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의 ‘늪’에 빠지다

지난해 이후 추락․추돌사고 급증, 타사 자율주행차 비해 최고 40배 달해 급속한 보급, 레이더 센서나 프로그래밍 문제 등 지적, ‘반도체 칩 부족’ 의혹도 미 교통당국 테슬라 정밀조사 중, “미국 내 테슬라와 자율주행차 공포 번져”

2023-06-13     전윤미 기자
고속도로에서 충돌사고로 처참하게 파손된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진=AP)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사망자 17명, 추락 사고 736명”-. 테슬라가 자율주행차가 2019년 이후 일으킨 사고다. 그대부분이 1년 안에 일어난 것들이다. 12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는 테슬라 자율주행 전기차가 충돌사고로 처참하게 파손된 사진과 함께 이같은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테슬라의 오작동이나 각종 크고 작은 사고는 간헐적으로 국내에서도 보도되었다. 그런 가운데 WP는 “자율주행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며 그간의 자세한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 신문은 우선 최근에 일어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561번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테슬라 모델 Y의 사고를 언급하며, 테슬라의 사고 위험을 파헤치고 있다.

WP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핼리팩스 카운티의 사고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보도되거나 알려진 것보다 실상은 훨씬 많은 자율주행 모드의 오작동에 의한 사고가 일어났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9년 이후 미국에서만 무려 736건의 크고 작은 충돌사고가 있었다.

테슬라의 운전자 보조 자율주행시스템.

2019년 이후 미국에서만 736건 테슬라 사고

WP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자율주행과 관련된 사망자와 부상자는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 당국이 지난해 6월에 자율주행 출시 이후 2년 간 일어난 사고를 공식적으로 밝힐 때만 해도 사망자가 3명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채 안돼 적어도 17건의 사망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중 11건은 지난 5월 이후였고, 중상을 입은 사고만 5건에 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모드로 작동하는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만 조종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하다”면서 “자율주행기술이 더욱 안전하고 사실상 사고가 없는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충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최근이 데이터는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실시간으로 테스트되는 (테슬라의) 기술에 분명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WP는 특히 “테슬라의 17건의 치명적인 충돌 사고는 뚜렷한 (사고 증가) ‘패턴’을 보여준다”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4건의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들었다. 심지어 응급 차량과의 충돌사고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일단 “자율주행 보조 장치의 오작동이 사고의 원인임을 알 수 없다”면서 “완전 자율주행을 포함해 테슬라 기술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언급을 유보했다. 다만 “모든 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인간 운전자가 항상 운전 업무에 완전히 참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주의 법은 인간 운전자에게 차량의 운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 ‘자율기능 지속’ 주장, 전문가들 “분명 비정상” 지적

그러나 머스크는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운전자 보조 기술을 결코 중단할 뜻이 없음을 틈나는대로 밝히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에도 “자율성을 추가하면 부상과 사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두고 많은 법적 시비와 비난을 받겠지만, 자율성을 구현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가끔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런 사례가 결코 많거나 전부인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공학 및 컴퓨팅 교수이자, 전 NHTSA 수석 안전 고문을 지낸 미시 커밍스는 “테슬라는 정상적인 데이터 세트에 있는 경우보다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충돌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 1년 반 동안 도시와 주택가에 운전자 지원을 병행한 완전자율주행차가 널리 보급되어 돌아다니는 것이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체 충돌 사고와 비교한 사망자 비율도 훨씬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미 NHTSA는 2021년 이후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가 운전자 보조 자율주행기술이 관련된 충돌 사고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그 결과 작년에 다양한 교통사고로 미국 내에서만 4만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 중 자율주행차량의 사고는 일단 미미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운전자 보조 자율주행차량 사고가 807건에 달했는데, 그 중 대부분이 테슬라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 뒤를 잇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인 스바루가 2019년 이후 불과 23건의 추락 사고를 일으킨데 비하면 엄청난 격차다. 물론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거의 40배나 될 만큼 큰 격차다.

