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내리막길 시작?(2-①)-전지구적 ‘규제 폭풍’
미 법원, 구글에 인앱 결제 독점 등 판결, 유럽․한국 등 이어 연쇄 규제 애플도 인앱 결제, 구글 검색엔진 비용 등 잇단 규제, “창사 이래 최대 시련” 전문가들 “2024년 이후, 양대 글로벌 빅테크, 매출 급감 등 타격” 전망도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2024년은 구글과 애플에게 결코 ‘운 좋은 한 해’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심지어는 본격적인 ‘추락’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근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규제기관의 강력한 견제와 규제로 인해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거대한 빅테크들이 산업과 상업,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심지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인식과도 결부된다. 애플이나 구글 모두 앱 스토어에서만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 간에 이들 기업의 독점과 과잉 성장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화된 규제 조사 와중, 구글 법정 패소
특히 지난 12일 미 연방법원이 구글이 불법적인 앱 스토어 독점으로 부당 이익을 보고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구글은 이미 한국 국회에서 지난 2021년에 ‘구글 방지법’이 통과되는 등 이에 관한 세계 최초의 규제를 당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구글은 12일 ‘포트나이트’ 게임 등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인 에픽게임즈(Epic)와의 법정 싸움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에픽 측이 구글 앱스토어 독점에 이의를 제기하며, 본격적인 법적 다툼이 이어진지 2년 만의 일이다.
이 소식은 주요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타전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구글의 독점 금지 판결로 인해 2024년에 이 회사에 닥칠 법적 재앙이 예상된다”면서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이 회사에 대한 3건의 독점 금지 사건은 구글의 사업을 재편하게 하거나, 수익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거대 기술 기업의 소프트웨어 수익 기계가 탈선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은 앱 스토어 독점 문제 외에도, 광고 도구 독점, 검색 엔진 도구 독점 등에 관한 반독점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번 앱 스토어 독점에 관한 법원 결정은 치명적이다. 이에 구글은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날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에픽게임즈의 편을 들며, “구글이 불법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비디오게임 제작자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법원은 이미 애플에 대해서도 타사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고객을 자체 앱 내에서 (고객이 원하는 타사) 결제 옵션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국의 ‘구글 방지법’과도 흡사한 결정이다. 이번 구글에 대한 판결은 진작 애플에 대해 내린 판결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구글과 애플은 전 세계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 대부분에서 타사 소프트웨어를 엄격하게 통제해왔다. 그러나 그 판결 이후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미국의 규제 기관들이 이 두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반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앱 스토어에 대한 독점력이 점차 약화되어왔다.
애플, EU 등의 새로운 규제 직면
지난 3월부터 애플은 이미 EU의 새로운 법률로 인해 처음으로 앱스토어 외부에서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허용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구글과 애플 모두 지난 2021년부터 앱스토어에 대해 타사 결제 시스템을 개방해야 했다.
미국 법무부는 특히 10억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애플 기기용 웹브라우저 ‘사파리’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이 자사 엔진을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약 200억 달러를 지불하는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조만간 이에 대한 규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물론 그런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당장 애플과 구글이 사업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두고선 분석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 규제로 인한 변경 사항이 적용되려면 여전히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애플과 구글로선 예상한 만큼 수익을 줄이지 않고도 법적 규제를 준수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많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회사인 ‘data.ai’에 따르면 지난해 앱 스토어 시장은 1,670억 달러에 달했고, 모바일 광고 시장은 3,360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애플은 2023년 기준으로 그런 방대한 시장의 22%인 850억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그런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애플에게 전례 없는 도전으로 해석된다. 특히 구글 검색 결제와 음악, TV 스트리밍 서비스, 앱 스토어 등을 망라한 성장률이 약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 수익 사업의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앱스토어 매출과,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지정하여 10억이 넘는 사용자 기반 액세스 권한을 판매하는데서 나오고 있다”면서 리서치 기관인 ‘번스타인 리서치’을 인용, “이 두 사업은 수익의 절반 이상, 해당 부문 총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그러나 애플의 주주인 투자회사 ‘체이스 인베스트먼트 카운슬’의 피터 투즈 대표는 “그러나 애플은 만든 적든, 앞으로 계속 규제의 벽에 부딪힐 것이며 이는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는 검색엔진과 함께 가장 든든한 수익 창출원 중 하나였지만, 최근엔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 에픽게임즈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픽게임즈는 법적 소송에서 굳이 구글에게 금전적 손해배상이나 특별 대우를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더욱 개방적이고 경쟁력 있게 만들도록 요구할 뿐이었다.
이번 판결 이후 최종 결과는 어떨지는 아직 좀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대법원은 앱스토어 판결의 최종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연방 항소 법원은 지난 4월 역시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애플의 소송에서도 모바일 게임 거래에 대한 독점 통제권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습니다. 애플과 에픽 모두 현재 대법원에 사건 심리를 요청한 상태다.
뿐만 아니다. 애플은 네덜란드와 한국에서도 인앱 결제에 대한 대체 방법을 허용하는 문제를 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앱 개발업체들은 “애플은 여전히 앱에 일반적 수준인 30%보다 조금 싼 27%의 높은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결제 처리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애플 대신 대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더 비싸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에 제공하는 막대한 검색 엔진 비용에도 주목, 규제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에 대한 규제가 가시화되려면 내년 이후, 혹은 앞으로 수 년 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가들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애플은 다른 검색 제공업체로부터 비용을 지불하게 하거나,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어 기본 검색 수익의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 구글․애플의 미래 전망 엇갈려
또 애플이 타사 앱 스토어를 허용하더라도 경쟁하는 디지털 스토어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많다. 많은 소비자들은 애플과 구글 앱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에 익숙해지고 더욱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실제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모바일 비디오 게임이다. 이 분야에서 2019회계연도에 애플의 게임 영업이익은 총 85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픽게임즈와의 독점금지 재판에서 처음으로 그 정확한 수치가 밝혀졌다. 이는 엑스박스 제조사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액티비전 블리자드, 플레이스테이션 제조사 소니의 비디오 게임 수익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분야에서 인앱 결제 독점 금지를 당할 경우, 수익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또한 EU의 새로은 ‘디지털 시장법’을 준수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초까지 제3자 앱 스토어와 대체 인앱 결제 서비스를 허용해야만 한다.
현재 알려지기론 애플은 내년 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타사 앱 스토어를 허용할 계획이다.
EU는 또한 앱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피할 수 있는 지불 방법을 알리는 것을 애플이 제한하는 것도 규제하고 있다. 그런 규칙을 부과한 자체가 디지털시장법 위반이라며 애플에 대해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중국에서도 애플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버전의 애플 앱 스토어에서 어떤 앱을 허용하는지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심지어 모든 앱을 정부에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술매체 ‘익스트림 테크’는 “이러한 움직임이야말로 애플의 세 번째로 큰 지리적 시장인 중국에서의 사업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