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공지능규제법’ 후의 AI산업

2023-05-08     전윤미 기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의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유럽 연합(EU)과 유럽의회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 초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이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생각된다.

EU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G7 국가들의 디지털 기술 관련 장관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건강한 규제를 통해 AI 기술의 발전을 기하면서 민주적 가치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한 규제’에 대한 주요국들의 의견이 모처럼 하나로 모아진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규제와 고위험 AI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만약 유럽 의회 의원들이 예정된 스케줄대로 오는 11일 투표를 통해 EU 차원의 인공지능법을 통과시키게 되면, 이는 디지털과 IT문명사에 큰 획을 긋는 하나의 ‘대사건’이 될 것이다. G7 디지털 기술 관련 장관들의 성명이 발표된 직후 EU의 부집행위원장도 “EU의 인공지능법은 범지구적인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혁신적 법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여기서 ‘혁신’이란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이란 말 속에서는 규제는 하되, 기술발전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뜻이 들어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규제 기관들도 대부분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해야 한다는데엔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기술혁신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기술의 자의적이고 악의적인 쓰임새를 제어하는‘가드 레일’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선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이나 정부는 그 묘수를 찾기 위해 제각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고위험 AI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키운 것은 무엇보다 초대형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결정적 동기가 되었다. 도한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기회비용’이 가장 큰 이유다. AI에 의해 피해를 당한 후 수습하는데 드는 비용은 애당초 AI를 활용해 거둔 수익보다 훨씬 더 많이 들고 손해도 크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 만큼 A의 위험성을 철저히 경계하고, 미리 이러저러한 가드레일을 제시해두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특히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들도 이런 흐름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나,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등도 언론 인터뷰에서 “AI는 절대 안전하지 않고, 잘못 다루면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잇따라 경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구글의 AI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박사는 “AI 기술에 몸담았던 내 인생이 후회된다”고까지 술회했다.

또 일론 머스크를 비롯하여 IT기술과 관련된 학계와 기업,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3천여 명이 AI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오픈AI 측에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이번에 통과된 EU의 AI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들을 포함해 전 세계의 명망있는 인사들이나 정치인 등이 두루 ‘인공지능법’ 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EU AI법 초안 작성에 참여한 의원들도 “세계 지도자들이 첨단 AI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도 “이제 모든 사람이 AI를 일상화하고 있는 시대”라며 “이럴 때일수록 AI를 안전하게 사용하여 생산성과 서비스 개선이라는 놀라운 모든 가능성을 얻을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함으로써 EU AI법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G7과 EU, 그리고 압도적인 세계여론의 결합으로 ‘AI 규제법’은 곧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래서 이는 고위험 인공지능을 제어할 강력한 프로토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욱 11일 EU ‘AI규제법’ 통과 이후의 세상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