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테슬라’, 2023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국내외서 테슬라 전기차 화재 잇달아···자율주행 허위 광고 의혹도 모닝컨설트 "테슬라에 호의적 시각 미국 성인의 13.4%뿐" 머스크, “배터리 신공장·사이버트럭 생산·가격 할인, 2023년 돌파”

2023-01-31     안정현 기자
[사진설명 = BYD의 전기차 아토3. 사진출처 = BYD 홈페이지 캡처]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올해는 테슬라가 넘어야할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최근 테슬라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그러나 잇따른 화재 사고에 따른 안전성 문제, 허위광고로 인한 신뢰성 우려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CEO의 '오너 리스크', 과열될 낌새가 보이는 전기차 시장, 중국 업체의 맹추격 등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243억 2000만 달러의 매출액과 1.19 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월가의 예상치를 한참 웃돌았다. 다만 공격적인 할인 행사로 차량 판매 마진율은 5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향후 마진율이 건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올해 생산량을 전년 보다 30% 늘린 180만대를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는 실적 발표 당시 "이달 들어 강력한 주문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큰 문제가 없다면 200만대도 가능하다"며 한 술 더 뜨기도 했다.

"잇따른 화재 사고···허위 광고 논란까지"

그러나 최근 테슬라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새크라멘토 메트로 소방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경 50번 고속도로 동쪽 방향 구간을 주행하던 테슬라 모델S 승용차의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소방 당국이 2만 3000L에 달하는 물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내연기관차에서 불이 나면 보통 1000L의 소방수가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량과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모델X 전기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가까이 물을 뿌려낸 뒤에야 겨우 불길이 잡힌 바 있다. 9일에는 세종시 국도에서 불길에 휩싸인 테슬라 전기차 속 운전자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차량 폭발 직전에 구출해낸 사건도 있었다.

이를 두고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0년식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차량은 사고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뒷좌석 문을 내부에서 열 수 없게 설계됐다”면서 모델X, 모델S 등도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판매되는 모델3에는 2열 비상탈출장치가 장착됐지만, 그마저도 신속한 탈출을 보장할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언제 열폭주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고, 또 불이 나면 빠르게 대피하기도, 물로 진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테슬라의 성능 중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이 특히 허술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테슬라가 자사 기술을 과장해 광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 SW 이사가 법정 진술서에 "2016년 광고 영상은 연출됐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서 테슬라는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차량은 스스로 운전한다"며 모델 X의 자율주행 기술을 홍보했다. 그러나 당시 테슬라가 보유한 기술로는 영상 속 모습을 구현할 수 없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8년 애플의 기술자 윌터 황이 테슬라 차량을 타다 사고로 숨지자 유족들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홍보 영상이 조작됐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민간 단체 '돈 프로젝트'가 테슬라 모델3이 도로 위 어린이 마네킹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110m 직선 구간을 평균 40km로 달리던 테슬라가 3차례 실험 중 3번 모두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 앞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이 받았다고 전했다.

같은해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은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모드를 두고 주행 보조 장치임에도 완전한 자율주행 제어 기능을 갖춘 것처럼 과장 광고를 했다고 테슬라를 고발한 바 있다.

자율주행 기술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테슬라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인 테슬라코리아가 주행 가능 거리, 충전기 성능 등을 기만적으로 광고했다며 과징금 28억 5200만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상을 허위로 조작하고 또 자율주행 기술, 배터리 수명을 '뻥튀기'했다는 조사가 속속 나오며 과연 테슬라가 안전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입지 줄어드는 테슬라···중국업체·포드와 가격 전쟁”

[사진설명 = BYD의 전기차 아토3. 사진출처 = BYD 홈페이지 캡처]

점차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 속 테슬라의 입지가 서서히 위협받고 있는 사실도 문제다.

정보제공업체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까지 미국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 중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과반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20년 80%에 육박했을 때보다 훨씬 줄어든 것이다. 포드, 현대차 등 다양한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중국 업체가 박리다매 전략으로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4분기 실적 발표 중 "중국 기업이 테슬라의 경쟁자"라며 "중국 업체가 테슬라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전기차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더 잘 공략할 수 있다. 특히 비야디(BYD)의 경우 지난해 총 186만대를 팔아치우며 전년 대비 200%가 넘는 성장율을 보여줬다. 테슬라가 취급하지 않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물량을 감안해서도 BYD가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BYD가 포드의 독일 공장 인수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져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뿐만 아니라 전통 완성차 업체인 포드·BMW·현대차 등은 올해부터 다양한 전기차 신차 모델을 쏟아낼 계획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여기서 테슬라는 이례적인 가격 하락 정책을 펼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올 초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최대 19.7%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도 더해져 실제 구매가는 더 저렴해진다.

이는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 즉 치킨 게임의 서막을 알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WSJ(월스트리트저널)은 포드가 테슬라를 겨냥해 대표 전기차 모델인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최대 8%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촉발시킨 가격 전쟁이 고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아 머스크···오너 리스크로 비판받아”

이와 함께 테슬라의 CEO이자 세계적 '문제아'인 일론 머스크의 행동거지에 따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포브스는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의 조사 결과 테슬라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미국 성인이 13.4%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정치적 편견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소동을 비롯해 각종 기행을 일삼으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 머스크는 5년 전 2018년 8월에 올린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금은 확보된 상태'라는 트윗과 관련해 증권사기 혐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트윗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급등했으나 머스크가 돌연 상장폐지 계획을 백지화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사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사고, 허위광고, 가격 경쟁, 오너 리스크로 시끄러운 테슬라가 이번해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테슬라는 연간 200만 대분의 신형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신공장을 연내 설립한다. 또 여태 생산이 미뤄졌던 전기 트럭 '사이버트럭'을 올해 여름 중 생산에 착수한다. 또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올해에도 이어가 가격 경쟁이 시작된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나갈 것으로 예측된다.