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반(反)독점의 선두, EU ‘DMA’
내년 3월 시행 ‘디지털시장법’, “국내 반독점 제도 벤치마킹 대상” 알파벳․아마존․애플․MS․메타․바이트댄스 등 ‘게이트키퍼’ 대상, 감시와 규제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거대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시대의 ‘공룡’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EU는 이미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플랫폼 시장 내 공정한 경쟁 구조를 보장하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을 마련, 내년 3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이와 유사한 제도와 법을 준비 중인 만큼, EU의 DMA는 모범적인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DMA는 세계 플랫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빅테크와 글로벌 대기업을 별도의 ‘게이트 키퍼’(GateKeeper)로 지정, 이들이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과 금지사항을 명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이를 참고해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준비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규제대상 기업은 EU집행위가 제시하는 각종 의무 및 금지 사항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2년마다 대상 여부 재검토, 삼성전자 최종 지정 제외
공정위와 EU 홈페이지 등 자료에 따르면 현재 EU가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기업은 미국의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중국의 바이트 댄스(틱톡의 모회사) 등 6개사다. 이들은 게이트 키퍼로 선정된 후 일단 2년 주기로 대상 여부를 재검토한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되는 기업은 몇 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곳들이다. 우선 상업적 사용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또 지난 회계연도에 EU 내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가 4천500만명 이상이고, 연간 활성 이용사업자 수가 1만명 이상이다.
이들 기업은 역내 시장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3개 회계연도마다 연간 75억 유로 이상 EU 내에서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지난 회계연도 평균 시가총액이 최소 750억 유로에 달하며, 최소 3개 이상의 EU 회원국에서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U는 특정 기업이 만약 지난 3개 회계연도마다,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면, 견고하고 지속적인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
본래 삼성전자도 그 중 정량적 요건을 충족, ’잠재적 게이트키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EU 집행위에 자신들은 게이트키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소명, 지난 9월 최종 명단에서는 제외되었다.
EU집행위는 이들 게이트키퍼들을 대상으로 주요 의무 및 금지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을 우대하거나 입점 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한다.
‘게이트 키퍼’ 의무․금지사항 엄격
게이트 키퍼의 의무사항은 우선 ▲최혜대우 요구금지다. 즉, 입점 업체에게 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의 거래조건을 다른 유통채널과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다만 ▲상호운용은 허용한다. 예를 들어 왓츠앱과 텔레그램처럼 서로 다른 플랫폼간 메시지·파일 등 송수신을 가능하게 하고, 타 플랫폼의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하여 상호운용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개인정보 결합은 금지된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에서 수집된 개인정보와 다른 수단을 통해 수집된 개인 정보를 결합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또 ▲소비자가 이미 탑재된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광고 업체가 요청하는 경우 광고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우대 금지, 즉 검색·추천 노출 순서 상 자사 제품을 우대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한 ▲상업적 이용자가 게이트 키퍼를 신고하는 것을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되고,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 정보를 동의 없이 추적하는 행위도 해선 안 된다.
EU는 DMA 취지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플랫폼 시장의 경합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법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영업행위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위반시 가혹할 정도의 중한 처벌
EU 집행위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관행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밥안을 2022년 11월동 발효했고,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규제대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핵심 플랫폼 서비스(CPS, core platform services)’ 사업자 중 상당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문을 통제하는 ‘게이트 키퍼’ 기업들이다.
여기서 CPS는 규모의 경제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수의 상업적 이용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즉, 온라인 중개, 검색엔진, SNS, 웹브라우저, 운영체제(OS) 등을 포함한다.
만약 이들 ‘게이트 키퍼’가 규제를 위반할 경우는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는 최대 20%의 과징금 또는 일부 사업부 매각명령 등의 불이익을 가한다.
우리의 공정위가 각종 법과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에 매기는 벌칙에 비하면 가혹할 정도로 엄중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