPU 시장 선점 위한 ‘GDDR7 경쟁’ 치열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누가 먼저 양산” 경쟁 32Gb/s 내지 40Gb/s 메모리…샘플은 삼성, 마이크론, SK 순 SK “내년 1분기 양산”, 삼성․마이크론 비해 1분기 뒤처져 엔비디아․AMD 차세대 GPU겨냥, GDDR7 수주 경쟁 이어져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그래픽 카드 메모리 속도가 최대 40Gb/s에 달하는 최신 버전인 GDDR7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자의 대결이 뜨겁다.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준의 제품을 대량생산하느냐에 따라 향후 엔비디아, AMD, 나아가서 인텔의 차세대 GPU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AI칩 메이커들은 메모리 3사에겐 가장 중요한 고객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년 내내 GDDR7 메모리가 AI 칩 업계의 차세대 GPU에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처음엔 금년 내로 GDDR7이 탑재된 GPU가 양사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신기술 개발의 속도를 감안할 때 금년 내에 그런 상황이 일어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금년 내로) GDDR7이 엔비디아나 AMD GPU 모두에 채택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며, 내년으로 그 시기가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는 기술매체 ‘익스트림테크’의 진단이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가장 먼저 삼성 ‘샘플’ 발표
그런 가운데 GDDR7을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3대 메모리 제조사, 즉 삼성, 마이크론, SK 하이닉스 간에 그야말로 ‘선착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엔비디아는 자사 GPU 메모리용으로 주로 마이크론을 사용해왔다. 이에 비해 AMD는 이전부터 여러 회사의 메모리를 사용해왔다. 앞으로 업그레이드 된 GPU가 출시될 경우 누가 메모리를 공급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 때문에 이들 3자간 전투가 치열한 상황이다.
PC하드웨어 전문매체 ‘Anandtech’에 따르면 최근 열린 ‘Computex 2024’에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출시 관례에 비춰볼 때 GDDR7은 2025년 1분기 무렵에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GDDR7이 최대 40Gb/s의 성능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28Gb/s 내지 32Gb/s 수준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시장의 수요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이미 “차세대 GPU 메모리(GDDR7)에 대한 샘플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든 연말까지 양산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에 GDDR7 메모리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것보다 할 발 빠른 셈이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속도를 보면 대량생산 시기에 있어 SK하이닉스는 앞서 두 회사보다 1분기 정도 뒤처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SK, 자칫 앤비디아․AMD 신제품 출시 놓칠 수도
그럴 경우 내년 1분기는 이미 엔비디아의 신제품 ‘블랙웰’과 AMD의 신제품 ‘RDNA 4’ GPU가 이미 출시된 시기일 수도 있다. 이는 곧 SK하이닉스가 최신 버전을 시장에 늦게 출시함으로써 향후 GPU 시장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삼성은 이미 2023년 7월에 GDDR7 계획을 처음 발표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3월 엔비디아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은 이미 GDDR7 모듈을 선보인 바 있고, “엔비디아에게 이미 샘플링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삼성 웹사이트에는 이미 GDDR7 메모리가 소개되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7월 발표한 32Gbps GDDR7 D램’은 더욱 향상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16Gb 제품이다. 기존 버전6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1.4배, 전력 효율은 20% 향상됐다. 또 ‘PAM3 신호 방식’을 신규 적용,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32Gbps의 업계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 ‘PAM3(Pulse-Amplitude Modulation) 신호 방식’은 기존 NRZ(Non-Return-to-Zero) 방식보다 동일 신호 주기에 1.5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PAM3는 ‘-1’과 ‘0’ 그리고 ‘1’로 신호 체계를 구분해 1주기마다 1.5비트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NRZ는 ‘0’과 ‘1’로 신호 체계를 구분하여 1주기마다 1비트 데이터를 전송한다.
삼성은 당시 “‘32Gbps GDDR7 D램’을 그래픽 카드에 탑재하면 최대 초당 1.5T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최대 1.1TB를 제공하는 GDDR6 보다 1.4배 향상된 성능”이라고 밝혔다. 또 고속 동작에 최적화된 저전력 설계 기술을 적용, 전력 효율을 20% 개선하고, 노트북 등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디바이스에 초저전압을 지원하는 옵션도 제공한다고 했다.
“엔비디아․AMD, 아직은 신제품 출시 시기 미정”
마이크론도 지난 주 엔비디아, AMD에게 GDDR7 모듈을 샘플링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삼성보다 조금 늦고, SK하이닉스보단 반박자 앞선 셈이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이미 7개월 전부터 “대량 생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 AMD를 위한 샘플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 전시회에서 칩을 시연하고 있다.
아직 이들 3사의 승부가 갈리는 AMD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어떤 종류의 메모리를 사용할지도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기술매체 ‘익스트림테크’는 “AMD의 경우 고급 게임 부문에서 신제품 ‘RDNA 4’ 대신 종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GDDR6을 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그러나 엔비디아는 GDDR7을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최근에 유출된 사양을 통해 이러한 조짐이이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인텔의 경우 ‘Battlemage GPU’가 올해 출시 예정이긴 하나, 역시 추후 메모리 계획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 GDDR7을 채택할 확률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엔비디아, AMD 양사의 GPU출시 시기와 맞물리며, 메모리 3사의 경쟁은 더욱 숨가쁘게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