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와 ‘아웃링크’

2023-06-20     박경만 주필

‘디지털 리터러시’는 곧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독해능력이다. 또한 그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도 통하는 말이다. 포털뉴스를 둔 갑론을박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다. 그간 포털측이 아무리 우겨도 뉴스 알고리즘의 편향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포털뉴스로 인해 인지편향과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필터버블’이 더 심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비유가 적절치는 않지만, 마치 한상 가득 차린 한정식 요리같다고나 할까. 정작 그 많은 한정식 메뉴 중엔 젓가락조차 안 가는 음식도 적잖다. 지금의 포털뉴스 생태계는 개인의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배열된 음식상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궁여지책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해법이 이른바 ‘아웃링크’다. 말 그대로 별도(아웃)의 링크를 통해 개별 뉴스만을 보게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형 포털’은 셰프가 일방적으로 차린 밥상처럼, 뉴스 소비자는 안중에 없다. 포털업체는 언론사 위에 군림하듯, 자의적인 뉴스 배열을 통해 독선적이고 폭력적인 편집을 일삼고 있다. 그 행간에는 음험하기까지 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겉으론 수학적 메트릭스로 포장하지만, 알고리즘은 실상 인간의 사고와 경험치를 재료로 한다. 기계학습 변수를 조종하고 알고리즘을 구성하며 웅크리고 있는 그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출력 결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누군지 모를, 검증되지 않은 특정인들이 세상의 여론과 민심을 비틀고 조작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포털 측은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우긴다. 그러나 애초 AI알고리즘을 뉴스 배열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굳이 그렇게 하려면,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데이터 마이닝 과정과 가중치가 투명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학습 방법이 먼저 검증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 마저 포털측은 “영업기밀” 운운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애당초 뉴스 가치를 변별하는 저널리즘적 판단은 기계적 중립과는 결이 다르다. 지금의 뉴스포털처럼 ‘공의’로운 뉴스 가치보단, 다수의 입맛에 맞는 사이비 공리주의적 선정성에 빠지기 쉽다. 그런 이유로 AI알고리즘에 의한 뉴스판별은 있어선 안 된다.

‘아웃링크’는 그에 대한 최소한의 교정수단이다. 그냥 찾고 싶은 뉴스 제목이나 키워드를 검색창에 치면 된다. 그러면 해당 뉴스나, 그와 비슷한 뉴스가 있는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게 한다. 그 사이트가 성에 안 차면, 또 다시 검색 키워드를 바꿔 다른 언론사로 들어가면 된다. 그나마 독자가 뉴스의 주체적 소비자가 되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관점의 언론사와 뉴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시국과 세상에 대한 분별의 폭을 넓혀줄 수도 있다.

새삼스럽지만, 이미 전 세계가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AI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선별, 배열하는 경우는 없다. 저널리즘 영역은 섣불리 AI 알고리즘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 이성적이며, 극히 인간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계하거나 해결해야 할 대목도 적지 않다. 특히 어떤 정치적 복선이 ‘포털 뉴스 개혁’의 동기가 되어선 결코 안 된다. 최근 ‘네이버 뉴스 제휴’ 제도를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얘기처럼, 행여 정권이나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셈법은 용납될 수 없다.

또한 뉴스에 대한 ‘디지털트윈’ 능력이 없는 언론사가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네이버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만큼, 뉴스의 디지털화를 온통 네이버, 다음에 맡기고 있다보니 생겨난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디어 바우처’법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회수가 많은 뉴스나, 기사량이 많은 언론사가 우대를 받는 방식은 편향된 언론지형을 더욱 가파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면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다. 일단 ‘아웃링크’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며, 다양한 세상을 두루 링크하게 하는 방식이다. 적어도  'AI알고리즘'이라는 정체 불명의 '생각 조종자'보단 낫다. 그렇게라도 하면서, 이런저런 부작용에 대응하는게 차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