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침냉각’, ‘데이터센터 냉각 방식’ 주류로 부상

서버 등 디바이스, 비전도성 액체에 담궈 냉각, “가장 현실적, 효율적” 글로벌 빅테크 기존 공랭식 급속 대체, 국내서도 기술 개발 활발

2024-06-09     이윤순 기자
'국제인공지능대전 2022'에 출품되었던 '액침냉각' 기술을 선보인 업체의 부스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생성AI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데이터센터 또한 급증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발열과 냉각을 위한 막대한 전력 소모가 과제로 등장한지 오래다. 일부 지역주민들 간에 일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의 주요 원인도 냉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 오염을 우려한 탓이다. 이에 최근엔 그런 시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공랭식 대신 수냉식, 특히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도 공랭식 대신 이를 연구,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액침 냉각 방식은 서버나 각종 디바이스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담궈둠으로써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이는 공기보다 밀도가 높은 액체를 통해 훨씬 빨리 식히는 방식이다. 또 누전이나 기계 고장의 우려도 없다. 열기가 액체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공기나 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이나 수냉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다.

액침 냉각, ‘액체 통해 더 효율적인 냉각’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과도한 전력의 50% 이상은 IT장비의 발열을 제어하기 위한 냉각 부문에서 소비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고도의 추론과 생성이 진행되는 생성AI의 특성으로 인해 발열과 전력 사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냉각 기술 효율화가 데이터센터 효율성의 관건이 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수냉식, 액침냉각이 확대되는 가운데, 해저 데이터센터, 폐열 활용 난방 등이 실험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기술이 액침 냉각 방식이다.

특히 고밀도 하이퍼스케일의 시설이 증가하고, AI학습 추론을 위한 IT워크로드가 확대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발열과 전력 사용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EA에 따르면 구글 검색의 경우 AI를 완벽하게 구현할 경우, 전력 소모가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연간 10TWh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용자들이 각기 한 번 검색할 때마다 구글의 경우 0.3Wh, 챗GPT는 2.9Wh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막대한 전력 소모에 대한 문제의식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냉각기술을 효율화하고, 친환경 에너지원 등에 기반을 둔 ‘그린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위해선 가장 바람직한 냉각 기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효율성 지표(PUE)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AI엑스포코리아 2024'에 출시된 수냉식 서버 제품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SK, GS칼텍스, 삼화에이스, 삼성 등 적극 도입

이에 따르면 최근엔 냉각 효율이 높은 수냉식이 확대되고 있으나, 액침냉각 등 유냉식 냉각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SK엔무브는 액침냉각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해당 기술을 보유한 미국 GRC사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SK는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을 현재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 등 전자기기를 비전도성 액체인 플루이드에 직접 담가서 냉각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제된 윤활유의 경우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같은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GS칼텍스도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유’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 제품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이는 협력 업체와의 실증평가를 통해 데이터센터 서버의 안정적 구동과 열관리 성능이 검증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센터 서버뿐 아니라 전기차나 배터리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액침냉각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삼화에이스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3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 현장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해온 바 있다. 3년 전부터는 ‘액침 냉각 기술’을 개발해온 결과 지난해 11월 20U급 시제품을 발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건설부문)도 냉각 기술 개발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냉각 기술 전문기업인 데이터빈과 협업,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한 후 지난 14일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 이다. 두 회사는 액침 냉각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공동으로 특허 출원 중이다.

美슈퍼마이크로컴퓨터, MS, 네덜란드 등 앞장

해외에선 이미 액침 냉각 기술이 거의 보편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네덜란드 ‘아스페리타스’사는 액체에 서버를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냉각수가 순환하면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춤으로써 공랭식에 비해 설비 투자·운영 비용을 45% 절감할 수 있다.

미국의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 컴퓨터도 ‘액체 냉각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서버의 열을 빠르게 낮춤으로써 일정한 공간에 더 빽빽하게 서버를 배치할 수 있다.

특히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 굳이 소음이 크고 전기를 많이 쓰는 팬을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액체는 공기보다 냉각 성능이 최대 1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밖에도 바다, 강 등에서 냉각 시설을 운용하는 방식도 현재 실험 중이다. 실제로 MS는 이른바 ‘나틱 프로젝트’를 통해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저온의 북해 바닷물로 냉각함으로써 전력 소모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또 영국의 스타트업인 ‘딥그린’은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수용장용 온수로 변환시키는 방식의 친환경기술로 주목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실험 중인 바닷속 데이터센터 등의 방식에 앞서 비전도성 액체 속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침전시켜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다. 이는 날로 첨단으로 치닫는 프로세서 기술을 위한 수많은 코어와 고성능 GPU, 대용량 메모리, 최신 성능 가속기 등을 냉각시키는 가장 유용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