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노다지판, ‘폐배터리’ 시장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 미국․캐나다․유럽 활발, ‘국내서도 다수 기업 진행’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유가금속으로 추출 ‘재활용’, 다른 용도로 ‘재사용’도 2030년부터 전기차 무더기 폐차, 폐배터리 산업 미래 '먹거리'로 주목

2023-02-17     전윤미 기자
캐나다 '리 사이클'사의 폐배터리 가공 공장.(사진=IRS글로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에 대한 처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문제’라기보단, 폐배터리 재사용 내지 재활용이 새로운 친환경 미래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배터리 산업 못지않게 폐배터리 시장에도 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배터리 생태계 못지않게 전기차, 가전, 모바일 기기 등의 지속 가능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기차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는 배터리 진단을 통해 전력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재조립해서 재사용(Reuse)되거나, 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유가금속으로 추출되어 재활용(Recycling)되기도 한다.

시장분석기관인 IRS글로벌에 의하면 다 쓴 배터리 후가공 시장은 폐배터리의 재활용과,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인 스크랩의 재활용으로 나뉠 수 있다. 폐배터리는 재사용 또는 재활용되지만, 배터리 제조 시 발생한 스크랩은 전량 재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재활용 위한 지속 가능한 사이클 구축 고심’

이같은 폐배터리 시장의 중요성은 전기자동차(EV)가 2030년경에는 신차 판매 대수에서 휘발유ㆍ디젤 자동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비록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EV라곤 해도, 탑재된 배터리는 또 다른 환경문제를 초래한다.

SNE리서치가 추계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폐차 대수는 2030년엔 411만대, 2040년엔 무려 4,227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보면 2030년 338GWh, 2040년 3,339GWh 규모다. 그 만큼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만약 2030년경부터 이처럼 대량의 배터리가 무단으로 폐기될 경우는 또 다른 ‘재앙’을 부를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자동차 회사마다 배터리 재활용에 의한 지속 가능한 제조 사이클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이나 재사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필수적이다. 유럽의 경우는 곧 배터리 규제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표) : SNE리서치

미국 ‘레드우드 머티리얼’의 경우

심지어 미국에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이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지원하거나, 투자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티리얼(Redwood Materials)사는 가장 선진적인 폐배터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파나소닉의 테슬라용 배터리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비롯, 스마트폰, 랩톱 컴퓨터, 파워뱅크, 전기자동차, 전동 스쿠터 등에서 사용되었던 배터리를 처리한다.

‘CNBC’에 따르면, 여기서 처리되는 전자 폐기물은 연간 2만 톤에 달한다. 이 회사는 또 2020년에 아마존과도 제휴, 아마존으로부터 얻은 폐기 배터리를 처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회수한 폐기 배터리를 연소하여 내용물을 녹인 다음, 액체에 적셔 특정한 물질을 침출한다. 이로 인해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그라파이트를 95~98%, 그리고 리튬은 80% 이상을 회수한다. 이러한 물질들은 파나소닉을 비롯한 파트너 기업에 매각하고, 새로운 배터리로 재탄생하게 된다.

캐나다 ‘리 사이클’도 시장 선도

캐나다의 스타트업 ‘Li-Cycle’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레드우드 머티리얼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이 회사 역시 EV 외에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랩톱 컴퓨터 등에서 사용이 끝난 리튬이온 전지를 회수한다. 특수 기술을 이용하여 그것으로부터 추출한 금속을 재활용 및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배터리 처리 시설을 통해 회수한 폐기 배터리를 기계에서 분해하여, 구리나 철, ‘블랙 매스(Black Mass)’라 불리는 전극재의 혼합물로 나눈다. ‘블랙 매스’는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시설의 수용액에 넣는 ‘습식 제련’을 통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해낸다.

현재 국내에서도 성일하이텍을 필두로 포스코,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다수의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리 사이클'사의 폐배터리 가공 실태.(사진=IRS글로벌)

‘재이용’ 순환시스템 기술도 활발

SNE 리서치는 “현재 전기자동차에 꼭 필요한 리튬이온전지에는 코발트 등의 광물이 사용되며, 채굴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속 가능한 전지 산업을 구축하려면, 재이용을 도입하는 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자동차가 수명을 다한 후, EV용 배터리는 다른 EV에서 재이용되거나, EV 이외의 것에서 재사용된다. 또는 원료를 회수하여 재활용되거나 폐기된다.

시장조사기관 IRS글로벌은 “현재 소수의 대규모 시설이 고온 야금법이나 제련법에 의해 리튬이온 전지를 재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설에서는 고온(~1,500℃)에서 불순물을 태우거나 코발트, 니켈, 구리를 뽑아낸다. 리튬이나 알루미늄은 보통 이러한 과정에서 소실되며, 슬러그라 불리는 폐품으로 폐기되고, 리튬은 어느 정도 재처리를 하여 회수할 수 있다.”고 공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의 제련 설비는 고가이며 에너지 소비도 매우 커서 유독한 불소 배출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원료 회수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표) : SNE리서치

"한국, 배터리 재활용으로 핵심소재 수입의존도 낮춰"

레드우드 머티리얼에 따르면, EV 배터리는 셀 용량이 정격 용량의 80% 이하가 됐을 때 수명을 다한다. 그러나 EV 배터리가 언제 수명을 다할지에 대한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평균 12년 이상 주행하지만, 커다란 리튬이온 배터리를 실은 EV는 시장에 투입된 지 8년이 되지 않았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과거 2년간 중고차로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되어 있고,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의 대부분은 양극재 가격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양극재의 주요 광물인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의 경우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핵심 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게 국내 전문가들의 얘기다.

때로는 배터리가 다른 차량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되기도 한다. 배터리 팩이 기존보다 빨리 수명을 다했을 때는, 아직 제 기능을 하는 모듈과 셀을 재조합하여 재생 배터리 팩을 만들어, 다른 차량에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판된 것은 1997년이었고, EV의 대명사인 ‘테슬라’가 양산되게 된 것은 2008년이었다. 현재 주행 중인 EV 중에선 앞으로 5년만 지나면 ‘폐차’할 시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EV의 판매 대수는 8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장기적으로도 폐기 배터리의 해일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예측으로 인해, 북미의 스타트업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 EV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SNE리서치는 또 전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금속기준으로 2030년 143만6천톤, 2040년에는 501만톤 규모에 달하며, 금액기준으로 2030년엔 한화 약 60조원, 2040년엔 약 2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