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하나의 울타리' 전략, 국내업계 영향은?

애플, A시리즈 SoC부터 셀룰러 모뎀, 와이파이·블루투스 칩 자체 개발 “생산 아닌 설계일뿐”…“국내 기업 의존도 60% 유지, 분업체제 구축”전망

2023-04-24     안정현 기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사진=LG 디스플레이)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이 자체 반도체 부품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반도체 부품 협력사의 영향력을 줄이고 기업 통제력을 높이는 한편, 유의미한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에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될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 애플의 우리 기업 의존도가 60%는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08년 반도체 설계기업 인수 이후 반도체 부품을 내재화하는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부품 설계 등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제조 분야는 국내 기업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디스플레이 분야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에 여전히 많은 부분을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한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이 자체 부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IITP는 "애플은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아우르는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애플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객을 '하나의 울타리(Gardened Wall)'로 묶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유로는 "제품 성능과 기능에 더 많은 통제력을 갖춰 경쟁 업체와 차별화하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점이 있다.

애플워치(사진=애플)

애플은 내년에서 내후년을 첫번째 셀룰러 모뎀 적용 시기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퀼컴의 셀룰러 모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브로드컴으로부터 공급받는 와이파이·블루투스 칩도 2025년까지 자체 설계할 예정으로, 만약 애플이 개발 및 탑재에 성공한다면 브로드컴 전체 매출의 20%가 타격받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또한 IITP에 의하면 지난 2021년 출시된 아이폰13 프로의 경우 제품에 소요되는 부품의 총 가격 571달러 중 최대 60달러를 애플이 자체 개발한 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모뎀과 와이파이·블루투스 부품을 여기에 더한다면 이 비중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올해 초 애플이 내년 말 출시되는 애플워치 신제품에 자체 설계한 마이크로LED를 탑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간 애플에 막대한 분량의 디스플레이를 제공해오던 국내 업체들의 큰 우려를 낳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부품 외에도 IITP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10년 이후 자체 설계한 모바일AP(A시리즈) 채용을 시작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오디어 처리 등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며 호환성을 높여오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 기업이 상당 부분 공급해오고 있어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아이폰14 디스플레이의 70% 가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애플워치의 80%, 아이패드의 32%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수주하고 있다.

아이폰 부품 구성비율. (출처=정보통신기획평가원)

국내 기업에 대한 단기적 영향은 ‘미미’

다만 부품의 설계와 제작에 우선 집중하는 만큼 생산은 국내 기업에 꾸준히 맡길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 의존도가 최소 60%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워치 OLED 주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는 물량 축소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애플의 마이크로LED 물량을 수주받아 위탁생산하게 된다면, 오히려 중국업체에 밀리고있는 LCD 시장의 열세를 만회하는 등 새로운 수익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시장분석기관 DSCC의 대표이자 업계 동향 파악이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로스 영(Ross Young)은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애플은 마이크로LED 설계·제조 전체를 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워치용 마이크로LED 백플레인(디스플레이 구동 회로가 포함된 뒷면)을 위한 라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마이크로LED 설계를 하면 LG디스플레이가 이를 생산하는 분업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애플은 자체 반도체 부품 설계·개발에 적극적이지만, 자체 생산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애플의 반도체 독립은 인텔·퀼컴·브로드컴과 같은 팹리스 업체의 지배력을 낮출 것이지만, "향후 수년간디스플레이 조달에 있어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기업 의존도가 최소 그 정도는 유지될 것"이란게 IITP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