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풍미(風靡)하고 있다

2024-04-22     김남주 대기자
숏폼이 세상을 풍미(風靡)하고 있다.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정신을 차려보니 후딱 30분이 지났다. 유튜브에 들어가 ‘쇼츠’ 란에 흥미를 끄는 게 있어 들여다봤더니 뚝뚝 이어, 이어서 나오는 숏폼(Short-form ; 짧은 영상)이 계속 시선을 잡아 빠져들었다. 그래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혼을 빼놓을 수가 있나. 온갖 화려하고, 흥미로운 게 줄이 서있다. 어떻게 내 취향을 알고 계속 뿌려 대니 빠져 나올 수가 없다. 뭐에 홀린 게 분명하다. 마약이다. 깊게 함몰돼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다음에는 좀 자제해야지 했는데 또 그 덫에 걸려든다. 나이 든 내가 이럴진대 젊은이들은 오죽할까. 항상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젠 뭔가 대응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숏폼이 세상을 풍미(風靡)하고 있다. 거센 바람에 풀잎들이 기울 듯 온통 숏폼에 밀리고 있다. 숏폼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15초에서 최대 10분을 넘기지 않는 짧은 영상으로 제작된 콘텐츠다. 세상 사는 게 밋밋해서 그런지 짧고 강렬한 것을 취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많은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대세가 됐다. 특히 30대 이하 Z세대를 중심으로 짧은 영상을 즐겨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으로부터 회피하고자 숏폼 콘텐츠를 찾는 것으로 분석한다. 문제는 숏폼을 지나치게 보면 마약과 같은 중독현상에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다. 디지털 마약에 걸려드는 셈이다. 숏폼 안에는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요소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선을 강제로 영상에 두도록 하는 시각적‧청각적 자극이 있어 중독된 듯 빨려 들어가서 헤쳐나오지 못한다는 경고다.

숏폼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마약을 한 번 사용하면 똑같은 자극을 얻기 위해 계속 마약을 찾는 것처럼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지속해서 보면 어느새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찾게 된다. 언제나 내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켜면 곧바로 접근할 수 있어 약물중독보다 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리학적으로 숏폼은 이용자 뇌의 도파민을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분비하게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뇌의 활성도가 떨어져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한다. 정신 건강에 위해를 끼치게 된다.

숏폼의 효시는 틱톡이다.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한 틱톡의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세계적으로 17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후 2021년 2월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해 6월에는 유튜브 쇼츠가 국내 출시되며 숏폼 콘텐츠 유행이 확산됐다. 소비자들의 뷰(view)로 먹고 사는 국내 플랫폼들도 강한 불길에 따라붙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숏폼 열풍에 가세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체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했다. 최근엔 네이버 블로그 앱 하단에 클립 만들기 버튼이 추가됐다. 블로그 사용자가 제작한 숏폼 콘텐츠는 블로그 앱뿐 아니라 네이버 클립 탭 내 검색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의 사내 독립기업, 다음CIC도 지난달 모바일 다음에 숏폼 탭을 신설했다. 이용자들은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 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숏폼은 생산자 입장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개인, 브랜드 모두 크리에이터를 자처해 숏폼 영상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조회수가 곧 홍보이자 돈이 되는 상황에서 숏폼 자체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숏폼을 그저 즐기고 소비하는 데 그칠 수 있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하는 일을 알리고 수익을 실현하는 등 보다 실용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숏폼의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은 너무 큰듯하다. 이런 탓에 해외에선 숏폼 시청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이용 시간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영상 중독에 취약한 미성년자들의 경우 시청 시간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숏폼 노출에 취약하다. 이들은 자제력이 낮고 숏폼 내 광고를 통한 물품 구매 등 상업행위에도 충동이 생길 여지가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스스로 이를 분별있게 시청해야 되지만 그게 어려운 게 문제다. 그러니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