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그룹, 새해 맞아 환골탈태 선언
창업자 김범수 의장, 전면 등장... “거버넌스, 브랜드, 기업문화 등 영역서 쇄신”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지난해 정부의 시정명령 제재와 집단소송 등 첩첩산중의 악재 속에서 악전고투하던 카카오가 새해에는 새롭게 출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았던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검찰에 불려나가는가 하면,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등을 포함해 급기야 창업주인 김범수 의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고, 이어 김 의장이 금감원에 출석해 16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 온갖 구설과 잡음, 법란을 헤쳐나온 카카오그룹이 창업자가 전면 등장하면서 새해 새출발을 시작했다. 김 의장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와 그룹 컨트롤타워 공동의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일시적인 미봉책으로는 카카오그룹의 변모를 추진하기 어렸다는 판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젠 김 의장이 단기적인 쇄신 작업을 넘어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일 김범수 의장과 13개 그룹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새로운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CA협의체는 그룹의 독립기구로 카카오 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CA협의체는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김 의장과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게 된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가 그룹 전반에 번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단기적인 쇄신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중장기적으로 계열사의 주요 이슈들을 전면에 나서서 직접 관리한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특히 경영쇄신위원회를 창업자가 직접 챙기고 각 계열사의 핵심성과지표(KPI),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도 두기로 했다. 계열사를 느슨하게 관리해왔던 것과 과거와는 대조적이다.
김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 브랜드, 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그룹이 새해를 맞이하여 환골탈태를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은 자율적인 경영 스타일이 강하게 지배했다. 스스로를 벤처기업이라고 여기고 각개약진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는 의사결정의 기민함과 환경 대응 적응력은 컸지만 그룹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카카오는 새해부터 기존 대기업집단처럼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계열사 이슈도 그룹 차원에서 관리·감독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게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카카오의 자기혁신 시도가 성공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