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유명배우 음성 도용…美, ‘재생기술’ 논란 가열

영화 ‘Her’에 나오는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추출, AI모델 훈련 요한슨과 계약 불발에 ‘무단 도용’, 본인 강력반발…헐리우드도 비난 여론 “오픈AI, 평소 인터넷 콘텐츠, 무단 사용하는게 일상적” 지적도

2024-05-24     이윤순 기자
영화 'Her'에서 음성 연기를 했던 헐리우드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최근 오픈AI가 도용, AI모델 훈련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넘쳐나는 콘텐츠 무단 도용, 가상기술에 의한 모방․재생에 대한 공포가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허락없이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최근의 사건으로 헐리우드와 문화․연예계가 다시금 이 문제로 시끄럽다. 앞서 오픈AI는 영화 ‘허’(Her)에서 나오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오마주, AI모델 훈련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본인은 물론, 헐리우드가 발칵 뒤집혔다.

헐리우드의 많은 배우들과 유명인들은 이를 결코 남의 일로 보지않고 있다. 그렇잖아도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AI도구를 테스트하고, AI를 영화 제작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배우와 스탭 등 종사자들은 불안한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런 가운데 터진 스칼렛 요한슨 사건은 영화계 종사자들에게 새삼 ‘실존적 위협’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특히 콘텐츠 산업과 AI기업 간의 ‘전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부분 유력언론들 대서특필

이 사건은 결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헐리우드의 ‘대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때문에 NYT,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언론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신들이 연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앞서 오픈AI는 이미 지난 2월 텍스트-비디오 도구인 ‘소라’(Sora)를 통해 생성된 장편 영화나 다름없는 품질의 비디오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 후 오픈AI는 특히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와 에이전트를 주로 만나, 파트너십을 맺고 AI기술을 적용할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요한슨 음성 도용’ 사건이 터진 것이다.

요한슨은 이에 공개적으로 “오픈AI가 최신 버전의 챗GPT공개 시연에서 나의 연기와 ‘엄청나게 유사하고’ 섹시한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오픈AI와 제휴를 생각하고 있던 제작사들마저 이 회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 제작사 임원은 오픈AI의 행동을 두고 “오만함의 극치”라며 “콘텐츠 제작자와 거대 기술 기업 사이엔 서로 존중하는 협력 풍토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고 비난했다.

문제가 커지자 오픈AI CEO 샘 앨트먼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그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의 것이 아니며 결코 그녀의 목소리를 닮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요한슨에게 연락하기 전에 목소리 연기를 할 성우를 캐스팅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음성 표절’ 의혹과 시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픈AI는 이와 유사한 행동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이미 몇 주 전부터 오픈AI는 “인터넷에 있는 창작물이나 콘텐츠는 그냥 사용해도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나머지 자사 AI모델 훈련에 마구 갖다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자신의 작품을 사전 동의도 없이 마구 사용하는 행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전문 감독이나 영화 제작자에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엔터텐인먼트 업계, “‘소라’로 영화 제작” 예상도

그러나 일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소라’(Sora)를 영화나 TV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유망한 도구로 보기도 한다. 디지털 효과의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 기술을 곧 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폭스’사는 이미 오픈AI의 챗GPT를 사용, ‘Tubi’ 스트리밍 시청자에게 새로운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추천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영화) ‘슈퍼맨’과 같은 유명 캐릭터나, 제니퍼 애니스톤과 같은 저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비디오를 생성하는 기능은 차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연급이나 덜 유명한 공연자들은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지의 법률 전문가들은 “요한슨으로선 오픈AI가 자신의 이름, 이미지 또는 초상의 상업적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는 이미 디지털기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부각된 권리다.

IT프로포탈에 의하면 일찍이 이마 가수 베트 미들러(Bette Midler)는 자신의 (도용당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캘리포니아 법에 호소한 전례가 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곡 ‘Do You Want to Dance?’를 모방하기 위해 또 다른 전직 가수를 고용한 혐의로 ‘Ford(F.N)’사와 광고 대행사인 ‘Young & Rubicam’을 고소, 승소를 이끌어냈다.

1987년 자신의 곡이 무단으로 자동차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인데 대해 고소한 이 사건에서 결국 대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면서 그녀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톰 웨이츠 역시 1988년에 자신의 노래 스타일을 모방한 공연을 소재로 한 광고에 대해 반발, ‘Frito-Lay’를 상대로 한 유사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AI기술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강조될듯

당시 법조계에선 “두 사건 모두 유사음원이 가수의 유명한 노래를 연주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당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광고 상품을 보증했다고 가정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요한슨 사건’은 이들 사건과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요한슨의 음성을 얻으려 그녀를 ‘고용’하려다 수포로 돌아가자, 영화 ‘Her’에서 등장하는 요한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모방함으로써 크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핸 현지의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와 전국 다른 지역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호와, 유사한 목소리 및 초상에 대한 권리보장에 대한 요구를 (이번 사건은)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