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AI챗봇 다음은 ‘AI 에이전트’ 시대

스스로 판단해 의사결정, 적절한 작업수행…유능한 ‘AI 비서’ “단순한 답변 아닌, 인간 개입없이 일련의 업무단계 알아서 처리” 빅테크, 수많은 스타트업들, AI에이전트 시장 선점 경쟁 치열

2024-06-11     이윤순 기자
구글 I/O에선 Vertax AI 기반의 'AI 에이전트' 성능을 구글 클라우드와 결합할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사진=구글, 게티이미지)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챗GPT와 각종 AI 챗봇이 생성AI 시대를 열어제친지 2년이 가깝다. 그러면 챗GPT 내지 AI챗봇 다음은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포스트 AI챗봇’은 바로 ‘AI 에이전트(Agent)’ 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왕의 AI챗봇보다 더욱 강력하고, 한층 ‘인간’의 모습과 닮은 ‘AI 에이전트’로 전환하는 사례도 이미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클라나’(Klarna)의 경우 이미 OpenAI 기반의 AI에이전트를 도입, 혁신을 일으킨 사례다. AI에이전트가 고객 상담 채팅의 2/3 이상을 차지했으며, “딱 한 달만에 700명의 정규 에이전트(사원들)와 동일한 분량의 작업을 수행했다”고 할 만큼 경이로운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산업계에선 단순한 텍스트 응답을 넘어 AI가 생성한 사진과 비디오로 전환하는 텍스트-동영상 생성모델과 함께 최근엔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로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은 AI비서”

AI에이전트는 AI챗봇이나 AI 이미지․동영상 생성을 기반으로 한 답변을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즉 능동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 구축된 것이다. 나아가선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좋든 나쁘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 도구”라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여전히 명확하게 그 개념이 정의된 바는 없다. 이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탐색했다는 CNBC는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AI에이전트’를 챗봇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AI에이전트는 일단 특정한 비즈니스 용도를 위해 설계된 것으로 대규모 AI 모델에 맞게 ‘사용자 정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 사용자로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은 AI비서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AI업계의 견해를 요약하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다단계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자신만의 해야 할 일에 관한 목록을 생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지시하거나 안내할 필요가 없는 고급 생성 AI 도구로 설명된다. 그래서 “단순히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작업이나 업무 단계를 인간 개입없이 알아서 자동화하는 것”이란 정의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 에이전트' 기술을 앞장서 개발하고 있는 오픈AI. (사진=IT프로포탈)

MS, 구글, 오픈AI 등 “‘AI 에이전트’ 곧 출시” 발표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도 올해 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앞으로 실행해야 할 일이 많지만, 사용자를 대신해 점점 더 많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메타와 구글의 경영진도 ‘AI 비서’, 즉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작동하는 방식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구글의 ‘Google I/O’에선 구글 딥마인드의 AI 부서에서 구축 중인 AI 에이전트에 대한 최신 프로젝트인 ‘Project Astra’가 공표되었다. 이날 구글의 데모 비디오에선 AI 에이전트, 혹은 AI 어시스턴트가 비디오와 오디오를 통해 사용자가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고, 코드를 검토하고, 특정 물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내놓곤 했다. 알파벳 CEO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아직은 프로토타입일 뿐이지만 올해 말에 사용자에게 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보다 하루 앞서 오픈AI가 ‘AI 어시스턴트’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오픈AI는 이를 통해 사용자의 대화상대도 되고, 언어 번역가, 수학 교사, 코드 공동 작성자 노릇도 할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를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개발자 컨퍼런스 ‘MS Build’에서 ‘데빈(Devin)’이라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출시하기로 한 ‘Cognition AI’사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Cognition’은 ‘데빈’을 “최초의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데빈’은 다단계 작업을 처리하는 빼어난 능력을 과시, 소셜 미디어에서 개발자들 간에 빠르게 인기를 모았다. 이는 단순히 코드 줄을 생성하는 대신,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한 다음 출시하기까지 한다.

빅테크 못잖은 기술력 갖춘 스타트업 많아

AI 스타트업 ‘코히어(Cohere)’의 한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는 비행기 표 예약이나, 비용 지불, 대출시 적정한 이자율 권장, 도착 시간에 대한 이메일 전송, 세일즈포스 CRM(고객관리) 프로그램 업데이트와 같은 고도의 지적 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기술매체 ‘엔가젯’에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의 대부분 AI도구는 주로 코드 작성 지원과 같은 범위에서 맴돌고 있다. 예컨대, MS의 깃허브에선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를 불문하고, 전체 코드의 약 46%가 AI로 생성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AI 코딩 도구와 진정한 AI 에이전트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면서도 “AI에이전트의 뚜렷한 특징은 ‘단일 용도’를 뛰어넘어 다용도의 모든 기능을 갖춘 개인 비서와 같은 역할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모든 빅테크,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AI에이전트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들은 이미 빅테크 못잖은 AI 에이전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CNBC에 따르면 오픈AI의 한 관계자는 “인간의 작업 성과를 위해 스스로가 알아서 일을 해낼 수 있는 AI 에이전트야말로 진정한 생성AI의 가치를 열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들 간에도 'AI 에이전트'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CNBC, 게티이미지)

모든 사용자가 자신만의 ‘AI 에이전트’ 개발, 소유

스타트업인 ‘Imbue’사는 사용자들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도 스스로 일해줄 자신만의 ‘AI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한다. ‘AI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뉴스를 추적 방법을 만들거나, 여행 예약 봇을 구축하는 등 개인화된 요구에 맞게 실행되는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특히 “이러한 경우 AI 에이전트는 각기 다르게 개인화된 사례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므로, 굳이 사전에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거의 인간 작업자와 대동소이하다는 얘기다.

다만 ‘Imbue’사는 “오픈AI나 구글 등이 구축한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작업을 위임할 경우 해당 빅테크들이 중앙집중 시스템에서 제어하게 된다”면서 “그 보다는 ​’AI에이전트’에 대한 제어권을 사용자의 손에 부여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Qiu’는 “AI 에이전트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사용자는 그저 ‘내가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컴퓨터에 코드를 작성해 달라’고 AI에이전트에게 요청한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은 AI 에이전트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게 AI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멀지 않아 “사용자가 지시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후 사용자를 대신해 ‘입 속의 혀’처럼 만족스런 작업을 해내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