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계’ 조율하는 뇌의 작동원리 발견
뇌 속 ‘해마 CA1 영역’이 상대 인지, 상호작용에 핵심 역할 기초과학연구원, “자폐 치료법 제시”, AI연구에도 매우 유용 전망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생성AI에 이르기까지 AI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의 뇌 구조 내지 그 작동원리를 닮기 위한 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은 특히 인간의 뇌 신경작용을 최대한 모방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이 인간을 포함한 사회적 동물상호작용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개체를 인식하고 이전 상호작용으로 축적된 그 개체와 관련된 정보를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뇌의 작동원리와 과정을 이해하는데 단초가 될 만한 기술적 성과를 이뤄 눈길을 끈다.
이 기관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이도윤 연구위원 연구팀은 생쥐 행동 실험과 뇌신경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이같은 성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인식할 때 활성화되는 개체 인지 신경 세포와, 인식된 개체와 관련된 가치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가 해마의 CA1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CA1은 해마의 하위영역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생쥐가 개체 간 차이를 구분하는 행동 실험 장치를 새롭게 고안했다.
그 결과 생쥐는 짧은 시간 서로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개체를 구별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해마 CA1 상단부 영역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해마 CA1 영역에 신경억제물질을 주입해 해당 영역을 억제하였을 때, 실험 대상 생쥐가 제시된 쥐들을 구별하지 못했다. 또한, 뇌 심부의 신경 세포 활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2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y)1)을 이용해 서로 다른 생쥐를 구별해 인지하는 신경 세포가 CA1 영역에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또 개별 개체와 연관된 가치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도 해마 CA1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사회적 경험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특정 개인의 가치 정보(긍정, 부정 등)와 연관시키고, 그 가치를 갱신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이런 가치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의 활성은 생쥐와 아무런 상관없는 냄새(시트랄과 부탄올)를 연관시킨 행동 실험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즉, 뇌에서 “다양한 자극과 가치 정보를 연관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 해마 CA1 영역은 자극이 생쥐일 때만 가치 정보를 연관시키는 것이다. 이는 “해마 CA1 영역이 사회적 연관 기억 형성에 선택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기존의 생쥐를 이용한 개체 인지의 신경 기전 연구는 주로 해마의 CA2 상단부 영역과 CA1 하단부 영역에 집중한데 반해, 이번 연구에서 CA1 상단부 영역이 중요하게 기능함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도윤 연구위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상호 작용을 통해 얻은 개인에 대한 가치 정보가 우리 뇌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저장되는지를 최초로 밝혔다"며, "우리 뇌가 다양한 사회적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타인에 대한 기억 및 연관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 기능에 이상을 보이는 자폐와 같은 정신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비단 자폐 등의 질환 치료뿐 아니라, 앞으로 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과 매개변수 개발 등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