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진에 ‘TSMC’ 위상도 크게 ‘흔들’?

TSMC 칩 공정 중단, 직원들 대피, “자칫 반도체와 세계경제에 타격” 빅테크들 ‘과도한 TSMC 집중’ 우려, 삼성 등 경쟁사에 반사적 기회? 교통․물류 인프라 피해도 관심, “이번 지진 계기, TSMC에 대한 시각 변화”

2024-04-03     다니엘 킴 대만특파원
규모 7.4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만의 모습. (사진=AP통신)

 [애플경제 다니엘 킴 대만특파원 ]  규모 7.4의 지진이 대만에서 발생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메이커인 TSMC가 가동을 중단하는 등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이는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를 변수여서 국제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AP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애플경제> 대만 특파원 등 현지소식통을 종합하면, 25년 만에 대만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으로 인해 TSMC의 생산이 중단되어 기술 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다. 특히 TSMC의 공정은 AI와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을 망라한 기술의 기초인 첨단 칩 제조에서 대만이 맡아하는 중요한 역할 때문에 그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TSMC 등 현지 반도체 회사들 생산 차질 우려

규모 7.4의 지진으로 대만 전역에서 최소 26채의 건물이 붕괴되고 4명이 사망, 57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의 애플공장과 엔비디아 지사, 그리고 특히 세계 최대의 고성능 AI칩을 비롯한 파운드리 제조업체인 TSMC가 이로 인해 일부 칩 공정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지에 진출한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일부 공정을 중단하고, 대만의 신주(Hsinchu)와 타이난(Tainan) 허브에 있는 생산시설 가동을 중지했다.

대만은 최신 아이폰의 핵심 프로세서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AI모델을 훈련시키는 엔비디아 그래픽 칩을 포함, 세계 최첨단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그 중심 역할을 하는 TSMC는 세계 최고의 복잡한 AI칩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더욱 지진의 영향이 주목을 끌고 있다.

대만은 현재 세계 최고급 칩 수요의 약 80~90%를 생산하고 있다. 만약 이번 지진으로 인해 공정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이를 사실상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인 ‘Stiftung Neue Verantwortung’은 이를 두고 “대만은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잠재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일 위험 지역’”이라고 묘사했다. 즉 대만 한 곳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의존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출처 장링위 시민기자

대만, 세계 첨단 칩의 80~90% 생산

AI는 현재 모든 ICT기술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야다. 오픈AI의 샘 앨트먼에서부터 엔비디아의 젠슨 황에 이르기까지 리더들은 한 목소리로 “새로운 AI 서비스 교육에 필요한 칩이 부족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필요한 모든 AI칩 물량이 TSMC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이 회사의 생산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나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이번 지진으로 회사가 어떤 공정을 중단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정상 운영을 재개할 수 있는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진으로 인해 대만의 물류와 전력 인프라가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에 따라 첨단 칩 배송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는 물론, 세계 ICT산업 전반에 긴장감과 초조감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TSMC와 다른 칩 제조업체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어떤 피해와 영향을 입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첨단 칩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TSMC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기계를 미세 조정하고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모든 제조시설을 구비해왔다. 지금까진 그런 노력이 성공적이어서 인텔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인해 앞으로도 있을지로 모을 천재지변이나 국가 안보상의 돌발상황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난 코로나로 인해 공급망이 차질을 빚을 때부터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TSMC에 ‘지리적 다각화’를 촉구하곤 했다. 이에 TSMC는 현재 일본과 미국에 칩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이들 생산 라인은 본사만큼 최첨단의 칩을 위한 설비는 아니다.

대만, 천재지변, 안보상 돌발상황 등 우려커질듯

대만은 두 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에 가까워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 또 양안 긴장 등 정치적인 분쟁의 발화점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배신자의 지역’으로 간주하고, 결국 이 지역을 더 큰 중국으로 통합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인구 약 2,350만 명의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다. 올해 선거에선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가 총통으로 뽑혔고,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무력으로 대만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계속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같은 상황에서 만약 대만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약 10조 달러의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10%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이번 대만 지진은 새삼 TSMC의 자연적,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위기를 각성시킨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