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생성 AI 전쟁’ 불구, 메타버스 등 “내 갈 길 간다”
6월 WWDC서 주로 MR 헤드셋 및 신제품·OS 업데이트 공개 AI 관련 사업은 “음성 비서 시리(Siri), 자연어 생성 테스트” 정도 AR과 VR갖춘 MR헤드셋 등 주력…빅테크, 메타버스 사업 철수와 대조적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애플이 생성형 AI 보다는 ‘본업’인 애플 생태계 구축에 더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맥북 등 자사 기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거대한 애플 생태
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AI 음성 비서 '시리(Siri)' 고도화 작업 정도가 사실상 애플의 AI 관련 사업의 전부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오히려 애플은 사람들의 관심이 대폭 줄어든 메타버스 영역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오는 6월 애플은 연례행사인 WWDC(세계개발자회의)을 개최해 신제품과 소프트웨어(OS) 업데이트 관련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주요 소식통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회사는 맥북 에어를 비롯한 신제품 6종과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선보인다.
"WWDC서 신제품 대거 출시, MR 헤드셋 드디어 공개"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애플은 WWDC에서 아이폰 OS인 iOS 17, 아이패드OS 17, 맥OS 14, 워치OS 10 업데이트를 공개한다. 특히 EU(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오는 2024년 안으로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드 로딩' 기능을 지원해야 함에 따라 아이폰의 iOS 17에 이 기능이 추가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13·15인치 맥북 에어를 비롯해 13인치 및 고급 버전 맥북 프로, 24인치 아이맥도 WWDC에서 공개될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WWDC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무기'는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능을 두루 갖춘 MR(혼합현실) 헤드셋일 가능성이 높다.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로 불리는 이 장치는 애플의 새 운영체제 xrOS로 구동될 예정이다. 이 헤드셋은 특히 손동작·시선 추적 기능, 페이스타임 통화 중 디지털 아바타 지원, AR·VR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디지털 크라운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도 알려진다. 가격은 3000달러 대로, 배터리 수명은 2시간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VR를 비롯한 메타버스 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주요 기업들이 하나둘씩 관련 사업을 철수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사업부 소속 직원을 수십 명 해고하고 그 부서를 정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현실 아바타 게임 플랫폼 '알트스페이스'를 지난달 종료했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탑재해 'AI 검색시장'을 파고드는 등 AI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챗GPT 출시 기점으로 기업들이 저마다 유력 AI 스타트업과 협력하거나 전담 부서를 설립해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에 소극적? 시리, 자연어 생성 테스트 중"
그러나 애플은 '생성형 AI'와 관련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 애플워치 등 주요 제품은 어느정도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이 대대적으로 생성형 AI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애플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애플이 다소 '비밀스러운'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AI가 애플의 매출을 주도하는 주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며 물밑에서 AI 기술 연구를 이어오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애플의 경영 스타일이 신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란 점도 꼽혔다. DA데이비슨 소속 연구원 톰 포르테(Tom Forte)는 지난 2월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를 통해 "애플은 AI를 중심으로 무엇인가 하고 있지만, 챗GPT만큼 요란스럽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AI 기술 때문에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 기존 기술을 높이는 정도로 AI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독자적 언어생성기능, 애플 제품 전반에 걸쳐 사용 가능”
실제로 애플은 아마존의 알렉사(Alexa)나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보다 정확도가 뒤진다는 비판을 받는 ‘시리’를 개선하기 위해 자연어 생성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맥(9to5Mac)'에 따르면 애플은 최신 tvOS 16.4 베타 버전에서 ‘시리’의 자연어 생성 기능을 시험하고 있다. 시리는 언어를 생성하는 AI가 아닌, 정해진 템플릿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작동된다. 이 매체는 “언어 생성 기능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전반에 걸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다만 이 매체는 "자연어 생성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챗GPT와 유사한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시리를 좀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회사의 조치일 뿐, 챗GPT와 대등한 수준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에 애플도 조만간 '생성형 AI 전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웨드부시증권 소속 연구원 댄 아이브스(Dan Ives)는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를 통해 "애플은 AI 연구개발에 100억 달러를 지출하는 만큼, 이번 여름 신제품 발표 시기에 AI와 관련된 주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눈길을 끈다.
그는 또 "AI는 향후 10년 동안 1조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빅테크 기업들 간의 '군비 경쟁'이기 때문에, 애플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애플 또한 생성형 AI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