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셜미디어들, “‘숏폼’이냐 ‘롱폼’이냐” 기로

틱톡, 기존 숏폼 중단, 롱폼 위주 전략으로 전환, ‘광고에 더 효과적’ 페북, 인스타도 롱폼 강화…‘서브스택’ 등은 단문과 숏폼으로 전환 “틱톡, 메타는 기존 유튜브 시장 공략 의도” 해석도

2023-12-11     전윤미 기자
(사진=틱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틱톡이 그간의 숏폼 프로그램 대신, 롱폼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지구촌 소셜미디어 지형의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메타 역시 최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롱폼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기존 유튜브나 스냅챗이 선점한 롱폼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관심을 끌기도 한다.

반대로 또다른 소셜미디어들은 숏폼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해 대조를 보인다. 장문의 메시지 서브스택 등은 오히려 숏폼을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경쟁사의 서비스를 상호 모방하면서, 플랫폼 간 정체성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성장 한계도 작용

틱톡의 롱폼 전략이 배경엔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최근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이 올해 200억 달러지만, 성장 잠재력이 거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숏폼 영상에는 광고 삽입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결국 롱폼 전략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틱톡의 전략 변경에 대해 시장의 반응도 엇갈린다. 말초적이고 순간적인 재미 위주의 콘텐츠를 발행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에 깊이있는 정보 분석 위주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전략을 환영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은 롱폼 콘텐츠가 늘어나면 사용자 체류 시간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광고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측은 “롱폼 콘텐츠는 시청자의 관심을 오래 붙잡고 있기가 어려워서 기존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강한 저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소설미디어 플랫폼 강자들은 숏폼을 대거 도입하며 ‘틱톡화’하는 반면, 틱톡이 거꾸로 롱폼을 강화하며 반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스냅의 한물간 게시물 기능인 ‘Story’를 모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는 게시물 글자 수 제한을 완화, 서브스택(Substack)과 같은 장문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과 비슷해지고 있다. 반면에 ‘서브스택’은 X와 유사한 자체 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사진=메타)

숏폼․롱폼 크리에이터 따라 반응 엇갈려

이번 틱톡의 롱폼 전략은 특히 숏폼 크리에이터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숏폼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은데, 앞으로 더욱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틱톡은 2020년부터 20억 달러를 들여 운영해 오던 숏폼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인 ‘Creator Fund’를 연말까지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틱톡의 롱폼 콘텐츠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유튜브처럼 영상 재생 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Creator Fund’로 1분 이상 동영상을 제작하고 직접 등록한 크리에이터들에게만 보상금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바꿨다. 한편으로 이는 중국판 틱톡으로 불리는 두윈(Douyin)의 이머커스이나, 라이스 스트리밍, 롱폼 강화 전략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란 해석도 따른다.

시장분석기관 스트라베이스에 의하면 틱톡은 오는 16일부터는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60초 이상의 롱폼 동영상에 대해서만 보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크리에이터는 직접 펀드에 등록해야 한다. 이 같은 틱톡의 조치에 대해 크리에이터들은 “숏폼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셜 콘텐츠 제작 경력의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 2020년 틱톡은 ‘Creator Fund’를 출시하면서, “혁신적인 (숏폼) 콘텐츠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갈 기회를 찾고 있는 야심 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듬해에 투자금을 20억 달러로 늘렸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여전히 보상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급기야 이번에 롱폼으로 대전환하며, 이에 맞는 크리에이터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월간 조회수가 수백만 회에 달하는 크리에이터들조차도 “그 동안에도 펀드가 지급하는 금액이 적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최근까지 ‘Creator Fund’의 일원이었던 한 크리에이터는 해당 기간 동안 월평균 조회수가 200만 회에 달했지만, 총 수익은 수백 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더욱이 “플랫폼이 원하면 언제든 보상 지급은 중단될 수 있어, ‘Creator Fund’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크리에이터는 같은 기간에 ‘Creator Fund’로부터 6천달러 가량을 받았으나, 이는 월평균 수백만 건의 조회수 당 약 10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 틱톡에 의해 변경된 펀드 지급 조건은 팔로워 수 1만 명 이상, 지난 30일 동안 동영상 조회수가 10만 회 이상으로 일단 변경 전과 동일하다. 문제는 이런 전략 변경은 틱톡뿐 아니라,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서서히 숏폼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앱. (사진=테크크런치)

유튜브와 스냅챗, 크리에이터 보상 2배 늘려

올해 초 메타는 숏폼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보상을 위해 시작한 ‘Reels 보너스 프로그램’을 갑자기 종료하고, 광고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의식한 유튜브와 스냅챗은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는 보상을 2배로 늘리면서, 메타나 틱톡을 견제하고 있다.

유튜브는 자체 숏폼 제작 장려 프로그램인 ‘Shorts Partner Program’을 통해, 스냅챗에 노출되는 기간이 긴 게시물에 대해 1만 달러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틱톡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는게 스트라베이스의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일단 롱폼 동영상에 대한 보상금이 숏폼 동영상에 대한 보상금과 다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들 간에는 (롱폼 보상을 늘림으로써) 유튜브와의 경쟁을 확대하려는 틱톡의 야망이 작용한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플랫폼의 결제 방식이나, 변덕스러운 알고리즘, 예측할 수 없는 트렌드로 인해 풀타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달에 수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라 할지라도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수익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전해졌다.

진작부터 틱톡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롱폼 동영상 지원을 강화해왔다. 지난 10월 말에는 1분 이상 롱폼 영상 제작을 독려하는 크리에이터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이벤트에서 틱톡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롱폼으로 찍기 좋은 튜토리얼이나, 브이로그, 챌린지, 해설, ‘스토리타임’ 등의 장르와, 롱폼에서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틱톡, 이미 2년 간 롱폼 전환 준비

이 자리에서 틱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자의 전체 앱 사용 시간 중 절반은 1분 이상의 콘텐츠 시청이다. 최근 6개월 간 1분 이상의 동영상을 게시하는 크리에이터의 팔로워 수가 숏폼 전문 크리에이터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미 틱톡은 지난 2년 동안 롱폼 강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2021년 7월에는 동영상 길이를 1분에서 3분으로, 2022년 2월에는 10분으로 늘리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특정 국가의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15분짜리 동영상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유튜브와 동일한 길이의 재생 시간이다.

또 틱톡은 작년부터 ‘가로 동영상’ 테스트를 시작했다. ‘가로 동영상’을 통해 모바일 이외의 화면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의 경우 전체 시청 시간의 절반이 스마트 TV에서 발생한다. 또 스마트폰 외에 TV, 데스크톱, 게임기 등에서도 시청자가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