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간’…가상 인플루언서 전성기?
컴퓨터 그래픽, AI로 제작, 소셜미디어, 광고모델 활동 생성AI기술 발달 등으로 더욱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국내 ‘김래아씨’, ‘로지’, 해외 ‘릴 마켈라’, ‘슈두’ 등 유명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가상공간에 사는 ‘인간’이라고 할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가상인물인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 인플루언서, 또는 가상 캐릭터)가 인간사회의 경제․사회적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이미 각종 소셜미디어 등에서 마치 실존 인물인 듯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AI 등 기술의 진보가 만든 새로운 ‘존재’들이다. 현실세계에서 존재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일군의 ‘팬심’까지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비록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AI기술 등을 합쳐 만든 가상인간이긴 하지만, 실제 인격체로서의 인간처럼 소셜미디어로 소통하고, 노래하거나 춤도 춘다. 실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gram)는 춤을 잘 추기로 유명하다.
최근 실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
그래서 이들은 기업체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하고, 팬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오픈AI의 텍스트-비디오 전환 AI모델 ‘소라(Sora)’가 출시되는 등 획기적인 기술 발전은 더욱 이런 가상 캐릭터들의 수준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수 년 전 버추얼 인플루언서 내지 가상 캐릭터가 등장할 때만 해도 표정이나 이목구비가 확실히 진짜 인간과는 구분되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들이 등장한 사진이나 영상에선 진짜 사람과 실제 인간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보니 기업체의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사회, 경제적 활동은 활발하다. 특히 해외에서는 ‘Caryn.ai’나 ‘Aitana Lopez’ 등과 같이 미드저니를 비롯한 이미지 생성AI로 실제 인간과 거의 유사한 사진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공개된 오픈AI의 ‘소라’를 활용하면, 이들의 동영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사용자와 소통, 큰 차별점”
AI개발자 사이트를 운영하는 AI개발자 ‘깊은 바다’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와의 소통”이라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실제 일본에는 언더그라운드 아이돌이 있고, 이들은 방송 출연 대신 라이브 공연이나 이벤트를 주로 한다.
이들은 또 가상공간에서의 공연 후 팬들과 사진을 찍거나 짧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멀리서 쳐다보기만 해야 하는 유명 연예인과 달리, 직접 스킨십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이들 버추얼 인플루언서 중에선 특히 그 성능이 뛰어난 경우는 일상대화 AI를 통해 비교적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사용자와 대화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 연예인과는 달리, 사용자에게 관심을 갖고 부담도 없다.
특히 AI개발자 ‘깊은 바다’는 “지금은 이같은 일상대화 AI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우선은 ‘장기기억’ 여부다. 즉 지난 번 나눴던 대화나 감정적 분위기를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금방 잊어버리면, 사용자와 진정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또 소정의 상식이나 지식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양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이어가며,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만약 이런 버추얼 인플루언서 챗봇의 기능이 더욱 발달하고 자연스러워 지면, 일상대화 AI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최근의 기술 발달 속도를 보면, 그럴 가능성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까다로운 인간과 달라, 광고모델로 인기”
국내에서도 이미 대중적 ‘스타’로 꼽힐 만큼 널리 알려진 가상 캐릭터들이 여럿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경우는 LG전자 가전제품 홍보모델로 활동하는 ‘김래아 씨’가 있다. 또 신한라이프 광고모델 로지, 신세계그룹 소속인 와이티 등이 유명하다.
이들이 이처럼 광고모델로 발탁되거나, 인기가 높은 이유는 “까다로운 인간과는 다르다”는점이다. 또 인간과는 달리 별도 스케줄이나 공간 선택 등과는 무관하게 그야말로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모두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대로 패션 화보 촬영이나, 음반 발매, 그리고 뮤직비디오 출연, 라이브 콘서트 등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잔짜 사람보다는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효과도 크다. 그래서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경제․산업적 전망도 밝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벤처투자 회사인 패스트벤처즈의 박지웅 대표는 자체 블로그를 통해 “AI 분야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성과이자 기회 중 하나는 바로 버츄얼 인플루언서나 버츄얼 유투버”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플루언서 영역이야말로 꽤 많은 부분들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많은 10~20대 사용자들의 경우 실제 사람이 아닌 ‘AI-powered’ 된, 무언가와 인터랙션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람이 아니란 점이 오히려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덜어준다는 얘기다.
그 덕분에 “버츄얼 인플루언서나, 버츄얼 유투버(버튜버) 같은 키워드로 여러가지 사업 모델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천문학적 돈 버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
그런 가능성을 지닌 최근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기술적 완성도 등에서 이젠 ‘인간’과 흡사한 모습이 되고 있다. “실제로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가운데 하나인 ‘릴 미켈라’(@lilmiquela)가 대표적이다. 이는 2016년에 등장했다. 스타트업 기업인 ‘브러드(BRUD)’가 만든 릴은 패션잡지 모델, 혹은 광고, 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한다. ‘릴 마켈라’는 샤넬과 프라다,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 모델로 기용됐고, 2019년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광고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gram)는 2021년 7월 신한라이프 단독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나이는 ‘영원한 22살’이다. 지난 신한라이프에서 등장한 이후 쉐보레, 반얀트리, 질바일질스튜어트 등 다방면에서 모델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또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shudu.gram)는 슈두는 영국의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만든 흑인 여성 슈퍼모델이다. 남아프리카 출신의 20대 중후반으로 설정됐다. 국내에선 삼성 ‘Z Flip]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고, 패션잡지 ’엘르‘ 화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LG전자 전속 모델 ‘김래아씨’(@reahkeem)다. ‘CES 2021’에서 처음 공개된 ‘김래아씨’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3살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다. ‘래아’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이다. 이는 모션 캡처와 딥러닝, 자연어 학습 등으로 모습과 움직임, 목소리를 구현해 냈다.
이같은 버추얼 인플루언서 관련 산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업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이 올해 약 150억 달러, 한화로 16조 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히 ‘제2의 인간’들에 의한 새로운 산업이 번성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