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에 호응? GM도 반도체 기업과 ‘맞손’

車반도체 공급난 속, ‘완성차-반도체 기업’ 제휴 잇따라 르노, 메르세데스․다임러 이어, GM-글로벌파운드리스 제휴

2023-02-10     안정현 기자
[사진설명 = GM 쉐보레 콜로라도. 사진출처 = GM]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타개하기 위해 테크기업 내지 반도체 기업과의 제휴나 합작을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현지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상황과 맞물리며, 미국 내 자동차 업체와 반도체 공장이 직접 손을 잡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회사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aries)와 독점 생산라인 구축 관련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뉴욕 북부에 소재한 글로벌파운드리스의 공장에 GM에 납품할 차량용 반도체만을 위한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칩스법의 정책적 효과를 강조한 지 이틀 만이다.

앞서 지난 해 9월에는 퀄컴이 르노(Renault) 전기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반도체를 공급키로 했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 다임러 등도 반도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동분서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도 완성차 업계를 새로운 고객으로 겨냥하며, 맹렬한 판촉적을 펼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GM의 사례 역시 목전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목된다. 더그 파크스 GM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미국 내 GM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GM이 오는 2025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칩 계열을 3개로 줄이겠다고 한 만큼, 이번 공급 계약은 이러한 표준화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정한 공급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오던 GM이 아예 현지 공장과 독점 계약을 맺어 통제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GM의 계약 발표 후 자동차 기업이 반도체 칩 제조공장과 직접 협력을 맺어 공급망을 강화하는 모습이 앞으로 자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전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로 미국을 비롯해 독일,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에 공장을 뒀다. 퀼컴, 포드 등 유력 기업과 굵직한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며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다.

"꼭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코로나 이후에도 부족 현상 지속"

한편 반도체 부족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후폭풍으로 여러 자동차 기업은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센서, 엔진과 같은 핵심부품에 장착돼 자동차의 성능을 좌우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평균 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반면 고도의 기술력이 녹아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최대 수천 개가 필요하다. GM을 비롯한 완성차 기업은 전체 자동차 생산 중 전기차 비중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그만큼 차량용 반도체가 연간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GM의 라이벌 기업 포드는 반도체 칩 공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등으로 작년 한 해에만 20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GM 등 완성차 기업이 안정적 공급망 구축 열을 올리는 배경엔 이같은 차량용 반도체 만성 부족 상태가 있다. 부품 하나라도 부족하면 출고가 무한정으로 길어지기 때문이다.

"GM 계약, 바이든 '칩스법' 강조와 맞닿아 있어"

한편으로 GM의 계약 체결 발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른바 '칩스법('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전세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 한켠에 미국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 흐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 내 공급망을 현지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해 궁극적으로는 중국 등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건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 전반 과정이 미국에서 이뤄져야 현지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CNN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을 둔 반도체 기업의 생산량은 세계 반도체 제조 역량의 12%만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대만, 중국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동아시아 지역이 장악하고 있다. 외산 반도체 수입에 따른 공급 불안정 및 일자리 유출이 지속되자 미국은 새 법을 제정하고 천문학적 보조금 투입을 감행하며 현지 핵심 제조시설 구축에 힘쓰고 있다.

즉 미국에 본사를 둔 GM이 현지 공장과 직접 계약을 체결해 수급 안정을 꾀하는 것은 이러한 국가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결국 GM과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미국의 공급망이 미국에서 시작되도록 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현실화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