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살가운 로봇이 있다면…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인간은 교감하는 동물이다. 타자와 연계하지 못하고 고립돼 있으면 삶은 신산(辛酸)해 진다. 반려동물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 차라리 개나 고양이가 더 믿음이 간다. 바람 부는 대로 갈대처럼 휘날리는 사람보다 낫기 때문일까. 로봇은 어떨까. 인간을 빼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프로그램이 변치 않는다면 로봇은 항상 그대로일까. 차라리 이젠 동물보다는 인간형 휴머노이드와 교감하면서 살면 어떨까. 부부 사이도 매순간 신경을 써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다. 결혼기념일을 놓치면 수일을 고생해야 한다. 로봇과 같이 살면 스트레스가 덜 할까. 사회성을 갖춘 이른바 소셜 로봇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사람 형태를 가진 데다 내 감정까지 읽어내고 나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다. 까칠한 사람보다 훨씬 낫게 피부까지 보드라운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막막한 광야에 홀로 선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로봇이다. 바로 ‘소프트’ 형 로봇이다.
로봇 하면 사람들은 금속성 외형을 먼저 떠올린다. 감정이란 도저히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냉랭한 기계 정도다. 그러나 소프트 로봇은 금속 재질의 둔탁한 로봇이 아니다. 사람의 살결보다 연하다. 몸이 물렁물렁해 힘이 약하다. 로봇이 사람과 같이 생활하려면 무엇보다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소프트 로봇은 살붙이가 쉬워 인간과 감정적 교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요타연구소(TRI : Toyota Research Institute)가 온몸이 풍선처럼 푹신한 휴머노이드인 푸뇨(Punyo)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인간형 소프트 로봇, 푸뇨는 본격적인 소셜 로봇이 아니지만 포옹을 통해 의외로 많은 감정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로봇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한 친구가 해후해서 꼭 껴안아 주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또 연구소는 푸뇨는 부드러운 몸체를 이용해 집게 같은 손가락보다 더 다양한 물체를 조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처음에 로봇팔에 달린 집게손인 그리퍼(gripper)를 부드러운 소재로 만드는 연구를 했다. 금속 집게를 오므리고 펼치는 대신, 공기압을 넣었다 빼면서 형태를 바꾸는 그리퍼이다. 그러다가 아예 휴머노이드 로봇 전체를 부드러운 소재로 감싸는 연구로 발전했다. 개발 성과가 나오면서 푸뇨의 손과 팔, 그리고 가슴은 부드러운 재료와 촉각 센서로 덮여 있어 물체의 접촉을 느낄 수 있게 됐다. 푸뇨의 소프트한 속성은 조작하는 물체에 순응해 안정성을 높여주고, 적적한 마찰력을 주며, 접촉력을 고르게 분산시킨다. 특히 촉각 감지 능력은 푸뇨가 물체에 통제된 힘을 가하고, 접촉을 감지하며, 물체의 미끄러짐과 부딪힘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푸뇨는 아직 온몸을 쓰지는 못하고 가슴과 두 팔만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기존 휴머노이드가 조작하지 못하는 크고 부드러운 물체를 조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크고 무거운 물체가 있으면 두 팔로 감싸고 들어 올리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을 허그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은 외롭고, 괴로울 때 안기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날 안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위를 둘러보라. 나를 껴안아 줄 수 있는 이가 있는가. 우리는 그곳, 우리가 생겨난 그곳, 어머니 뱃속을 그리워 한다.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수 없는 곳. 다행히 이제 소프트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될 날이 오고 있다. 길고 긴 밤에 나를 부둥켜 안아주고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로봇, 그 휴머노이드가 빨리 상용화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