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의 대안, ‘휴머노이드 로봇’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사람들은 ‘로봇’하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정한다. 인간 모습을 할 뿐 아니라 사람의 행동도 흉내 낸다. 미세한 감각과 운동신경이 요구되는 깨지기 쉬운 달걀을 집는가 하면 빨래도 갠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성형 AI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과 자동차, 전자관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이 한창이다. 수십조원을 투자해도 가망없는 저출산 현상이 어쩔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휴머노이드를 생각할 수 있다.
며칠 전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Optimus-Gen2)의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옵티머스가 슬슬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약 15초 분량의 짧은 이 영상에 ‘옵티머스와 함께 산책하기’라는 짧은 글을 달았다. 앞서 테슬라는 옷이 담긴 바구니에서 빨래를 꺼내 차근차근 개는 모습이나 계란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올린 뒤 냄비 위에 조심스럽게 놓는 옵티머스의 장면도 소개했다.
작년 10월 아마존의 시애틀 물류 창고에도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가 등장했다. 디지트는 물류센터 내에서 걸어 다니며 박스를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대 18kg의 물건을 들 수 있으며 빛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더와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장애물도 피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피규어AI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이 제조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간 대신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처럼 보다 정교한 움직임과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인간과 비슷한 모양과 움직임은 물론 AI를 탑재해 스스로 사물을 인지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미래성장산업인 휴머노이드를 두고 대규모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제조기술 역량과 AI 기술 고도화로 로봇이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보다 정교한 일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로봇 수요 증가의 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 부문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13년 내놓은 뒤 다양한 동작과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을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국내 로봇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간무문에 보조를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말 반드시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첨단로봇·제조를 선정했다. 특히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간 수준의 자율형 로봇’ 구현을 위한 AI 고도화와 기술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로봇의 인지·제어를 담당하는 핵심부품인 센서·구동기·제어기의 국산화율을 높일 방침이다.
로봇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미 화재현장이나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의 구조활동 등에 휴머노이드 투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디테일 면에서 충분하지 않는 실정이다.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속속 이뤄진다면 휴머노이드의 고도화는 가시권에 들 것이다. 이에 따라 상용화와 대중화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휴머노이드의 개발은 더욱 긴요한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