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향한 AI의 질주, 숨고르기!
EU, AI 기술 규제 법안 도입에 합의... AI가 미래 인류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 기회 삼아야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특이점(Singularity)을 향한 인간의 탐욕은 질주하는 기관차다. 미래 세력 판도가 AI(인공지능) 선취에 있음에 나라마다, 기업마다 기술개발은 가히 눈부시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기점인 특이점을 향해 인간의 집착은 임계수준에 달하고 있다.
특이점의 시간이 일반의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달려나가는 AI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AI를 놓고 무한 전진의 진보파와 적절한 제어를 강변하는 보수파들이 깊은 갈등 속에 거대담론을 쏟아내는 와중에 AI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기계에 인간이 종속될 수 있다는 보수 논리가 먹혀들어가는 형국이다.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AI 기술을 규제하기 위한 포괄적 법안 도입에 8일(현지 시각) 합의했다. ‘AI 규제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모라토리엄(Moratorium·유예 기간)이 설정돼 있다. 2년이다. 법이 발효되는 2년 후부터는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3500만유로(약 497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AI에 대한 과잉 경쟁 개발을 일정 기간 멈추고 AI의 역할, 지위, 규제 방식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지적에 EU가 화답한 것이다. 이날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EU 회원 27국 대표는 36시간 이상 회의 끝에 법안에 합의했다. 지난 2021년 AI 규제 법안 초안을 발의한 EU는 이번 합의로 유럽의회 및 회원국의 최종 승인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AI법은 크게 ▲시민 권리·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AI 금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예외 허용 ▲범용 AI(GPAI)에 대한 가드레일 제정 ▲혁신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 골자다.
EU가 AI 법안에 전격 합의한 까닭은 미국 빅테크 기업 주도로 초거대AI 구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오픈AI의 GPT-4.0 터보와, 이번에 새로 나온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는 인간 두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수가 수천억개에 달하는 초거대AI다.
유럽은 아직 제대로 된 초거대AI가 없다. 미 빅테크가 주도하는 초거대AI를 규제해, 유럽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이번 법안의 배경이 되고 있다. AI 기술 판도가 세계질서 재편 인자인 만큼 AI 규제 틀을 만들면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저의도 깔린 것으로 읽히고 있다.
이번 EU AI 법안으로 인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 빅테크 기업은 EU 내 AI 사업에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오픈AI GPT를 연동해 ‘코파일럿’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미나이를 출시하며 AI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구글은 자칫 EU 전용 서비스를 별도로 내놓아야 할 수 있어 추가 개발 비용이 투입될 수 있는 형국이다.
개별 기업의 희비를 떠나 이번 EU AI 법안은 여러 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일단 질주하고 있는 AI 발전 속도에 제동을 건 것은 분명하다. AI의 특성은 일단 전진하면 후퇴하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때처럼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강을 건너면 돌아올 수 없는 게 AI의 진행 방향이다.
EU가 AI에 고삐를 채울 준비를 한 건 미시적으로 미국 빅테크에 대한 견제도 있겠지만 거시적으로는 AI가 미래 인류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