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과 견제 재연 ‘CES 2024’
중국, ‘CES 2023’의 2배 많은 기업 참가, 美 첨단기술과 경쟁 미국, 글로벌 IT기술 주도 의지, 불참 애플 ‘비전프로’ 발표, 삼성 김빼기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12일 막을 내린 ‘CES 2024’에선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기술경연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 양자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이어진 가운데, 일본, 대만 등도 나름대로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미국 다음 많은 1,100여 개 기업
중국은 특히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CES 2024’에도 대거 참가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으나 이번 ‘CES 2024’엔 그 2배인 약 1,1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중국은 CES 전체 참여 기업 가운데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참여 기업이 급감했다.
특히, ‘CES 2023’에는 2022년 12월 중국 내 코로나19 제한조치가 풀렸지만 완전한 리오프닝 시기와 전시 일정이 엇갈리면서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CES 2024’에는 전 세계 4,314여 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중국은 1,100여 개 기업이 참여(25.8%)하여 미국(1,200여 개 사·2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현지를 참관한 업계 관계자들은 “‘CES 2024’에선 미국·한국·대만 기업이 팬데믹 기간 연구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대거 선보이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도 더 이상 후발 주자가 아님을 증명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또한, 하이센스·TCL 필두로 중국 기업이 대거 CES에 복귀해 국가 간 분쟁과 민간 교류는 별개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은 대부분 전기차·부품 등과 관련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전(深圳) 소재 기업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제재로 참여가 불가능한 화웨이, 하이얼, 샤오미, 아너 등 중국 주요 IT·가전 기업은 불참했다.
그러나 ‘CES 2024’에 불참한 중국 기업들은 다음 달 개최 예정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글로벌 빅테크 총집결
미국은 이번 행사에서 생성AI·반도체 등 IT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총집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엔비디아·퀄컴 등 글로벌 IT 기업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기업이 이번 CES에 참여하여 관련 기술을 공개한 것이다.
최근 생성AI ‘제미나이’를 발표한 구글은 대형 부스를 열었으며, 챗GPT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실질적 대주주인 MS도 소규모 부스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또한, CES에 처음 참가하는 엔비디아는 게임용 고급 그래픽카드(GPU) ‘RTX 40 시리즈 슈퍼’를 발표했다.
퀄컴은 자동차 업체가 주류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북관에 자리 잡고 모빌리티 분야에 주력하기도 했다.
또 미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고위 공직자들도 다수 행사장을 방문, AI를 비롯한 기술 주도권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 전국소비자협회(CTA)가 ‘혁신 정책 서밋’으로 명명한 콘퍼런스 세션만 14개에 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위원장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 등이 ‘위원장과의 대화’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의장, 재무부 투자보안 차관보 등이 ‘미국 정부 리더와의 대화’를 진행했으며 이어 각 국가 간 AI 경쟁과 규제 방향을 논하는 ‘AI 2024’ 세션을 마련했다.
한편, CES에 불참한 애플은 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비전 프로 공식 출시 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올해 CES 주요 아젠다인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구글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애플만 이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특히, 애플이 ‘비전 프로’ 공식 출시 일정을 발표하는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TCL 등 글로벌 기업들도 미디어 행사를 통해 각각의 제품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언론매체의 관심이 집중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이를 염두에 둔 애플이 ‘비전 프로’ 출시일 발표를 통해 CES에 쏠린 관심을 가로채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