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부활?…‘글로벌 메타버스 전쟁’ 발발
애플․앤비디아․픽사 vs 삼성․구글․퀄컴, 양대 동맹 ‘한판 대결’ XR․메타버스와 기존 앱․디바이스의 접목…LG전자, SKT, KT도 가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메타버스가 다시 부활할까.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본격적인 ‘메타버스 대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애플을 맹주로 한 픽사,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기술동맹, 그리고 또 다른 진영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구글․퀄컴의 동맹이 이에 맞서고 있다. 이에 LG전자와 SK텔레콤, KT 등 ‘마이너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메타버스 대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 결과에 따라선 향후 지구촌 차원의 XR과 메타버스 산업 패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해 이후 이어진 이들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며, 그야말로 ‘대전(大戰)’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애플, AR 콘텐츠 표준 위한 ‘AOUSD’ 결성
우선 ‘XR대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애플은 최근 픽사·엔비디아 등과 오픈소스 기술동맹을 구성했다. 이 회사는 앞서 2024년 초 비전프로 출시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애플은 ‘어도비’, ‘엔비디아’, 그래픽 디자인·설계 SW기업인 ‘오토데스크’와 연합체를 구성했다. 특히 이들은 리눅스 재단의 JDF가 주관하는 ‘얼라이언스 포 오픈 유니버설 신 디스크립션(AOUSD, Alliance for Open Universal Scene Description)’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AOUSD’는 증강현실(AR) 콘텐츠의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또 3D툴과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을 높여,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대규모 3D 프로젝트를 쉽게 작성, 구성하며,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3D 지원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한다.
3D 기술언어인 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는 픽사가 2012년 개발, 2016년 오픈소스로 배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USD가 인터넷의 HTML처럼 메타버스 시대의 표준 사양이 될 것이란 기대다.
영화나 게임의 3D 콘텐츠 제작에는 ‘장면 설명(scene description)’이라고 하는 대량의 데이터 생성과 전송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성된 데이터가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서 편집하거나 읽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반해 USD 형식은 3D 도구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함께 컴파일할 수 있도록 하는게 특징이다. USD를 사용하면 개발자가 동일한 장면이나 프로젝트에서 동시에 협업을 할 수 있다.
애플, 3D기술언어 USD로 가상현실 시장 공략
애플은 이같은 USD를 통해 3D 콘텐츠가 적용되는 가상현실(VR)·AR·MR·XR 기술의 표준화·상호 운용성 등을 정립하고 있다. 또 연합체를 통해 개발자나 소비자가 3D 콘텐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과 기술을 선점할 방침이다.
애플은 2024년 초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비전프로의 하드웨어를 개발하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다양화에도 박차를 가해 ‘MR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애플은 비전프로를 대여하고, 랩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전프로용 운영체제(OS)와 호환하기 위해 앱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개발자들과 공유하고, 원활한 작동과 지원을 위한 OS와 앱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픽사의 USD 기술을 통해 “개발자는 시각특수효과(VFX) 및 애니메이션부터 VR 및 메타버스 응용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3D 경험을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AOUSD는 보다 폭넓은 업계에서 기술 강화를 위해 관련 포럼을 제공할 예정이며, 다양한 회사나 조직이 오픈USD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삼성, ‘AR워킹’ 출원, XR 기기 탑재 배터리 인증
이에 맞선 삼성전자도 구글, 퀄컴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 애플에 맞선 ‘XR 시장 동맹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퀄컴, 구글과의 XR 동맹을 발표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AR 워킹(Walking)’ 상표 출원에 이어, XR 기기 탑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인증 등을 준비하고 있다.
‘AR 워킹’은 삼성전자가 향후 출시할 증강현실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헤드셋 또는 안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앞으로 XR 헤드셋에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하드웨어 경쟁력 십분 활용
삼성전자는 또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센서·하드웨어 제작과, XR 폼팩터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퀄컴의 핵심 기술인 ‘스냅드래곤 칩셋’, 구글 운영체제인 앱·서비스를 결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XR 폼팩터를 개발하고 그 안에 퀄컴의 칩셋, 구글의 OS가 탑재되는 방식의 협력을 진행하며 전문역량을 결합한 XR 생태계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1일 DX 사업부 산하에 신기술과, 새로운 폼팩터를 개발하는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글로벌 파트너사 제휴 검토
LG전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회사는 플랫폼과 콘텐츠 등 영역에서 역시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미래 육성사업으로 메타버스를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디바이스가 아니더라도 플랫폼·콘텐츠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과 생태계에 동참할 수 있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게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현재 글로벌 파트너사와 역량을 교환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멀지 않아 그 구체적인 그림이 밝혀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LG전자는 조인트벤처나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사업과 역량을 마련하는 ‘인오가닉(inorganic)’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면서 “메타버스 관련 영역에서 M&A가 나올 것인지도 주목된다”고 했다.
SK텔레콤, 챗봇과 메타버스 융합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AR·VR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난 2021년엔 메타버스 서비스 ‘ifland’(이프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이프랜드’를 ‘글로벌 오픈 서비스’로 진화 발전시키는 한편, 국내 MR 생태계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며 “AI 챗봇 ‘에이닷’과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융합한 ‘아이버스(AI+Universe)’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특히 “에이닷을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만들어 메타버스에 적용할 계획”을 밝히는 한편, “‘MWC 2023’에서 미국·독일·동남아 주요 통신사와 메타버스 관련 협약을 체결했고, 메타버스 ‘이프랜드(ifland)’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공표했다.
KT, 메타버스와 AI의 접목
KT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 회사는 “AI와 결합한 교육, 스포츠(KT리얼댄스) 콘텐츠 개발, 메타버스 공간의 AI 기반 추천 서비스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 3월 KT는 소비자·기업 간 거래(B2C) 메타버스 플랫폼인 ‘지니버스’ 시범서비스(오픈베타) 버전을 출시한 바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Genieverse)’를 개선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단순히 친구와 즐기며 소통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나름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