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국…‘SiC, GaN 전력반도체’에선 변방국가

SiC, GaN…전기차․모바일기기 등 전력효율, 성능 고도화의 핵심 소자 “향후 전기차 시대 경쟁력의 핵심”, 미․유럽․일본․중국이 세계 ‘톱 10’ 한국 ‘트렌치 모스펫’ 기술개발, SK 등 적극 투자, “그러나 크게 분발해야”

2023-02-15     전윤미 기자
전력반도체를 사용한 전원공급장치로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사진=트랜스폼)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그 동력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SiC(탄화규소)전력반도체나 GaN(질화갈륨) 반도체가 차세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관련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할 경우 전기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인 한국이 이 분야에선 매우 뒤처진 상황이어서, R&D와 시장 진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GaN의 경우 현재 국내에선 생산 기술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전력반도체, SiC 중심으로 재편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OMDIA에 따르면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신 차세대 SiC 전력반도체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그 중 미국과 유럽 각국이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톱10’ 중 5개를 차지한 일본기업의 점유율도 30%를 넘는 실정이다.

최근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은 SiC 전력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기자동차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 특히 모스펫(MOSFET)이나 IGBT 등의 소자로 전기차 인버터를 만들면 기존 실리콘(Si) 반도체 인버터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높아지고 인버터 부피와 무게도 한층 줄일 수 있다.

조명․전기설비학회에 따르면 전력반도체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기 위한 다이오드와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 등이 소자로 구성되어 있다. 전기자동차와 가전기기, 조명제품 등의 전력을 변환, 제어, 변압, 분배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파워반도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반도체 소자가 감당하는 전압이 600~1만V로 훨씬 높고, 전류 용량도 최대 수 백A에 이를 만큼 크다.

Si(실리콘)반도체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

OMDIA 자료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분석한 KDB미래전략연구소에 의하면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450억 달러에서 2023년 5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제조사들이 시장을 주도 하는 가운데, 특히 독일의 인피니온(Infineon)사가 전체 13.4%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8.4%), 온 세미컨덕터(6.8%), 스위스의 STMicro(5.6%)가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의 미쓰비시, 후지전기, 도시바 등 3개 업체, 중국 1개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경쟁의 핵심은 SiC(탄화규소),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전기자동차 등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기존 실리콘(Si) 기반의 반도체를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iC 나 GaN 전력반도체는 고온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전압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스위칭 속도나 전력 손실면에서도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뛰어나다.

조명․전기설비학회에 따르면 그 중 SiC는 Si에 비해 전력 손실이 30% 적은 동시에 절연파괴전계, 즉 반도체 성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전압이 10배나 된다. 이로 인해 효율적인전력관리와 고전압 환경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나 전기 자동차에 매우 적합한 소자다.

전력 손실 30%절감, 최대 전압 10배 등

또 질화갈륨(GaN) 역시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매우 빠른 스위칭 속도로 고주파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다. 이른 특성 덕분에 고속 무선 충전이나, RF 통신 등에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전력반도체 제조사들은 이같은 종류이 전력반도체를 생산 중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이들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긴 하다.

(출처=신한투자증권)

그런 가운데 지난 2021년 국내에서도 나름의 R&D성과를 기한 바 있다. 당시 국내에서도 소자의 저항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골을 판 형태의 ‘트렌치 구조’의 모스펫(MOSFET) 트랜지스터를 가진 전력반도체를 개발한 적이 있다.

당시 개발한 SiC 트렌치 모스펫은 SiC 웨이퍼에 좁고 깊은 골(트렌치)을 만들고, 이 골의 벽면을 따라 상하로 전류 채널을 배열함으로써 종전 방식보다 한층 공간을 효율적으로 넓힐 수 있게 했다. 즉, 수평으로 배열된 채널을 수직으로 세운 만큼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을 절약할 수 있어서 전력 소자의 면적을 최대 수십 퍼센트 줄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기업들은 세계 주요 업체들에 비해 생산 규모나 기술력이 뒤떨어진 상항이다. 그나마 최근엔 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 LX세미콘 등 국내 기업도 적극 투자 나서

SK는 지난해 4월, SiC 전력반도체 분야 진출을 위해 국내 SiC 칩 제조사인 예스파워테크닉스의 지분 95.8%를 인수했다. 또 GaN 반도체 제조사인 ’RFHIC‘와 합작투자를 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인 LX세미콘은 LG이노텍의 SiC 반도체 소자 설비와 관련된 특허 자산을 지난 2021년 12월 인수, 차량용 전력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같은 시장상황을 분석한 신한투자증권은 “그런 가운데 세계 주요 전력반도체 제조사들은 SiC, GaN 전력반도체를 생산하여 전기자동차 등에 이미 적용 중”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18년에 자사의 모델3에 SiC 전력반도체를 최초로 적용했다. 뒤를 이어 지난 2021년부터 현대자동차, BMW, GM 등에서도 전기자동차에 SiC 전력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전력반도체 세계 1위인 독일의 인피니온은 2018년부터 질화갈륨(GaN) 기반의 전력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 충전기, HEMT(High Electron Mobility Transistor) 트랜지스터 등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HEMT는 서로 다른 두 반도체가 만나는 접합 계면에서 전자 이동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활용해 기능을 향상시킨 트랜지스터다. 고속 동작에 적합하므로 초고속 산업기기나 통신기기에 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