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도 IT기술로 해결…‘슬립테크’ 시장이 뜬다

AI․IoT, 빅테이터 기술 접목, 웨어러블 기기, 모니터링 앱 등 AI 장착된 베개로 ‘코골이’ 해결, 백색소음으로 수면 유도 삼성․애플․LG 등 빅테크 비롯, 스타트업들도 시장 경쟁 뛰어들어

2024-04-02     이윤순 기자
이른바 '슬립테크' 기술과 제품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관련 기업인 '에이슬립'의 'CES 2023' 출시 부스. (사진=에이슬립)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슬립테크(SleepTech)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슬립테크’는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을 접목,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앱이나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기와 기술 등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시장보고서를 통해 “수면과 직접 관련된 침대·베개·이불 등 기본 침구 외에도 침실 온도·공기·조명 등 환경 요건을 망라한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고 짚었다.

빅테크들, 웨어러블기기, 숙면 최적화 솔루션 출시

슬립테크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을 접목,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앱이나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기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주요 빅테크들은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슬립테크 제품의 고도화를 추구하며, 시장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손목’에, 삼성은 ‘손가락’에 착용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 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했다. 수면 중 이상이 발견되면 착용자에게 알리고, 의사 상담을 권유한다. 애플은 또 건강 앱에 내장된 AI가 애플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숙면을 위한 권장 사항을 제안하는 유료 코칭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삼성헬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가 수면 기능”임을 강조하며,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이어버드·링(반지) 같은 광범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을 탐지하는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사내독립기업(CIC) ‘슬립웨이브컴퍼니’를 설립, 슬립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애플과 삼성이 각기 손목이나 손가락에 착용하는 기기를 개발한 것과는 달리, ‘귀’에 직접 신호를 투사, 숙면을 유도하는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를 출시했다.

이는 실시간으로 뇌파를 모니터링, 사용자 상태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에 기록된 생활 데이터와 연계해 숙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CES’ 등에서 스타트업들 기발한 제품과 기술 선봬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현장에선 슬립테크 전용관이 개설될 만큼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등장했다. ‘CES 2024’에선 반지, 헤어밴드, 마스크, 안대 등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30여 종 이상 출품되었다.

특히 중소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전반적인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와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성을 갖춘 슬립테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슬립테크 기업을 표방한 에이슬립은 지난 ‘CES 2023’에서 AI 기반 수면 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수면 중 숨소리를 통해 수면 단계를 진단하는 AI 기술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스피커 등 마이크가 설치된 기기만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든 수면 단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슬립은 특히 “수면 진단 기술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가장 앞선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렘수면과 비렘수면, 그리고 잠에서 깬 상태를 측정한 정확도가 업계의 스마트워치에 비해 평균 15% 높다”고 밝혔다.

아미라헬스(Amira Health)는 ‘CES 2024에서 스마트 팔찌와 급속 냉각 매트리스를 활용, 개발한 안면 홍조 모니터링 프로그램 ‘테라 슬립(Terra sleep)’을 공개했다. 이는 폐경기 여성이 자주 겪는 열감으로 인한 수면 장애 개선을 돕는 기술이다.

드림에그(Dreamegg)는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편안한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 기계를 공개했다. 백색소음은 새소리, 파도소리, 천둥소리와 같은 자연음을 말한다.

텐마인즈(왼쪽)의 AI 베개와 비알랩의 수면 분석 모바일앱.(오른쪽). (출처=텐마인즈, 비알랩, KB금융경영연구소)

헬스케어 디바이스 전문 기업 텐마인즈(10Minds)는 AI를 탑재한 베개를 선보였다. 이는 AI가 코 고는 소리를 인식, 자동으로 베개가 부풀어 오르며 고개를 움직이게 하는 ‘모션필로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비알랩(BRlab)’은 자체 개발한 수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탑재한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이 회사가 앱을 통해 공개한 AI수면 솔루션 브랜드 ‘벤자민(Benzamin)’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는 수면 전후의 생체 데이터와 수면 데이터를 모니터링, 수면 상태를 제어하는 사용자 최적화 솔루션이다.

신체적·정신적 상태 분석을 기반으로 심박수를 동기화하여 전반적인 수면 상태를 개선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깊은 수면 강화 ▲기상 시점 컨디션 최적화 ▲코골이 기록 등의 기능이 탑재되었다.

슬립테크 시장은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이루어졌다. 앞으론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뛰어드는 가운데, 기업 간 협력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복수의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합동 플랫폼을 형성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게 KB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이다.

포켓몬 코리아(왼쪽)의 포켓몬 슬립과 글래드라이브강남 호텔의 '아트X슬립 테라피'. (출처=포켓몬코리아, 글래드라이브강남, KB금융경여연구소)

의료기기 이외의 기업들도 슬립테크 시장에 도전

예를 들어 게임 회사도 이 분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5는 숙면을 돕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슬립’을 출시했다. ‘포켓몬 슬립’은 포켓몬 캐릭터 ‘잠만보’를 육성하는 게임으로,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자면 수면 리듬을 측정할 수 있다. 즉, “자고 일어나면 측정된 수면 데이터를 확인하고, 잠만보 주변에 모여든 포켓몬을 관찰하거나 요리를 만들어 잠만보를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래드라이브 강남 호텔과 수면 연구 기업 ‘허니냅스’, 공간 디자인 기업 ‘체리쉬’ 등 3사가 협업, 개발한 ‘아트X슬립 테라피(Art X Sleep Therapy)’ 패키지도 그런 사례다. ‘아트X슬립 테라피’ 패키지는 ‘체리쉬’가 컬러를 이용해 공간을 구성하고, ‘허니냅스’가 개발한 ‘슬립 스캐닝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콘셉트 룸에서 1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지난 4년간 28.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진료비는 86%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KB금융경영연구소 방석훈 책임연구원은 “취침 전 스마트폰에 몰두하거나,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며,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등의 요인으로 수면 장애 환자가 날로 급증하고 있어, 슬립테크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히 수면 장애 환자 비율이 높은 장년층과 노년층들에게 먼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