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물난리, “AI모델로 미리 예측, 예방한다”
전문가 “데이터 분석, 모델링,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분석” “기존 ‘물리 기반 모형’과 달리, 현재․미래 관측값 관계성 사전 학습, 예측”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철 물난리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순 없을까. 이 분야 역시 최근엔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 대표적인 AI활용 기술인 ‘AI 기반 홍수 예측 기술’이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등 전문기관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수 년 간 혹은 일정 시점의 관측 자료를 학습, 예측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법에 비해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기술연구원, ‘AI 기반 홍수 예측 기술’ 연구
이를 연구해온 정재원 KICT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데이터 분석, 예측 모델링, 실시간 모니터링, 시뮬레이션 및 시나리오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AI 기반의 홍수 관리 기술’은 기존의 대응 기술에 비해 ‘선행예측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한층 효과적으로 홍수를 대비할 수 있다. 나아가선 이같은 AI 기술을 기상이나 수문 분야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의 하천홍수 예측에 사용되는 물리 기반 모형은 우선 홍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고려하여 수학적 모델을 구성한다. 그런 다음 초기 조건과 경계 조건을 입력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AI 기반 모형은 지형학적, 수문학적 특징이 반영된 관측 자료를 활용, 현재와 미래 관측값의 관계성을 사전에 학습, 예측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기존 물리모형 방식은 매번 매개변수를 보정하는 등 수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AI모델링은 “자동화된 자료를 수집, 분석,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예측정보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특히 도심지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역시 AI기술로 강우량, 하천 수위, 배수 시스템 등을 고려, 내수배제 불량을 감지하고, 도시침수 가능성을 미리 예측, 대비할 수 있다. 또 침수흔적도, CCTV 자료, 관로 수위계 관측 자료 등을 함께 활용하여 예측할 수 있다.
구글, 중국 알리바바, 일본 등도 개발
이미 해외에선 AI기술을 활용한 홍수 대비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상태다.
구글은 세계적으로 강수량이 많은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대상으로 AI 알고리즘(Google AI for Social Good)을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홍수사상, 수위, 지형 등 메타데이터를 학습하여 홍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했다.
또한 딥러닝 기법을 이용한 후속 기술로 기상예측 알고리즘(Google Nowcast)도 개발했다. 이는 레이더 영상 학습을 통해 1 km 반경 내에서 6시간 뒤에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일본 토목연구소(PWRI)도 기상 자료와 수문 관측자료를 AI를 통해 학습하고, 하천 홍수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AI 홍수예측시스템 (WinmuSe)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이미 일본 내 약 90개 이상의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도 이 분야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하천 유량과 수위 영상을 원격으로 감지할 수 있는 ‘물 인식 알고리즘’(Water body recognition algorithm)을 개발, 실시간 하천 수위를 탐지하고 있다.
환경부 등 ‘AI 홍수 예보’ 기술 도입 전망
국내에서도 AI 활용 기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미 ‘AI 홍수예보’를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AI 홍수 예보’ 기술을 활용하면, 과거 홍수가 났을 때 강우량과 수위 자료를 학습함으로써 별도의 수문분석 없이 기상예측 자료를 토대로 신속하게 수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로써 종래처럼 3시간이 아니라, 6시간 전에 미리 전국 지류 지천까지 223곳을 대상으로 미리 예보할 수 있다. 3시간 전에 전국 75개 지점을 대상으로 예보하는 기존 방식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AI 모형이 신속․정확도를 기하려면 학습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데이터의 품질과 양에 의존하므로 방대한 자료의 처리능력에도 불구하고 학습 데이터에 따라 예측 성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AI 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국내 기술 수준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은 실제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AI 기술의 특성상 도출된 결과의 원인을 파악하는게 어렵고, AI 시스템 운용에 따른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학습 데이터 수집과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또 “AI 시스템 사용자 및 의사결정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도가 있는 적합한 인재로 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인력 양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