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맞은 ‘챗GPT’, 미래 폭발력은 ‘삼천갑자 동방삭’

장단점 조율해 가면서 인간과의 장기적 밀월여행 계획해야

2023-11-29     김남주 대기자
‘챗GPT’가 한 돌을 맞이하게 됐다.(사진=오픈AI)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챗GPT’가 한 돌을 맞이하게 됐다.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땐 그 이름이 무척 생소했지만 이젠 시대를 풍미(風靡)하는 아이콘으로 벼락 성장했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는 그 이름에서 추단할 수 있듯이 채팅을 통해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준다. 알라딘 램프라고나 할까. 골치 아프게 시심을 일궈 시를 쓸 필요가 없다. 그에게 청하면 시 한 편이 탄생한다. 영어 논문도 써준다. 그림도 그려주고 책도 써 주며 노래도 지어준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오는 30일로 1년이 된다. 챗GPT는 1년 만에 지적 성장판이 무한인 아이처럼 일취월장하면서 무척이나 똑똑해 졌다. 단적으로 들여다보면 챗GPT에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기존 약 3000단어에서 책 300페이지로 커졌다. 챗GPT의 산실, 오픈AI가 개발한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터보는 텍스트의 음성 변환 기능까지 지원한다. 성우들이 울고 있다.

챗GPT와 채팅하기 위해선 힘들게 자판을 두드릴 필요가 없다. 독수리 타법으로 애먹는 사람들도 그와 친하게 대화할 수 있다. 그의 청각 능력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빅스비나 시리에게 말을 걸듯 챗GPT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시각도 뛰어나 구글 렌즈처럼 이미지를 분석하고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1년 전 그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저 이름부터 무척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 챗GPT가 점차 호모사피언스들의 지성을 침탈하고 있다. 좋게 얘기하면 인류의 지팡이가 된 셈이다. 그러나 지팡이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인간은 얼마 안 가 지적 파행(跛行)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그래서 오픈AI에서 철학 논쟁까지 벌어진 것이다. 인공지능의 무한전진의 진보론자와 적절한 제어 우선의 보수주의자들이 갈등을 겪으면서 챗GPT 탄생 주인공, 오픈AI CEO 샘 알트만의 ‘해임 소동’까지 얼마 전 벌어졌다.

챗GPT는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앞으로 날아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일상은 물론 첨단산업을 위시해, 금융·물류 등 산업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그것은 지금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있듯 각자의 디바이스에 들어가 온갖 재주를 부리게 될 것이다. 주인을 위해 장문의 글도 써 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이미지, 영상까지 만들어 준다. 나에게 논문을 써 주고 나의 가정교사가 돼 주고 나의 헬스 트레이너가 되는가 하면 나의 업무 비서가 돼 일정 조율까지 해 준다.

챗GPT가 온갖 일을 척척 해내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일들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의사, 시인, 작곡가, 기자, 교수 등 직역까지 넘보고 있다. 전쟁의 게임 체인저도 될 수 있다. 선거판에 뛰어들면 느닷없는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고삐를 늦추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챗GPT 이전에는 AI가 공장이나 식당 서빙 등 저임금 노동을 먼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AI는 법률, 문학, 의학, 과학처럼 고학력·고임금 종사자가 많은 현장에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디로 튈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 불허다.

작금 챗GPT는 과학·의학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I 개발이 더 치열해지고 활용 저변도 더 넓어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한 AI ‘알파미센스’는 인간의 전체 유전자 변이 중 89%의 질병 유발 여부를 파악했다. 기존에는 이 비율이 0.1%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딥마인드가 지난해 내놓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와 거대 언어 모델(LLM) AI를 접목시켰다. 종전엔 1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던 걸 알파폴드는 1년 만에 지구 생명체 100만종이 만들어 내는 2억개의 단백질 3D 구조를 분석했다. 전 세계 생명공학자들의 수십년 치 일감을 ‘순삭’해버린 셈이다.

챗GPT는 농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평생을 몸 바쳐 일한 농사꾼보다 훨씬 똑똑하다. 그리고 능률적이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연구소와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연구소 연구자들은 챗GPT를 이용해 토마토 수확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 디자인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챗GPT를 사용한 것이다. 챗GPT는 토마토 수확 시 실리콘이나 고무 등 부드러운 재질로 만든 그리퍼(gripper)를 활용하도록 조언하는 등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말하자면 챗GPT가 농사 관련 연구원이자 엔지니어로 활약한 셈이다.

챗GPT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채팅하여 상대방의 주문을 수행한다. 특히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가 희망하는 데이터를 요약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미 챗GPT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 전 산업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옆으로 바짝 다가와 우리의 운명을 가름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자.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스마트폰 영향력이 이처럼 클 줄 예단할 수 있었을까. 불과 1년 후인 내년 이맘때쯤에는 챗GPT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아니 10년 후쯤에 우리는 얼마나 챗GPT에 의존하고 있을까.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내는 챗GPT에, 인간의 속성상 의존도가 결코 낮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출현 1년을 맞이해서 챗GPT에 대한 올바른 방향설정(orientation)에 모두가 머리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의 폭발력과 장단점을 조율해 가면서 장기적인 밀월여행을 계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