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BTC ETF? 금융당국 “어림도 없는 일”

금감원, ‘ETF’ 승인 전후, 업계와 증권사 향해 “법령위배” 사전 경고 잇딴 보도자료 “투자자 보호가 중요”, 자체 가상자산감독․조사국 출범도 그럼에도 시장 기대심리, 일부 전문가 “BTC ETF 1천억달러 돌파” 전망

2024-01-16     전윤미 기자
비트코인 ETF 이미지. (사진=코인데스크)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시장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그와 유사한 움직임이 일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금융감독원은 미SEC의 10일 최종 승인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것”이라며 가상자산 관련 감독·검사·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가상자산감독국 및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시켰다. 비트코인 ETF는 물론,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서도 규제와 투자자 보호에 더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러면서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신설되는 가상자산감독국 및 조사국의 구성과 조직, 역할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6개팀 총 33명으로 운영되며, IT전문가 8명, 변호사 7명, 회계사 8명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조직은 “법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기준·운영체계 마련,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위한 인프라 구축, 수사당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SEC 승인에 고무된 분위기에 ‘견제구’

이와 함께 금감원은 미 SEC 승인에 고무된 시장 일각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최근 미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P(Exchange Traded Product)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전반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하는 등 고위험성 상품인 가상자산에 대한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아예 가상자산 전담부서 출범시켰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특히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도 일반상품에 기반을 둔 ETF의 기초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며 많은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고, 이번 ETP 승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다른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인에 대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설명과는 달리 겐슬러 위원장은 시종 승인에 부정적이었으나, 정작 최종 투표에선 찬성에 표를 던졌다.

수시로 보도자료 통해 “자본시장법 위배”

금감원은 12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서 증권사들에게 사전 경고를 날렸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래도 미SEC 승인을 바라보는 시장심리가 안심이 안 되었던지 14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으며,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시장에 재차 경고했다.

다만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여전한 기대심리 속, 애널리스트들 향후 장세 전망

이같이 강경한 금융당국의 입장에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선 일단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국내에선 자본시장법상 애초 비트코인 선물은 물론, 현물 자체가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가 등장하려면, 그 기초자산으로 비트코인 현물이 법적으로 인정돼야만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 자체가 국내에선 모호하다.

비트코인 현물을 바탕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상자산의 성격 규정을 둘러싼 법적·정책적 판단부터 선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그러들지 않는 시장 일각의 기대심리 속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과 언론 등은 연일 BTC ETF의 향후 장세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한 증권사의 유명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관련 매체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비트코인 ETF가 전세계 10조 달러 규모인 ETF 시장의 1%에 해당하는 1천억 달러를 차지할 것”이라며 그 시기를 “3~10년 안”이라고 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 ETF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자산이 풍부한 세대가 주로 투자하고, 알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선호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시장 지형까지 전망, 눈길을 끌었다.

비트코인, 롤러코스터 끝 점차 안정세 회복

그런 가운데 미국 현지에선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던 비트코인이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향후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SEC의 승인 이후 한때 49,000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15일 암호화폐 시장의 ‘공포 및 탐욕지수’(Crypto Fear & Greed Index)가 ‘중립’으로 바뀌면서 42,00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16일 아침 다시 43,000달러로 소폭 반등하며 비로소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탐욕과 공포가 교차한 결과”라고 평하고 있다.

‘공포 및 탐욕 지수’는 가상자산 데이터와 각종 SW, 앱, 웹사이트를 분석, 제공하는 올터너티브닷미가 암호화폐 시장의 다양한 투자 욕구와 정서, 감정을 분석하여 간단한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변동성, 시장 모멘텀 및 거래량, 소셜 미디어, 구글 트렌드 데이터 및 시장 지배력을 포함한 지표를 사용하여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정서를 추적하는 것이다.

‘공포 지수’가 높으면 하락 내지 추락세, ‘탐욕지수’가 높으면 폭등세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15일 아침 암호화폐 시장에선 해당 ‘지수’가 ‘탐욕’으로 치닫던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중립’으로 변하면서 비트코인이 잠시 42,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앞서 승인 다음 날인 지난 11일 BTC가 48,000달러를 돌파하며 극단의 ‘탐욕’을 보였다. 그러다가 금방 ‘공포’로 돌아서며 지난주 현물 ETF 열풍을 마무리했다. 12일 43,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후 주말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한 것이다.

그러다가 15일엔 ‘공포’의 강도가 세지면서 이날 오전 42,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16일에도 43,000달러를 약간 넘어섰지만, 또 다른 급등세가 올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