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4.6조 '적자'···韓 경제위기 암시?

1분기 매출 63조 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 반도체 수출 비중 높은 한국, 경제위기 가시권 들어섰다 "한국, 美 반도체 패권주의에 제대로 대응 못해" 삼성전자 타격 심화

2023-04-27     안정현 기자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4조 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날 SK하이닉스 또한 3조 4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에 이어 삼성전자또한 반도체 불황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지 못한 것은 14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 산업이 곧 한국 경제를 크게 뒷받침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이러한 '어닝 쇼크'가 곧 불어닥칠 거대한 경제 위기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외교적 대응도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해 한국의 '뿌리 기업'인 삼성전자가 속절없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평가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한국의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재 흘러가는 외교 상황과 삼성전자의 입지를 고려하면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곧 한국 경제위기를 암시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적자, 스마트폰이 겨우 메꿔"

2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3조 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95% 깎였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손실을 스마트폰 사업이 겨우 메꾼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실적 악화에 대해 회사 측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경기둔화 우려로 전반적인 구매심리가 둔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원화가 달러화·유로화 및 대부분 신흥국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며 달러화 영향이 큰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악영향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매출은 13조 7300억원, 영업이익은 4조 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DX부문은 1분기 매출 46조 2200억원, 영업이익 4조 21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갤럭시S23이 '대박'을 치면서 MX는 전분기 대비 매출이 오르고 수익률도 두 자릿 수 이상으로 회복됐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폴더블 모델이 확대되고 플래그십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SDC부문 매출은 6조 6100억원, 영업이익은 78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소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다만 "하반기는 글로벌 수요 회복 전망 속에 점진적인 업황 회복이 기대된다"고도 말했다. 

"시장 회복 쉽지 않아···대내외 환경에 흔들리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중국 톈진 공장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구매 심리가 그리 쉽게 이뤄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도체 업황 악화 때마다 그 다음 분기, 혹은 다음해 초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겨졌지만 올해 1분기까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을 내년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에 맞서 더없이 치열해야 했을 우리나라의 외교적 대응도 부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도 삼성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용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의 대중 무역이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져도 한국 반도체 업체가 그 부족분을 채워주는 일이 없게 해달라는 요청을 미국이 한국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규정을 통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제한한 바 있다. 

정작 한국 반도체 기업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줄타기' 전략이 거의 붕괴되면서 애꿏은 한국 기업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위기가 그 회사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마침 이날 한국은행이 발간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인해 타 제조업 수출 호황에도 전체 BSI는 전월과 같은 72를 기록했다. BSI가 100을 넘지 못하면 기업들이 체감하기에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실적 반등을 위해 메모리는 레거시 공정 제품 위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첨단공정과 고부가제품에 대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플래그십 모바일용 SoC 시장 재공략, GAA 공정 기반 3나노 2세대 공정 개발 등도 속도감있게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