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 “반응 용기 하나로 폐배터리에서 금속만 쏙쏙 골라내” 효율적인 재활용 분리공정, 재활용 산업, 경쟁력 높이는 계기 “회전력 기반 반응기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쉽고 빠르게 분리․추출”

2023-05-04     이보영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금속을 추출하는 회전형 액체 반응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또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국내에선 “폐배터리에서 금속만 신속, 정확히 골라내는” 추출 기술이 개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핵심이 그에 포함된 각종 광물질과 금속을 추출하는 것인 만큼, 이는 앞으로 폐배터리 산업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2일 기초과학연구원은 “반응 용기 하나로 폐(廢)리튬이온배터리에서 금속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면서 “이는 복잡한 재활용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기관의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추출기술의 대상이 된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할 수 있는 이차전지의 한 종류다. 이는 가벼운 금속원소인 리튬으로 만들어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다. 휴대전화, 노트북, 전기자동차 등 폭넓게 사용되며 그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리튬이온배터리 폐기물의 양이 늘어나며 처리 방안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충·방전을 반복해서 성능이 떨어져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 후 남은 폐배터리는 매립지나 소각장에 그냥 버릴 수 없다. 폭발, 화재의 위험성이 크고, 유독물질이 밖으로 새어 나와 토양과 물에 유출될 수 있어 환경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원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이 값비싼 원재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기존에도 재활용 공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게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 폐배터리를 잘게 쪼개고 분쇄해 검은색 덩어리(블랙파우더)로 만들고, 화학처리 등으로 원재료인 금속을 걸러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또 “분리막을 사용해 하나의 원통에서 금속을 분리·추출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가 있었으나, 강하게 섞을 때 분리막이 파열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미 지난 2020년 반응 용기 하나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면서 “밀도가 다른 용액은 서로 섞이지 않고 층별로 쌓인다는 사실에 착안해, 회전 가능한 원통 안에 여러 용매를 넣고, 이 용매를 이용해 반응물을 이동하거나 분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화학 합성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고 전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개발한 금속분리공정.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하여 이번에 개발한 회전하는 반응기는 “수평 형태로 여러 용기를 거치지 않고도 한번에 금속 혼합물을 분리하고 추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용기 자체가 금속 혼합물을 공급하는 층(feed층)과, 분리된 금속을 수용하는 층(acceptor층), 두 층을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층(shuttle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속을 공급하는 층은 높은 산성을, 수용하는 층은 낮은 산성을 띈다. 두 층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층에는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용매가 녹아있어, 금속을 공급하는 층과 수용하는 층을 왕복하며 선택적으로 금속을 분리시킨다.

연구팀은 “다시 말해, 금속을 공급하는 층에 금속 혼합물을 넣고 강한 회전을 일으키면, 중간 층에(shuttle층) 있는 추출제로 인해 리튬, 니켈은 남고, 망간과 코발트만 금속을 수용하는 층으로 이동한다.”면서 “분리막을 사용하는 단일 반응기와 달리, 이 반응기는 높은 강도로 섞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또 “기존의 금속 분리·추출 방법보다 훨씬 낮은 농도의 금속 추출제로 원하는 금속을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면서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이외에도 다양한 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고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