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주행 "사고나면 車제작사, 통신사 책임"

2027년 상용화 앞두고, ‘관련 법규․보험체계 새롭게 정비’ 목소리 운전자, 보유자, 제작사, 센서․AI 개발사 등 각기 책임 여부 논의 중 보험연구원․자동차업계 “자동차보험․손배법․도로교통법 등 정비해야”

2023-04-28     김향자 기자
한국자동연구원이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한 친환경 자율전기자동차 모형.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국내에서도 2027년경엔 레벨4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앞서 특히 보험 체계부터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고시 운전자와 자율주행 제작사, 심지어는 라이다 등 센서나 AI 개발사까지 연루된 문제라서 매우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다.

자동차산업협회 스마트안전실 조창성 실장은 한 세미나에서 “합리적 수준에서 레벨4 자율주행차사고에 대한 제조사 책임 원칙을 정하는 등 보험제도 정비와, 자율주행차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합리적인 행정제재 체계 등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자동차 기술이나 시장전망 못지않게 자동차업계에서도 관련 보험체계 정비가 큰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용화 앞두고, 자율車 기술․시장 못잖은 ‘과제’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특히 복수의 관련법체계과 보험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제작을 위한 제작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도로교통법’상 안전한 운행을 위한 운행기준도 정비해야 한다. 특히 보험업계에선 사고가 날 경우 피해자를 구제하고, 손해 분담을 위한 보상기준을 새롭게 규정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재 자동차사고에 적용되고 있는 보상기준이 레벨4 자율주행차사고에 대해서도 합당한지를 높고도 보험업계와 관련 전문가들 간에 본격적인 연구와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현재 국내외 공히 ‘운전자’와 ‘보유자’를 구분, 후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하는 방향으로 보험제도와 교통법규체계를 바꾸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사안의 복잡성을 실감하게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레벨3 자율주행차 운전자는 기존 일반 자동차의 경우와 같은 주의의무나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는 다르다. 자율주행모드에서 운전자가 제어권 전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운전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의무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만약 레벨5 수준의 무인자율주행차라면, 아예 운전자가 없다.

이런 경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귀속시키기가 현저히 곤란해지고, 기존에 인간 운전자에게 부과되던 형사책임, 행정책임 및 민사책임에 변화가 요구된다.”는게 보험연구원의 전망이다.

중국의 자율주행차 '웨이모'의 홍보 화면.

운전자/보유자 구분, 제작사․통신사도 책임?

보험연구원 황현아・손민숙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레벨4를 기준으로 해도 보험체계는 복잡해진다.”면서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자율주행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거나 무단으로 변경하다 통신장애가 일어나 보행자를 친 경우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먼저 자동차 보유자가 기존의 자동차보험 체계에 따라 일단 자신의 자동차가 낸 사고에 대한 책임, 그리고 자율주행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무단 변경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위반한데 대한 책임을 동시에 진다.

달라지는 건 그 다음이다. 자율주챙 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통신서비스가 불안정하거나 중단된데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책임을 물린다. 자율주행차 제작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즉, 통신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자율주행시스템이 센서에 의한 단독 자율주행으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제작할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다. 결함에 대한 제조물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황현아・손민숙 연구원은 “앞으로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주의의무는 점차 축소되어 결국에는 면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무인자율주행의 경우 사고 책임을 귀속시킬 ‘운전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형사책임 귀속 주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안전운전의무 위반과 같은 ‘법정범’의 경우 자율주행차 제작사나 운영사에 그 책임이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금의 일반 자동차 보험체계와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같은 ‘자연범’까지 제작사나 운영사에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이는 형법이나 법철학 분야의 중요 이슈로, 인공지능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와도 연계되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을 원격에서 관리, 통제하는 관제실 모습.

교통위반시, 제작사 등에 과태료 검토

또 자율주행차 운행 중 신호위반, 과속 등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운전자나 탑승자에게 면

허취소와 같은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지도 논란꺼리다. 현재 주요국들은 대체로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때문에 자율주행차 탑승자가 아닌, 자율주행차 제작사나 시스템 운영사에게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민사책임은 형사책임과는 차이가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경우는 “자동차의 사용・관리에 대한 권한과 이익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누가 운전을 했는지, 운전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와는 무관하다. 자신이 소유, 보유, 운행한 차량이 사고를 일으킨 이상 책임이 인정된다. “따라서 레벨3는 물론 레벨4 자율주행차사고에 대해서도 소유자, 보유자 및 운행자의 민사책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 등 주요국, ‘보유자’ 책임 강화

그러면 해외 주요국은 어떨까.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독일의 경우, 레벨4 자율주행차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는 일반 자동차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율주행차, 특히 무인자율주행차의 경우 사고가 나도 운전자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유자’의 책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책임 한도 금액을 상향하는 등 보유자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은 특히 자율주행차 보험가입 의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법률위원회는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에선 운전석 탑승자가, 인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에는 제작 또는 제조사가 보험에 가입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레벨3의 경우에는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고, 레벨4의 경우에는 제작사나 모빌리티 회사가 보험에 가입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자동차산업협회의 조창성 실장은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12월 레벨4 제작·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면서 “특히 이에 걸맞은 자율주행차 보험제도를 정비하고, 자율주행차 윤리·사이버보안 규정도 정밀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