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와 피고소, 머스크 vs 앨트먼의 과거 ‘가시돋힌 말들’
수 년 간 온․오프라인 ‘조롱쪼의 덕담과 언쟁’ 눈길 NYT, 그간 발언 복기 ‘미래 AI산업지형 시사할 만한 언급들’ 일단 “‘AI 사업’ 주도권 두고 머스크가 ‘포문’” 해석도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샘 앨트먼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고소는 세기의 ‘AI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 간에 지난 수 년 간 오갔던 가시돋힌 발언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 맥락은 이번 고소 사건의 배경은 물론, 앞으로 펼쳐질 AI기술과 산업의 지형을 가늠해볼 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두 사람이 X(트윗)나 각종 공식, 비공식 만남의 자리에서 주고받은 언사 등을 일일이 복기하며, 그 행간의 의미를 반추하고 있어 주목된다. 머스크가 앨트먼에게 했던 얘기, 반대로 앨트먼이 머스크에게 했던 말, 그리고 두 사람이 각각 AI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해 했던 말과 생각 등이다.
한때 동지였다가 첨예한 ‘경쟁자’로
애초 두 사람은 AI의 미래를 위해 뭉쳤지만, 수년에 걸쳐 점점 더 사이가 멀어졌다. 10년 전 두 사람은 AI의 위험성에 대해 함께 우려하며 손을 잡았다. 그 결과 2015년에 비영리 AI연구소인 오픈AI를 만들었다. 이른바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AI를 위한 실험실”을 표방한 것이다.
그러나 3년 후인 2018년 머스크는 앨트먼과 주도권 다툼 끝에 오픈AI를 떠났다. 머스크는 그 후 연구소가 영리 회사로 변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곤 했다. 그렇게 수 년에 걸쳐 두 사람은 알트만이 복직되기 전인 11월 OpenAI에서 잠시 축출되었을 때를 포함하여 서로에 대해 점점 더 가시적인 발언을 해왔다.
마침내 지난 28일 머스크는 앨트먼과 오픈AI가 “AI 개발에 있어 공익보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머스크와 앨트먼 간의 창립 계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고소했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지난 수 년 간 두 사람 간에 오간 말은 그간의 과정을 소상히 짐작케 하며, 향후 AI 산업의 기상도까지 미리 예상하게 한다.
머스크가 앨트먼에 대해 한 말
머스크는 지난해 11월에 X에 “중요한 것은 AI를 깊이 이해하고 샘(앨트먼)에게 맞설 수 있는 ‘감독’이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라고 올렸다. 오픈AI와 앨트먼의 AI기술을 견제할 ‘감독’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머스크는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DealBook Summit’에서 “나는 샘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을 갖고 있다. 권력의 반지는 타락할 수 있고, 그는 권력의 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앨트먼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또 “A.I에 위험한 요소가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들(오픈AI)이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앨트먼 고소장에선 “앨트먼은 오픈AI가 기술과 지식을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원래의 사명과 역사적 관행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앨트먼이 머스크에 대해 한 말
이에 비해 앨트먼의 머스크에 대한 발언은 초기엔 칭송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약간의 비아냥이 깔린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 몇 가지를 보면, 오픈AI를 창립한 시기인 2015년에는 “그를 정말 신뢰한다. 이는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분명히 중요한 대목이다”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두 사람이 갈라선 다음 해인 2019년 1월 개인 블로그 게시물에서도 앨트먼은 “머스크의 확신과 신념”을 호평하기도 했다. 그는 “수 년 전 머스크가 나를 ‘SpaceX’공장 견학에 데려갔을 때를 기억한다”며 “그는 로켓의 모든 부분을 제조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대형 로켓을 화성에 보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난 절대적인 확신의 표정이었다. ‘아, 그게 신념의 기준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9년 5월 트윗에선 “역겹다”는 표현까지 쓰며 “머스크가 아닌 환경과 기술혁신을 보고 투자하라”고 투자자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테슬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역겹다. 풋옵션으로 돈을 벌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과 혁신의 편에 선 사람이 되라”며 “일론(머스크)를 상대로 베팅하는 것은 ‘역사적 실수’이며, 최고의 제품이 승리하는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약간 불편한 심기를 감추면서 “샘에게 감사한다”라고 답장했다.
그러나 4년 후인 지난해 3월 앨트먼의 어조는 전혀 달라졌다. 날선 비판을 그에게 쏟아낸 것이다. 그는 ‘On With Kara Swisher’ 팟캐스트에서 당시 화성 진출과 우주 탐사 등을 언급한 머스크에 대해 “그는 바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그에 대해 뭐라고 하든, 그는 제가 갖고 싶은 스타일이 아닌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며 “하지만 나는 그가 정말로 (우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인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치 “어디 한 번 잘해보라”는 식의 다소 조롱섞인 어투였다.
역시 자난해 9월에 진행된 ‘In Good Company’ 팟캐스트에선 또 다시 그를 추켜세우는 듯한 표현을 했다. “일론(머스크)은 확실히 재능과 관심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다”면서 “특히 (오픈AI창업) 초기에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듯이, 진정한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고 했다. 필요에 따라 깎아내리거나 추켜세우는 모습이었다.
머스크와 앨트먼이 각각 AI에 관해 한 말
두 사람이 자리를 함께 했을 때 주고받은 얘기도 주목된다. 특히 AI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매번 세인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던 2015년 10월 열렸던 ‘Vanity Fair’의 한 프로그램에서 앨트먼은 “미래의 행복한 비전은 인간과 AI”라며 “공생 관계에서 분산된 AI는 단일 AI가 아닌 많은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그런 종류의 것(분산된 AI)이 우리 모두가 하는 모든 일을 통제하며, (이를 채용한 기업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백만 배 더 똑똑하다”고 했다.
이에 나란히 앉아있던 머스크는 “저는 샘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이미 거대한 사이보그와 같은 인간 기계 집단 공생체”라고 맞장구를 쳤다.
2016년 9월 앨트먼이 인터뷰 형식으로 머스크와 나눈 얘기 역시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당시 앨트먼은 “정말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말하면, 당신(머스크)은 AI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AI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떻게 생겼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 있나요?”라고 머스크에 물었다.
이에 머스크는 “우리는 AI의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기술을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이것이 바로 여러분과 저, 그리고 나머지 팀이 오픈AI를 만든 이유이자, (공익을 위한) AI 확산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소수의 손에 집중되지 않도록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나름대로 ‘공익을 위한 AI’를 표명한 셈이다. 이에 앨트먼이 전폭적으로 동의했는지는 인터뷰 액면상으론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두 사람 간의 지난 녹취록만을 놓고 보면, 앨트먼은 ‘AI의 공익적 책무’에 대해선 이렇다할 확언을 한 바가 없다. 머스크 역시 ‘AI의 위험성’을 간헐적으로 지적했지만, IT기술과 AI를 기반으로 한 자신의 사업에 주력할 뿐이어서, ‘AI의 공적 책무’에 대한 진정성을 크게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