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 삭감…“또 중국이 보복할까”

국내 이차전지 원료 90% 중국서 수입…배터리업계 내심 ‘불안’ 환경부, 에너지밀도 기준 보조금 차등지급, 밀도 낮은 중국산 ‘직격타’ 전기버스 시장 40%가 중국산…“개편안에 대한 중국측 반응 예의주시”

2023-02-15     김향자 기자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생산, 출고한 전기 시내버스로서 본문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정부가 이달 초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대폭 깎기로 하면서 향후 중국 측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이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공개한 후 중국 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다시 감액 비율이 조정되는 등 진통을 빚기도 했다.

환경부는 그 동안 시내버스 등에 보급되는 전기버스에 대해 1km 당 배터리 소모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연료 소모율을 좀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조금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업체 격한 반발

이에 중국산 전기버스를 국내에 수입해오던 업체인 G사 등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밀도가 차량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인 자료를 내놓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싼맛’에 중국산을 구매했던 운수업체들의 기류도 바뀔 건 분명해 보인다.

환경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1리터당 500Wh일 경우는 100%를 지급하고, 450~500Wh는 90%, 400~450Wh은 80%, 그리고 400Wh 미만일 경우는 아예 50%만 지급하기로 했다. 전보다 보조금이 절반이나 깎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대부분 에너지 밀도가 400Wh 미만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배터리 거의 리튬과 인산철 2원계 방식으로 이는 3원계의 리튬과 이온으로 된 국산 배터리보다 현격하게 에너지 효율이 낮다.

중국산 전기버스, 효율낮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기승합은 다른 차종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커서, 배터리가 차량 하중·연비·안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배터리 특성을 평가하여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면서 “전기승합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전기차 배터리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버스도 그 동안 한 대당 2억원 초반의 보조금을 받아 1억원이 약간 넘는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이는 국산보다 3천만~4천만 원 가량 더 낮아, 국내 운수업체들이 앞다퉈 사들여왔다. 그 바람에 2022년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40%가 중국산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보조금이 전보다 50%나 줄어들면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되었다. 그 동안 가격 덕분에 국내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쟁력이 설 땅을 잃게 되는 셈이다.

주목되는 건 향후 중국측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권영주 국민대 교수는 한 유명 유튜브 시사방송을 통해 “분명히 중국측에서 ‘모종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역시 원재료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배터리 셀 원료,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

국내 배터리 메이저인 LG엔솔이나 SK온, 삼성SDI 등은 전기차용 이차전지 셀 부문에서 세계 최고다. 그러나 셀을 구성하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알루미늄 등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온다는게 문제다.

특히 셀 내부의 양극재에 쓰이는 희토류나, 니켈, 리튬, 인산, 철, 망간 등 원료는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국내산 배터리의 주류를 이루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원료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산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인산철 배터리보다 연비가 높은 점을 강조하지만, 그 원료 자체가 전적으로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같은 셀을 생산한 후 모듈과 팩을 구성해 완제품을 출시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업계로선 지금의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 갈등이 비상한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자칫 중국측이 이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이들 배터리 원료 수출을 제한하는 등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권 교수는 “실제로 그 동안 중국이 반복해온 행태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치밀한 대응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중 무역의 또 다른 악재?

그렇잖아도 한․중 관계가 최근 냉랭해지면서, 이미 지난해부터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전체 무역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달엔 역대 최악이라고 할 120억 달러 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그 절대적 원인이 대중 수출 적자로 분석되었다. 이달 들어서도 이미 2주만에 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도 그런 원인이란게 전문가들이 중론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중국산 전기버스 개편안’으로 인해 중국측이 또 다시 배터리 원료 수출 제한 등 보복조치를 해오지나 않을까 하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버스를 수입하고 있는 G사의 경우는 거의 ‘성토’에 가까운 항의문을 공지하기도 해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중국측 반발을 염두에 둔 탓인지, 400Wh/l 미만의 배터리 밀도에 대해서 당초 50% 삭감이 아닌, 30% 삭감으로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사후관리역량 평가’, 중국산에 대한 여지 남겨?

또 “전기승합 보조금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만큼 배터리 특성평가를 도입하여 배터리 안전성과 기술수준을 높이도록 개편한다.”면서도 “사후관리역량 평가, 즉 제작사별 사후관리(A/S) 역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한다.”고 덧붙여 눈길을 끈다. 즉, 정비·부품관리센터 운영이나, 정비이력 전산관리 여부에 따라 성능보조금(6,700만원(대형) 또는 4,700만원(중형))을 최대 20%까지 차등하여 지급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또 다른 ‘옵션’을 통해 여지를 남긴 것이, 정비와 차량 부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