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국’에 ‘디지털 재난’이라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발생... 속 시원한 원인 파악과 철저한 사후 대책 필요

2023-11-23     김남주 대기자
정부의 행정전산망 먹통으로 정부 24가 장애를 일으켰다.(사진=정부24)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전자정부’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디지털 강국을 자처하면서 뽐내던 나라가 ‘디지털 재난’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 모습이었다. 더더욱 한심한 건 재난 발생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도대체 가장 중요한 백업시스템은 어디로 갔고,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갖춰져나 있는지 국민은 한숨만 내쉴 뿐이다. 다행히 행정전산망이 복구돼 무인민원발급기 가동 등 각종 민원 서비스가 재개됐지만 시한폭탄은 또 언제 터질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행정전산망이 복구되고 업무가 시작된 월요일인 지난 20일, 일선 행정관청들에선 차질없이 서비스가 재개됐다.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비슷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은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이 먹통이 됐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같은 날 오전 8시 46분께 ‘새올’의 장애를 처음으로 인지한 뒤 매뉴얼에 따라 시스템 복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산 장애는 해소되지 않았고, 급기야 정부24 장애로 이어졌다. 행안부는 “오전 중에 해결될 것”이란 말만 반복했지만 정상화 소식은 감감했다.

그럭저럭 하릴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가 발생한 지 4시간 넘은 오후 1시경에야 국민에게 대법원, 국토교통부 등 ‘민원 발급 대체 사이트’를 안내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불통 사태 때 재난 문자를 3차례 발송한 것과 달리 재난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9일에야 복구 완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은 미궁이다. 행안부는 새올의 인증시스템 중 하나인 네트워크 장비 내에 정보를 주고받는 ‘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겨 사용자(공무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4 스위치에 왜 이상이 생겼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행정전산망이 복구된 뒤“무엇보다도 이번에 장애가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의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관의 말대로 행정전산망 장애는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만에 하나 재발하더라도 백업시스템이 잘 구축돼 곧바로 가동될 만반의 태세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이번 디지털 재난이 던지는 과제는 명백하다. 우선 그 원인을 찾는 일이다. 아직도 정부는 속 시원히 오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의 시작은 병인(病因)을 알아내고 그것을 도려내는 일이다. 그래야 디지털 강국, 전자정부의 위신이 서고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지 않을 것이다.

느닷없는 사태를 놓고, 시민들은 혈세 쓰면서 많은 돈 들여 구축한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자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고 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제날짜에 못 받아 재산상 피해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민들은 아직 제대로 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개탄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민의 원성을 경청하고 이번 오류에 대한 속 시원한 원인 파악과 철저한 사후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행안부는‘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가동에 들어갔다. 민간 전문가와 정부, 지자체,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행정전산망 시스템 전반도 다시 검토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제발 정부의 로드맵처럼 완벽한 시스템 구축이 이번 기회에 전화위복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