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오픈AI 동맹에 빅테크들 ‘복잡해진 셈법’
애플, 챗GPT와 아이폰 등 기기 결합, “매출 급증, 새로운 도약” MS, 오픈AI 최대투자자로 “경계 半 ‘애저’ 수익기대 半”…‘득실 교차’ 구글 ‘초긴장’…애플 검색기능서 배제, AI 분야 애플 추격 경계 최대 수혜자는 샘 앨트먼, “애플 기기로 ‘만인의 챗GPT’” 기대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애플이 오픈AI와 사실상 ‘동맹’을 맺음으로써 MS, 구글 등 나머지 글로벌 빅테크의 위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된 애플의 ‘WWDC 2024’ 직후 이 회사의 강력한 라이벌이었으나 동맹관계로 변한 오픈AI의 주가는 1.12% 증가했다. 그 만큼 긍정적 시너지가 작용한 셈이다.
이런 오픈AI-애플 협력은 모바일 인터넷 검색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플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온 구글에게 좌절감을 연겨줄 것이란게 현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거래는 생성 AI 붐의 최전선에서 오픈AI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CEO인 샘 앨트먼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샘 앨트먼의 승리” 평가도
애플로선 오픈AI와 손잡음으로써 챗GPT를 자사 제품에 탑재,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함에 따라 휴대폰을 매출을 올리고, 음성 비서인 시리(Siri)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WWDC 2024’ 둘쨋날에 7%나 급등했다. 시장 가치는 2,150억 달러나 증가, 역대 최대 일일 상승률을 보이며 사상 최고치인 3조 1,760억 달러를 기록했다. 3위로 바짝 추격해온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그나마 벌린 셈이다.
그러나 애플과의 관계에서 오픈AI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챗GPT를 적용하려면 매번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한층 복잡한 쿼리에 응답하거나 메시지를 작성하는 등 애플 자체 AI가 처리할 수 없는 일부 기능을 처리하는 정도다. 애플은 “오픈AI 서버에서 실행되는 챗GPT와 사용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픈AI는 사용자 요청을 지문으로 식별하거나 사용자가 수행하는 모든 쿼리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2시간에 걸친 이날 프리젠테이션에서 오픈AI와 챗GPT에 관한 언급은 2분에 불과한 점도 이런 제한적 역할을 보여준 것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 AI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나중에 구글 제품을 포함한 다른 AI 모델과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려지기론 또 다른 다른 AI 제공업체들과도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실익’ 앞에선 적도 아군도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AI와 샘 앨트먼은 이번 ‘WWDC 2024’에 등장함으로써 애플조차 인정할 만큼 생성AI의 리더로 평가받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MS, ‘오픈AI 기술’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 상실
마이크로소프트는는 그 동안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그 덕분에 오픈AI는 세계에서 생성AI의 문을 열어제친 챗GPT 등을 강력한 AI 도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의 끈끈한 동맹 덕분에 MS는 AI 경쟁에서 구글 등 경쟁사를 앞지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애플-오픈AI 동맹은 기존 오픈AI-MS 관계와 맞물리며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기술매체 ‘엔가젯’은 “이번 애플과의 거래는 기존의 오픈AI-MS의 파트너십 관계, 이를 통해 MS가 오픈AI 기술에 대해 어떤 독점 액세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애플과의 새로운 거래가 AI 제품 개발에 대한 MS의 오랜 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픈AI나 애플은 ‘오픈AI-애플 제휴와, 오픈AI-MS 거래의 차이점’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했다. 그 동안 오픈AI에 대한 최대 투자자인 MS는 오픈AI의 최신 AI모델에 가장 먼저 액세스하고, 해당 코드의 내부 작동 방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플도 이제 (MS처럼) 오픈AI 기술에 대한 특별한 접근권을 갖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애초 오픈AI와 MS의 결합은 ‘검색’기능과 AI 기술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을 앞지르는데 경정적 요인이 되었다. MS는 또한 AI를 이용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달에는 이미지 생성과 고급 검색 기능을 수행하는 맞춤형 AI 칩에서 실행되는 소형 AI 모델 기반의 새로운 PC 라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MS 내부에선 이번 애플-오픈AI 동맹을 소비자용 AI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자사의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일부 시각도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관측이다.
반대로 애플-오픈AI 제휴를 통해 챗GPT 사용이 급증할 경우 MS에겐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애저(Azure) 클라우드에서만 챗GPT를 호스팅하는 만큼, MS에 더 큰 수익을 갖다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재로선 애플-오픈AI 제휴가 MS에겐 득과 실이 교차하는 거래가 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글, 애플과의 ‘틈’ 벌어지며 가장 경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거래로 인해 AI 분야에서 MS의 가장 직접적인 라이벌인 애플과 구글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함으로써 MS가 득을 볼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003년부터 애플은 구글을 자사의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번 오픈AI-애플 제휴로 인해 일부 쿼리에 대해 ‘시리’(Siri)가 사용자들을 챗GPT로 유도할 경우 구글에겐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22년 말부터 애플은 자사 제품에서 챗GPT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2023년 초부터 자사 제품 전체에 생성AI를 통합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또한 애플은 챗GPT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재 모든 애플 사용자에게 챗GPT 버전은 기본적으로 무료다. 그러나 애플 사용자는 이를 프리미엄 챗GPT를 구독할 경우, 오픈AI로 자신의 정보를 보내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구글은 최첨단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오픈AI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진작부터 자사 검핵엔진을 점차 배제하고 있는 애플을 비난하곤 했다. 그래서 시장분석기관 가트너는 이번 애플-오픈AI 동맹과 구글과의 관계에 대해 “구글은 분명 초긴장 상태에서 대책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동맹은 샘 앨트먼의 ‘꿈’ 이뤄질 계기”
1억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챗GPT가 약 22억대에 달하는 전 세계의 아이폰 등 애플 디바이스와 결합할 경우 그 시너지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블룸버그는 “이번 오픈AI-애플 동맹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사실상의 ‘주인공’은 샘 앨트먼”이라며 “장차 챗GPT를 만인의 AI 도구로 보급하려는 그의 야망이 이루어질 수도 있게 되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사실 앨트먼에게 애플은 ‘친정’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8년, 빛바랜 청바지와 라임색 티셔츠 위에 핫핑크 폴로 셔츠를 겹쳐 입은 당시 23세의 알트만이 애플 행사에서 자신의 ‘위치 추적 서비스 루프트(Loopt)’를 홍보하기 위해 연설했다”는게 블룸버그의 회고다.
최근 앨트먼은 전직 애플 디자이너 출신인 조니 아이브의 도움을 받아 AI기반 퍼스널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아이폰 등 소비자 모바일 기술 분야에서 애플이 갖는 시장 지배력은 그의 그런 야망과도 일치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챗GPT가 장착된 개인용 디바이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