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방미 성과’ 조명, 그러나 “한국 경제엔 짙은 먹구름”

반도체 수출 악화 등 14개월째 무역적자, 대중 수출 부진이 결정적 반도체·IRA 관련 뚜렷한 해법 안 보여···제2의 '사드' 사태 우려도

2023-05-02     안정현 기자
지난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내외와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외가 주최한 국빈 오찬에 참석했다. (출처=대통령실)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반도체와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진과 대중국 무역상황 악화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역수지 또한 14개월째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년 넘게 먹구름이 짙게 깔린 대한민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선 반도체 수출과 중국과의 무역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반도체·배터리와 관련해 뚜렷한 실익을 얻지 못하고 합의를 이어나가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긴 만큼, 무역적자 행진을 막기에는 정부의 대처가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또 '워싱턴 선언'에 대해 중국이 날선 반응을 보이는 만큼 중국의 경제보복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중국 수출 모두 부진···정부 "노력하겠다" 입장"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든 496억 2000만 달러(약 66조 4262억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26억 2000만달러(약 3조 5073억원)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자동차(40.3%), 선박(59.2%), 일반기계(8.1%) 수출은 증가하였으나, 반도체(-41.0%), 디스플레이(-29.3%) 등 IT품목, 석유제품(-27.3%), 석유화학(-23.8%), 철강(-10.7%) 등의 수출은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4월 수출액이 63억 8000만 달러(약 8조 5498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41% 폭락했다.

지역별로는 유럽(9.9%)과 중동(30.7%)에 대한 수출이 증가세를 보였으나,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26.5%), 아세안(-26.3%) 등에 대한 수출이 급감했다.

대중 수출 부진과 반도체 업황 악화 때문에 4월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다만 규모 면에서는 지난 1월 이후 차츰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측은 "최근 수출 감소는 일본과 대만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 부진이 한국의 일만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국은 자동차·철강 수출 확대, 대러시아·호주 수출 급증에 힘입어 3월 수출이 증가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속한 시일 내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강력한 수출지원 방안을 추진하겠다"라며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을 포함한 미국 순방성과가 수출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IRA 우려 해소 안 돼···중국 경제보복 우려도"

즉 정부는 누적되는 무역적자의 타개책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방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관련 우리 기업의 우려가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은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27일 양국 장관이 참석한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 이후 "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라며 "IRA 해외우려기업 이슈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구체적 실행 보다는 추후 실무진 협상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오는 10월 만기되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에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미국에게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뚜렷한 해법 없이 이마저도 '긴밀한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물론 한·미 공급망을 강화하고 3대 반도체 첨단기술(차세대 반도체·첨단 패키징·첨단 소부장) 분야에서 기술실증 및 인력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미국과의 과도한 밀착을 통해 전략적 모호성을 깨뜨리고 우리 기업의 활로를 좁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한미 '워싱턴선언'으로 인해 중국이 지난 2016년 '사드' 사태때처럼 또다시 경제보복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GT)'는 '윤 대통령의 압도적 친미 정책은 한국에 악몽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위"라며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임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한국 여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두고 '글로벌 호갱(global hogang) 외교'라고 비판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호갱’은 잘 속는 고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