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靑出於藍)의 AGI

2024-04-11     김남주 대기자
사람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AGI. AGI가 도래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상상도 안 간다. (사진=LG)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인간이 인간을 능가하는 피조물을 만든다? 그게 가능할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떠오른다.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이다. 보통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사람이 만들고 가르쳤지만 사람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AI)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AI가 화두인 요즘, 온 세계가 이를 붙잡고 난리다. 뒤지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AI 기술 경쟁에 실로 분주하다. 이제 경쟁 화두는 AI와 생성형 AI를 넘어,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치닫고 있다. AGI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AGI. 과연 AGI가 도래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상상도 안 간다. AGI 패권을 노리고 나라마다 테크기업마다 눈에 불을 켜고 있다.

AGI는 말 그대로 특정 분야에 국한된 AI가 아니다. 범용(汎用)이다. 다방면에 걸쳐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세상 사는 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들 한다. AGI는 인간 앞에 닥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인간보다 월등한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보다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할 수 있다.

AGI가 인류를 향해 바짝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다. 머스크는 이르면 내년 안에 AG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X(옛 트위터)에서 진행한 니콜라이 탕겐 노르웨이 국부펀드 CEO와의 인터뷰에서 “AGI를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내년이나 내후년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원래 허무맹랑한 말을 간혹하는 인물이다. 허나 AGI 도래에 대한 그의 전망은 도외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 말고도 많은 AI 전문가들이 AGI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다소 상이할 뿐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AGI 시대를 앞당길 필수 요소인 AI 칩이다. 그 칩 생산을 거머쥐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5년 이내에 인간과 같은 수준의 AGI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해 강연에서 “10년 이내에 AGI가 실현될 것이며, 그 성능은 인류의 지능 총합의 10배를 뛰어 넘는다”고 피력했다. 사실 지난해 머스크 역시 오는 2029년에 AGI가 달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전망치를 수정했다. 작년 시점보다 더 빨리 사람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춘 AI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머스크는 그 이유로 “내가 본 어떤 기술 중에 AI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준에서 AGI에 가장 근접한 모델은 무얼까. 생성형 AI를 이끌고 있는 오픈AI의 연구개발과정에서 이를 촌탁할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우리의 연구가 결국 인간 수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인 AGI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안전하고 유익한 AGI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최근 밝혔다. 이 회사가 ‘GPT-4’후속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GPT-5’는 사람의 모든 지적 작업을 거의 수행할 수 있는 AGI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람은 원래 편한 걸 좋아한다. 네이버가 검색시장을 독점하게 된 것을 보라. 검색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AGI가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면 AGI는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게 분명하다. AGI는 문제 해결사다. 우리 곁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있다고 상정해 보라. 손이 바로 안 가겠는가. AGI가 그래서 우리에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또 달리 생각해 AGI를 나쁜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너무나 끔찍스러울 것이다. AGI 시대를 앞두고 인류가 이를 놓고 선결(先決)해야할 과제가 산처럼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