테슬라는 다른 자율주행차량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사고가 많으며, 그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표=미 고속도로교통안전청, 워싱턴포스트)

“테슬라의 공격적 판매가 사고 원인일수도”

이같은 충돌 사고의 증가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완전자율주행 차량 판매와도 겹친다. 처음 출시 당시 구매자가 약 12,000명이었으나, 불과 1년 조금 지나면서 거의 40만 명으로 늘어났다. 테슬라가 NHTSA에 보고한 모든 운전자 보조 충돌 사고의 3분의 2가 지난해에 발생한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자율주행차 안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필립 쿠프만 교수는 “각종 데이터를 보면 테슬라의 보급이 중요한 안전상 위험을 제기한다”고 WP에 전했다. 그는 “이처럼 사고가 급증하는 원인은 분명 크게 우려할 만하다”면서 “실제로 자율주행기술의 심각한 오작동으로 인한 충돌 사고인지, 아니면 자율주행 모드를 켠 채로 엄청나게 많은 거리를 주행하는 것처럼, 다른 요인이 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이 장착된 36만대 이상의 차량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이는 SW가 신호등이나, 정지 표지판, 속도 제한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있다. 즉, 칩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결 단순한 하드웨어 세트를 기반으로, 레이더 센서를 제거하거나, 이미 시판 중인 차량에서 레이더 센서를 비활성화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해 “매우 고해상도인 레이더만 (반도체 칩 부족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 정부 문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다시 레이더 센서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잡음이 계속되자, 머스크는 지난 3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충돌사고에 비교한 주행 마일 수를 보면, 정상 주행 시 일반 차량보다 완전자율주행차량의 충돌 위험이 최소 5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테슬라가 제시한 주행 관련 데이터는 주로 고속도로 시스템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이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사용자가 경험하는 환경보다 한결 덜 복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최소 5분의 1’ 주장은 어떤 시스템과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테슬라는 자체적으론 물론, 관계 당국인 NHTSA에 대해서도 해당 데이터를 비공개로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테슬라가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추돌하는 사망 사고도 일어났다. (사진=AP)

주행 중 갑자기 ‘스톱’ 등 다른 결함도 잇달아

그런 가운데 NHTSA는 테슬라의 충돌 사고와 운전자 지원 소프트웨어의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여러 조사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팬텀 브레이크’다. 이는 자율주행SW 스스로 어떠한 위험을 ‘상상’한 나머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현상이다.

그 때문에 지난해 운전자 보조 자율주행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 모델 S가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차량 8대가 연쇄 추돌, 2살 어린이를 포함해 9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NHTSA에 제출된 또 다른 테슬라 관련 민원 사항에 따르면, 맞은 편 차선에서 소형 트럭이 지나가는 순간, 갑자기 자율주행차가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또 자율주행 테슬라가 주차된 비상 차량을 들이받았다는 사고도 12건 이상이나 되었다. 이에 NHTSA는 작년부터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테슬라의 기술적 결함을 포함한 ‘엔지니어링 분석’ 단계로 조사의 강도를 높였다.

작년에 NHTSA는 또 테슬라 차량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뒤에서 들이받아 그가 사망하게 한 사건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오토바이 추돌 사고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커밍스 교수는 “오토바이가 테슬라 주변에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자율주행기능이 오토바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율주행운전 금지 시켜야” 목소리도

미 NHTSA는 일련의 사고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일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또 조사 당국에 대해서도 “기업 기밀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사고에 관한 요약본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테슬라의 소극적 태도까지 겹쳐, 미국에선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불신이 날로 크게 번져가고 있다. 특히 테슬라에 대해선 불신의 정도가 더욱 크다는게 WP의 설명이다. 테슬라 사고로 가족을 잃은 한 소비자는 아예 “자율주행운전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