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장 속에서 올리브 가지를 중국에 건넨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
[애플경제 Adela Lin 타이페이 특파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취임사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그늘에 가려진 국제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위안을 전하며, 중국과의 현상 유지를 약속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64세의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은 월요일 오전 "중국이 중화민국의 존재를 직시하고 대만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대결보다는 대화를, 봉쇄보다는 교류를, 평등과 존엄의 원칙 아래 대만 시민이 선택한 합법적인 정부와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숙련된 의사이기도 한 그는 취임 선서 후 일본 식민지 스타일의 총통 관저 앞에서 외국 고위 인사들과 현지 참석자들에게 "양측의 관광 재개 와 학생 교류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만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대만해협은 물론 광역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할 세계적 책임을 대만과 함께하며, 전 세계가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라이칭더 행정부는 양보도 도발도 하지 않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주권을 포기하더라도,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단순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여겨진다. 그는 "대만은 전략적으로 첫 번째 아일랜드 사슬에 위치해 있으며, 대만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지정학적 발전에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라이 총통은 "우리는 주권을 가진 한 국가를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1장에 "중화민국의 주권은 시민 전체에 귀속"되며 "중화민국의 국적을 가진 자는 중화민국의 시민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는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종속되어 있지 않으며, 대만의 모든 시민들은 우리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정당들은 중국의 합병에 반대하고 주권을 보호해야 하며, 그 누구도 정치 권력에 대한 대가로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 미 국무장관은 축하 인사를 통해 라이 총리의 취임과 대만 시민들이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힘을 다시 한번 발휘해 준 것에 대해 축하를 보냈다.
"우리는 라이 총통과 대만 정치 전반에 걸쳐 공유된 이익과 가치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오랜 비공식 관계를 강화 시키며, 대만해협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51개 그룹 508명 이상의 외빈이 취임식과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자 중에는 공식 외교 동맹국의 국가원수들도 포함됐다. 공식적인 유대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의 대표단도 함께 했으며, 유럽, 영국, 일본, 호주, 한국의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조경태(Cho Kyoung-Tae), 한국-대만 국회의원 친선협회 회장인 그는 국회의원 단체를 이끌고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아만다 샤오(Amanda Hsiao) 수석 중국 분석가는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전임자인 차이잉원 전 총통으로부터 두 가지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하나는, 차이 행정부의 업적 때문에, 대만은 전보다 더 많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국제적인 위상도가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대만은 서구 정부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양안 대화가 지난 8년간 얼어붙었기 때문에, 대만은 중국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대만이 직면한 도전적인 상황이다. "서구 정부들과 상호 교류할 더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공간은 더 적어졌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총리 재임 시절, 라이칭더는 자신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천적인 일꾼"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중국은 그를 "위험한 분리주의자"로 분류했다.
린총핀(Lin Chong-pin) 전 대만 국방부 차관은 중국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실용적인 타협을 할 가능성과 대만해협을 전쟁에서 구할 것을 시사하는 네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대만 독립주의자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 신임 총통은 미중 간 양대 역학 관계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린은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가드레일과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을 혐오하는 것도 두 번째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요인으로는 전쟁에 대한 중국의 기피 문화와 20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용한 정책 개편이 있다. "기본적으로, 시 주석의 새로운 외교 및 국내 어젠다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은 베이징의 새로운 매력 공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린총핀은 "네 가지 요소가 서로 결합되면서 전쟁에서 대만해협을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측통들은 대만의 공식 외교관계가 라이칭더의 연설에 대한 중국정부의 반응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우루는 지난 1월 여당인 민진당(DPP)이 전례 없는 3연임의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외교 관계를 타이베이에서 베이징으로 바꿨다. 1996년 대만이 총통 직선제를 실시한 이래 처음으로 정당이 4년 연속 3연임을 이뤘지만 민진당은 올해 초 총선에서 과반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차이잉원 전 총통의 전임자 마잉주(馬英九)의 재임 기간 중 가장 따뜻했다. 2016년 민진당의 차이 총통이 취임한 후 중국은 대만의 우방국들을 외교적으로 유인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이면서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관계는 악화되었다. 최근 몇 년간 대만 인근의 하늘과 바다에서 중국군의 잦은 "회색 지대" 전술로 긴장이 고조되었고, 일부 전투기들이 대만해협의 중간선(The middle line)에 진입했다. 대만은 차이 총통 정부에서 10개의 우방국이 감소했고, 현재 12개의 외교 동맹국을 갖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인 외교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자위 능력을 향상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자치령인 대만을 분리된 지방으로 보고 있으며, 대만을 통제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