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 AI 리더들 한 자리에 모은 까닭?
머스크, 샘 앨트먼 등 참석, 이틀 간 ‘제1회 세계 AI 안전 서밋’ 해리스 미 부통령, 유엔총장도 “AI 기술 위험과 잠재력 논의” 표명 “미․중 주도 AI 패권에 새삼 도전, ‘대영제국’의 추억?” 해석도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지난 9월 미 백악관이 자국 AI 기업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데 이어, 이번엔 영국이 중국까지 포함한 세계 각국의 AI 전문가와 관련 빅테크 대표들 100여 명을 한꺼번에 초청, 회의를 열고 있다.
오늘까지 이틀 간 열리는 이번 회의는 이른바 ‘제1회 세계 AI 안전 서밋’으로 이름붙여졌다. 특히 2차대전 당시부터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랜 튜링이 머물던 유서깊은 블레츨리 파크를 회의 장소로 택한 것부터 심상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대표도 초청, 美 ‘떨떠름한 반응’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회의에서 영국 정부는 최첨단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정부, 학계, 기업을 소집하여 “기술의 위험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경제 블록 사이의 중개자로서 영국의 역할을 확립하고자 하는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의 의도가 강하게 밴 것”이란 해석이 가장 유력하다.
100명의 게스트 목록에는 각국의 정치․사회 지도자, 일론 머스크, 오픈AI의 샘 앨트먼 등과 같은 명망있는 인사들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프론티어 AI’라고 불리는 고성능 범용 모델에 초점을 맞춘 이번 회의에는 또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중국 기술부 차관,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도 두루 참석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중국 대표를 초청한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일부 영국 의회 의원들은 “중국이 왜 초대되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낙 총리 등 영국 정부는 “AI 기술 개발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중국이 핵심 참가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인 하틀리 영국 주재 미국 대사는 “AI 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초청은 런던(영국 정부)이 한 것”이라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중국 초청)은 영국의 초청이지 미국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며 “어디까지나 영국 정부의 판단일 뿐이어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미셸 도넬런 영국 기술부 장관도 “올바른 전문성을 갖춘 적절한 사람들”이라며 중국 대표들을 옹호하며, “단지 AI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그들도 테이블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그룹(G7), 유럽연합(EU)이 AI와 관련된 규제나 다른 계획을 추진할 때 영국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AI기술 등에서 특별히 다른 주요국보다 앞서가지 않는 영국이 이런 행사를 주도한 자체가 어색하다는 뜻이다. 이에 “새삼 19세기 ‘1차산업혁명’의 추억을 오늘의 ‘AI패권’ 다툼으로 되살리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안보, 경제, 보건, 테러 등에 대한 AI 위험성도 제기
회의에 참석한 미국 해리스 부통령은 1일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제한적인 규제 환경에서 AI가 역량과 인기를 빠르게 얻으면서 AI에 대한 매개 변수를 설정”하려는 미국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을 소개했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30일 국가 안보, 경제, 공중 보건 또는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AI 시스템에 대해 미국 정부에 더 큰 감독권을 부여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역시 이날 회의에서 캐나다 혁신과학산업부 장관인 프랑수아-필립 샴페인(Francois-Philippe Champagne)은 “AI가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서로 다른 규정 간의 상호 운용성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AI의 진화와 속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너무 많이 하기보다는 너무 적게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AI 기술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을 강조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회의 의제에는 또 테러리스트가 생물 무기를 만들기 위해 AI 시스템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혹은 인간을 능가하고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기술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과 같은 주제가 포함되었다.
한편 이번 회의가 열린 ‘블레츨리 파크’는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앨런 튜링(Alan Turing)과 같은 최고의 암호해독자들의 본거지로 알려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