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앱 ‘락인 효과’, 날로 두드러져

거대 플랫폼 기업들, ‘복합적 기능’ 앱으로 소비자 묶어 독점 소비자들, 기술적 편의, 가격 등 “기존 제품․서비스 편리” 안주해 “새로운 기업 시장 진입 막고, 독과점 구조 심화” 지적

2023-07-25     이보영 기자
 (출처=한국씨티은행)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e-커머스 업계에선 시장 독점력을 공고히하기 위한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 등의 ‘슈퍼앱’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이들은 슈퍼앱 특유의 복합적인 기능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묶어놓을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리며, 매출을 늘리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락인효과(Lock-in Effrct)’는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천 아웃’(Churn-out)과는 반대의 의미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선택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을 묶어두는 현상을 뜻한다.

이에 따라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고착효과’ 또는 ‘잠금 효과’ 및 ‘자물쇠 효과’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통신사 역시 마찬가지로 은행계좌를 만들고 나면, 신용카드, 급여 입출금, 각종 요금과 공과금 납부, 신용대출까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은행 서비스로 바꾸기 어려워지고, 통신사도 동일 통신사 가족묶음 할인이나 통신·TV·인터넷 등 묶음서비스 상품과 같은 할인혜택을 통해 계속 동일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우리는 이미 기업들의 마켓팅 활동 등에 의해 알게 모르게 락인 효과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에 따르면 ‘락인 효과’는 기존의 제품 및 서비스보다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이 출현한다 해도, 서비스를 바꾸기 위해 투자되는 시간과 돈 그리고 불편함과 같은 전환비용(switching costs)으로 인해 현재 사용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리생활 주변에 자주 사용하는 정수기 등 렌털용품, 넥플릭스 및 OTT, 아이폰, 갤럭시시리즈와 같은 스마트폰 등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잠금 효과가 작용하고 있음

락인(Lock-In) 효과는 어떤 기술, 제품 또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립함으로써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 또는 기업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상으로 기술적 우위나 가격적인 측면 또는 기존에 쓰고 있던 제품이 더 편리하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발현될 수 있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꼽고 있다.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와 관련이 있다는 개념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가 많을수록 다른 사용자와의 연결과 상호작용이 증가하므로 플랫폼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플랫폼 사용을 장려하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 시장에서 선도적인 플레이어가 확립되면, 그들은 많은 사용자와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되어, 경쟁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락인 효과는 경제학에서 주로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독점적인 위치를 갖는 기업이 시장에서 양립 가능성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락인 효과의 원인으로는 기술적인 잠재력(lock-in by technical capabilities)이 있는데, 이는 특정 기술이나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불편함 때문에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관리하는 경우, 데이터를 다른 형식으로 변환하거나 다른 소프트웨어로 이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적인 제약은 사용자를 해당 기술이나 플랫폼에 의존하게 만들어 경쟁 기업들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 메신저, 쇼핑, 송금, 음악, 택시, 게임, 선물하기 등을 중심으로 국내의 대표 슈퍼앱으로 인정받고 있는 카카오는 2022년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인해 먹통사태가 발생하면서, 약 127시간의 서비스 장애로 인해 엄청난 불편을 가져왔다.

이에 200만 명이나 되는 이용자가 이탈했지만, 이미 구축되어 있는 서비스 이용이나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3일 만에 다시 이용자 수가 회복되는 등 향후 이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페이 이미지. (출처=아임웹)

또한 애플도 대표적인 락인효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애플은 애플 Music, 애플 TV, 애플 Arcade, 애플 iCloud, 애플 Fitness, 애플 News 등의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여 애플만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감성이나 디자인, 편리성을 강점으로 소비자들을 락인한 결과, 아이폰 사용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에이팟, 아이맥 등 애플 제품 위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락인효과(Lock –in Effect)는 고객이 떠나기 어렵게 만들어 기존 고객을 계속 유지하는 전략으로 슈퍼앱의 경우 쉬운 인터페이스로 사용자에게 친숙할 뿐 아니라, 단일 세션으로 둘 이상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앱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체류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트너(Gartner)는 2027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이 같은 여러 ‘슈퍼앱’의 일일 활성 사용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가운데, 플랫폼 기업들이 슈퍼앱을 도입할 경우, 기존에 제공하던 주력 분야를 강조하면서 생태계를 키워나가 몸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앞으로 플랫폼 슈퍼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네트워크 효과를 토대로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거나, 기존 산업의 생존권을 침해함으로써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