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스트코로나’ 반도체 시장…‘하반기 전망’(中)
글로벌 빅테크 실적 호전, AI 등 일부 산업 호황 불구, “여전히 불투명” “거시경제 침체, 전방산업 수요 부진, 인프라 투자 정체 등” 꼽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하반기 반도체칩 시장 전망은 일단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우선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감산을 계속하는 가운데, 하반기엔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게 긍정적 전망의 근거다. 그러나 이에 반해 여전히 세계 경기가 불투명하고, 이로 인한 반도체 시장 환경 역시 부정적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긍정 vs 부정 전망 교차
시장분석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메모리 기업들이 대부분 감산한 가운데, 경기가 회복되면서 IT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등 신기술의 확산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신규 수요가 하반기 이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부정적 전망도 만만찮다는게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이다. 즉, IT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불투명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또 반도체 재고 수준도 높기 때문에 단기간 내 업황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단적으로 말해 많은 연구기관이나 전문기관에서 하반기 글로벌 업황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거시경제가 불투명하다보니, 부정적 전망도 이에 맞서고 있다.
긍정 “삼성 감산 동참, 경기회복 기대”
일단 긍정적 전망의 근거는 메모리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고,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회복 등으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또 다른 리서치 기관인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수급을 보면 공급이 20% 많았으나, 올해는 감산을 거듭한 결과 공급 과잉이 10%p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24년 상반기엔 정상 재고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기관은 특히 PC와 모바일 등의 ‘수요 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즉, 수요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중엔 일단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반도체 재고 비율은 지난 1월 263.9%로 고점을 찍은 뒤 2월 252.2%, 3월 163.3%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즉, 수요 증가로 인해 재고율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JP모건 등도 챗 GPT,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들 차세대 반도체 관련 제품의 기술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시장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늘어나고, 이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점도 긍정적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대체로 지난 1분기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업계 역시 ‘바닥’을 친 실적 발표 이후, 점차 상승세를 기대하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미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면서 투자 여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즉, 그 만큼 반도체를 소비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의 최악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상승한 것”이란 애기다.
부정적 전망 ‘IT기업 고정투자 부진’
그러나 이에 맞서 하반기 이후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강하다. 최근 ‘블룸버그’나 시장조사기관 ‘트랜드 포스’, 그리고 국내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제시한 전망이 그런 편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블룸버그’ IT기업들의 CAPEX(Capital expenditures, 고정자산 투자 등)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 그리고 올 하반기에도 서버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으면서 단기간에 서버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의 인프라 투자가 경기 불황 등으로 미뤄지며 2023년엔 서버 시장 회복세도 더딜 것”이란 예상이다.
트랜드포스 역시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을 줄이더라도 (반도체를 직접 소비하는) 전방산업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감산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하반기 IT 수요 회복 기대는 어려울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아직도 눈에 띄는 수요 회복 시그널이 없다”는 것이다.
감산 불구, 4분기 이후 비수기로 다시 공급 과잉
이들 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설사 메모리 반도체 감산으로 인해 올해 3분기부터 수급 개선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4분기부터 또 상황이 달라진다. 즉,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는 비수기가 계속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 반도체 수요가 가장 많은 스마트폰, PC 시장 등이 여전히 정체 상태인데다,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수요 시장이, 기존의 시장을 유의미하게 대체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곁들여진다.
요약하면, 일부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 개선과, 수요 증가 변수가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반도체 수요 시장은 전반적으로 뚜렷한 회복의 시그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하반기 이후 반도체 시장도 여전히 불투명할 것이란 의견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下)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