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 시대 맞아 이통 3사 분주한 모습

2024-02-26     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인공지능(AI)의 ‘지능’이 놀라운 건 바로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유저의 다양한 요구에 척척 솔루션을 내놓는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곧바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건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집적해 놓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선 엄청난 저장 메모리가 필요하다. 서버가 이걸 해낸다. 서버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보관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량 용량의 서버가 필요하다. AI는 클라우드 서버에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후, 결과를 기기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대규모 전력 사용과 함께 데이터 수집과 전송에 시간이 소요되고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이의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기기 자체에 AI 연산을 할 수 있는 칩을 내장함으로써 통신 연결 없이도 기기가 스스로 가벼운 AI 학습과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진운에 부응하여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는 AI 전략 기술 전시와 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26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MWC 2024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이날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여기에서 국내 이통 3사는 AI 전략과 기술력을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온디바이스 AI와 관련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포문을 연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도 이번 MWC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클라우드 서버 등을 이용하지 않고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통신사들도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아 분주한 모습이다. 경영환경이 바뀐 만큼 그에 대응한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통 3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AI 시대를 준비해 왔다. 근래 들어서는 온디바이스 AI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자 통신사들도 이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의 경우, 유영상 대표가 지난 1월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회사의 AI 방향성에 대해 AI를 접목한 통신 서비스와 개인비서를 비롯해 ‘온 디바이스 AI’를 제시했다. 그는“온 디바이스 AI가 현재는 스마트폰에 한정돼 있는데 지금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나온다면 그쪽의 AI 서비스를 타깃으로 정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온디바이스 AI 기반 단말 소비전력 절감과 관련된 초기 단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통신 영역의 선제적 연구개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KT그룹도 최근 국내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시리즈B 라운드에 330억원을 투자하며 AI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리벨리온은 이번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100B AI모델까지 추론할 수 있는 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KT그룹은 온디바이스 AI에 ‘리벨’을 적용하는 등, 향후 리벨리온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AI 반도체 라인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AI 인프라·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WC 2024에서 5.5G/6G와 온디바이스 AI 등 핵심기술 및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탐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객 경험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사들과 미래 협력 방안을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현식대표는 “MWC 2024는 변화하는 글로벌 통신 시장 및 최신 AI, ICT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래 사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자리다. 혁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 플랫폼 신사업의 기반과 차별적 고객 가치에 기반한 성장기회를 발굴하겠다”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온디바이스 AI 시대는 이동통신사들에겐 새로운 도전임에 분명하다. 일단 통신을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 탑재된 AI를 통해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도전임 셈이다. 국내 이통 3사들은 이런 새로운 환경에 활로를 찾기 위해 해법 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통 3사들은 MWC 2024를 통해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전시 출품을 보면서 좋은 영감을 얻고 미래 경영 청사진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