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간 머스크, ‘반유대주의’ 비판 무마 안간힘
X ‘반유대주의’ 게시물 지지로 광고 ‘무더기로 빠져나가’ 네타냐후와 하마스 피습 이스라엘 정착촌 방문, “비극” 표현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반유대주의 음모론에 동조하는 글을 자신이 운영하는 X에 올려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부랴부랴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현지를 방문했다. 이날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하마스 공격 현장을 둘러보는 등 자신이 불씨를 지핀 사태를 진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앞서 머스크는 X에 게시된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지지한 후, 이에 항의가 빗발치면서 대형 광고주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유대인 공동체가 ‘백인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게시물에 동의한 것이다. 이에 며칠 만에 수십 개의 주요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가 X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말께엔 올 한해 X의 광고 수익이 무려 700억달러(한화 약 1천억원 이상) 가량 줄어들어,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700억 달러 이상 광고 손실 예상에 ‘당황’
이례적으로 백악관도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머스크에 대해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적 증오를 혐오스럽게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이스라엘에 도착한 직후 머스크는 X에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말한다”라며 자신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과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 방탄복을 입고 지난 10월 7일 하마스 테러로 수십 명이 숨진 이스라엘 키부츠 크파르 아자(Kfar Aza)를 둘러봤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은 네타냐후 총리 사무실이 공유한 영상을 소개했다. 이를 보면 머스크와 네타냐후 총리가 보안요원과 함께 비를 맞으며 마을을 걸으면서 검게 변한 가옥의 잔해를 살펴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머스크 씨에게 하마스가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를 가까이서 보여주기 위해 투어를 제공했다”고 X에 글을 올렸다.
정착촌 방문 현장서 이스라엘 두둔 발언 계속
X를 통해서도 방영된 네타냐후 총리와의 대화에서 머스크는 유대인 정착촌인 크파르 아자 방문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일어난 대학살 장면을 보고 난 머스크는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해당 영상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대화의 대부분을 가자지구 전쟁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에 머스크는 “유대인을 죽이려는 자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고립된 지역(가자 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도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반박이 자주 나온다”면서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살해를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이스라엘 측의 비위를 상하지 않기 위한 제스처인 셈이다.
그러나 시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은 최근 분쟁에 비하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머스크는 네타냐후와의 대화에서 또한 “사람들을 살인에 가담하도록 설득하는 일종의 선전을 중단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는 하마스의 공격을 촉발한 (극단적 시오니즘과 같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명백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언급이다.
이날 네타냐후는 대화 도중에는 머스크가 앞서 X에 올린 게시물을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 역시 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결정할 수도 있는 X의 영향력이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방문은 우파 성향의 유대인들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Haaretz)의 미국 특파원 벤 사무엘스(Ben Samuels)는 “이렇게 질 나쁜 거물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그가 멸시하고 모욕하고 부인한 학살 현장으로 데려가는 것은 네타냐후의 유산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썼다.
진작부터 우파 내지 극단적 시오니즘 성향의 유대인들은 머스크에 대해 비호감이다. 이번 일에 앞서 머스크는 또한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반유대주의를 용인하고 심지어 장려한다는 이유로 (유대인 공동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반유대주의를 비판해온 조지 소로스를 공격하기도 했고, “X에 반유대주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한 시민단체인 ‘반명예훼손 연맹(Anti-Defamation League)’을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곤 했다.
머스크, 평소에도 ‘반유대주의’ 성향, 논란 불러
지난 5월, 그는 93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소로스를 유대인 출신의 X맨 슈퍼악당인 매그니토에 비유하며 “소로스 씨는 인류를 싫어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같은 달, 머스크는 또 텍사스주 앨런에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 배후에 있는 총격범에 대해서도 “(주로 유대인을 표적으로 삼는) 나치 이념을 지지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매우 나쁜 정신병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에 얼마 후 CNBC에서 이러한 논평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머스크는 오히려 쏘아붙였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할 것”이라며 “그 결과 손실을 보더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X플랫폼의 반유대주의 게시물에 대한 우려가 과장되었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이번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한 차례 이스라엘 총리와 전에도 접촉한 적이 있다. 지난 9월 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 초대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네타냐후는 머스크에게 “욕을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 알죠?”라고 직설적인 질문을 건넸다. 이에 머스크는 “절대 욕 먹은 적 없다”면서 X에서 반유대주의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나는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그후 두 달도 안돼 다시 반유대주의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