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와 컴퓨터 연결, ‘BCI’ 시장 경쟁 가열
두피에 칩 이식하는 ‘침습형’, 또는 장비 착용 ‘비침습형’ 디지털 바이오 분야 중심, ‘비침습형’ 빠르게 확산 세계 각국 차세대 유망산업 간주, BCI 기술 개발 적극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 뇌파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공상과학 기술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각국의 기술 경쟁도 이미 치열한 가운데, 이미 시장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관한 보고서를 펴내기도 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미래전략팀의 양문희 선임연구원은 “딥러닝·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이 뇌파 데이터 학습과 분류 작업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BCI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최근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양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에 의하면 BCI 기술은 사람의 두피에 칩을 시술하는 ‘침습형’ 방식이나, 시술 없이 장비를 착용하는 ‘비침습형' 방식’ 등으로 이미 널리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는 ‘비침습형’ 중에는 뇌와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인 ‘전자약’도 포함된다.
뇌파 패턴 예측, 상상한 내용을 문장으로
이처럼 BCI는 현재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사람의 뇌파 패턴을 예측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일단 뇌파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킨 다음, 학습되지 않은 뇌파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로 분류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쥐의 뇌 활동 데이터를 AI모델에 학습시킴으로써 쥐가 보고 있는 프레임을 실시간으로 예측했다.
특히 사람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 생각이나 상상한 것들을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AI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움직임을 보인 인물은 역시 일론 머스크다. 그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는 이런 초월적 AI기술을 염두에 둔 조직이다. 이곳에선 일단 사람 대신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하여 뇌파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실험을 했다. 이를 통해 BCI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에 뉴럴링크는 최근 당국의 승인하에 신경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또 스위스(로잔연방공대), 호주(싱크론) 등에서도 최근 임상시험에 성공하며 BCI 기술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로잔연방공대는 뇌 신호를 척수에 연결, 하반신마비 환자에게 적용했다. 그 결과 걷기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동작을 할 수 있게 했다.
싱크론 역시 수술 없이 혈관에 전극을 삽입해 뇌 신호를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루게릭병 환자 7명에게 이식, 성공적 결과를 거두었다.
미국, 중국, 스위스, 호주 등 R&D 박차
특히 미국 정부는 BCI 지원을 위해 이른바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이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6년까지 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뉴럴링크’ 등 민간기업들도 자체적인 BCI 기술개발과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단 과기정통부 등 정부도 BCI 기술 표준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민간 기업들도 시장 진출이 용이한 ‘비침습형’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간기업인 ‘와이브레인’의 경우 ‘비침습 BCI 기술’로 우울증 전자약을 개발, 국내 상급종합병원 8곳이 이를 도입했다. 그 결과 약 3만 2천건 이상의 처방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도 적극적이다. 최근 ‘뇌 프로젝트’에 50억 위안을 투자하는 등 정부 주도로 BC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파이럴E(SpiralE)’ 등 민간기업들도 상용화를 겨냥한 BCI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16.7% 성장률" 예상
이같은 흐름 덕분에 BCI 상용화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서 BCI 기술이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BCI 시장은 2022년 21억3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오는 2032년에는 매년 16.7%의 성장률을 보이며 94억4천만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또한, 뇌파를 이용하여 조종할 수 있는 ‘모빌리티’나, XR·VR 몰입형 경험 등 메타버스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에 걸쳐 BCI 기술이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