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 인재 스카웃 ‘올인’으로 美 규제 돌파

미국의 규제 회피 전략, ‘파격적 대우로 반도체 인력 등 유치’ 中 정부, ‘TTP’ 이어 ‘키밍’, ‘인라이튼먼트’ 등 인재 스카웃 프로그램 가동

2023-08-24     김홍기 기자

 

'2023 K프린팅'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의 부스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지난 2018년까지 10년 간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고급 기술과 재능을 연마한 자국 출신 인재들을 스카웃해왔다. 미국은 이를 미국의 이익과 기술적 우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20년부터 미국 정부가 그 실태 조사에 나서면서, 중국은 해외 인재 유입을 위한 ‘수 천(千)명 인재 계획’ (TTP) 프로그램을 일단 중단했다.

대신에 로이터통신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걸쳐 2023년까지의 중국 정부 문서를 검토한 결과, 더욱 높은 기술 숙련도를 갖춘 인재를 겨냥하면서, 프로그램의 이름과 운영 방식을 바꾼 바 있다.

스카웃 대상에 주택구입비, 고 연봉 등 대우

중국은 사실상 정부 주도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의해 유치된 인재들에 대해선, 주택 구입 보조금과, 42만달러~70만 달러 가량의 연봉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자국 출신의 해외 인재 스카웃을 위해 종전의 TTP를 ‘키밍’(Qiming)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를 중국산업정보기술부 산하에 두도록 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안의 민감성 탓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극히 기밀을 유지하며, 제보를 해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같은 중국의 기술 인재 유치 경쟁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상무부는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가 중국 내 첨단 칩 개발 및 생산을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나 외교부는 ‘키밍’에 대해 로이터통신이 그 실체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전에 “TTP를 통한 해외 채용이 혁신 중심 경제를 구축하고, 인재 이동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는 방안”이라고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

특히 반도체칩 등 민감한 첨단 산업 분야 집중

‘키밍’이나, 다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인라이튼먼트(Enlightenment)’ 등은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기밀 영역이 많은 분야와 관련한 인재들을 두루 스카웃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과 달리, 이는 중앙정부 홈페이지에도 소개되고 있지 않아, 그 민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일부 중국 정부 문서에는 또 기술 기업 클러스터 구축에 초점을 맞춘 과학기술부의 오랜 인재 스카웃 프로그램인 ‘후오주’(횃불)와 함께 ‘키밍’이 언급되어 있다.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키밍’은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채용 계획과, 중국 내 반도체 회사의 정부 지원 채용 활동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오랫동안 중국이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훔쳤다고 비난해 왔지만, 중국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정부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 대변인 딘 보이드(Dean Boyd)는 중국의 해외 인재 스카웃 계획에 대한 질문에 “외국의 적들과 전략적 경쟁자들은 미국과 서방의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종종 기술 자체를 확보하는 것만큼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스카웃 열풍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또 다른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중국 분석가들은 인재 흐름을 통한 지적 재산 유출을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는 자칫 “인종적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반도체 분야, 20만명 부족, 해외 명문대 출신 등 인재 유치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중국정보산업발전센터와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발표한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칩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번창했지만, 금년 들어 엔지니어와 칩 설계자를 포함해 약 20만명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TTP를 비롯한 엘리트 확보 노력은 특히 외국의 명문대학이나 최고 기관에서 훈련받은 지원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키밍’에 선발된 지원자 대부분은 미국 명문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적어도 하나의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면서 “MIT, 하버드, 스탠포드 대학에서 훈련받은 과학자들도 중국이 찾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보기에도 이는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 연구원들이 연구 수행을 위해 미국 정부 자금지원을 받는 동안에도, 중국 기업과의 제휴 관계를 공개하지 않거나 독자적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중국과) 공유하거나 수출 통제를 위반할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부터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지후’(Zhihu)와 링크드인에 자신을 채용 담당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키밍’ 지원자를 찾는 광고가 여럿 올라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각 성이나 지방자치단체들도 인재 발굴과 채용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저장성국이 2019년부터 운영하는 쿤펑 계획(Kunpeng Plan)이 대표적이다. 저장성은 2022년 6월에 “이 프로그램이 5년 안에 200명의 기술 전문가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8명이 이미 모집되었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해당 지방 정부의 2022년 인재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 ‘원저우’ 시에서는 당국이 ‘쿤펑’을 통해 모집한 전문인재들에 대해 개인 보상이나, 창업 자금, 주택자금을 포함하여 최대 2억 위안의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시 당국의 인사 결정 관련 공산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쿤펑 및 유사 프로그램에 전년보다 49% 늘어난 8,500만 위안을 할당했다.

‘쿤펑’ 대상자 중 한 명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교육을 받은 저장성 대학교 교수로서, 그는 반도체 광전자 장치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지침에 따르면 저장성 후저우에서는 ‘키밍’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고용주가 해당 후보자가 승인되면 시 또는 구 정부로부터 최대 150만 위안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中 기업 해외 지사 근무도 “‘한 발’은 중국, 한 발은 중국 밖”

앞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반도체 칩 노하우 발전을 그토록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의 바람처럼 녹록지만은 않다. 해외에 있는 많은 중국 반도체 전문가들이 중국의 정치적 환경과, 서방에 비해 뒤떨어진 칩 개발 환경 등을 우려, 중국으로의 복귀를 경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들(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프로그램이 하룻밤 사이에 바뀌거나, 언제들 아예 지원을 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불안도 깃들어 있다.

실제로 저장성의 한 도시에선 주로 ‘키밍’을 중심으로 인재 프로그램 지원자가 200명이 넘었지만, 그 중 합격자 8명만이 중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일부 중국 과학자, 특히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과학자들이 중국 정부 인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이중 국적 등 권리를 포기하거나 미국정부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들 전문적인 인재들은 드물지 않게 중국 칩 기업의 해외 사업장에 고용되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한 발은 중국에, 다른 한 발은 중국 바깥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